"브루스로 불러달라" 반도체 중고장비 회사 이끄는 김정웅 대표 [데이비드 김의 이머징 마켓]

[한경 CFO Insight]
[편집자주] 한국경제신문의 자본시장 전문매체 '마켓인사이트'는 데이비드 김 노스헤드캐피털파트너스 대표와의 협업을 통해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의 숨은 강소기업을 소개하고, 창업자·최고경영책임자(CEO)와의 인터뷰 대담을 게재합니다.

데이비드 김 노스헤드캐피털파트너스 대표는 투자 전문가이자 인터뷰 고수로도 유명합니다. 전 세계 굵직굵직한 '큰 손'과 투자전문가를 찾아 인터뷰를 진행하고 팟캐스트 채널 'CEO 라운드테이블-브릿징 아시아'와 '아시안 인베스터스'에 게재해오고 있습니다.
서플러스글로벌은 반도체 중고장비 유통 전문 기업이다. 2017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반도체 중고장비를 사들인 뒤 이를 다시 판매하는 사업모델을 갖고 있다. 일종의 '딜러' 역할을 하는 셈인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 같은 대형 반도체 기업들로부터 장비를 사들인 뒤 이를 국내외 다른 반도체 회사들에 팔고 수출도 한다.

2000년 설립된 이 회사는 브루스 김(김정웅) 대표가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사장님'이지만 회사 내에서는 직급이 없다. 대신 영어 이름인 '브루스'가 그를 부르는 호칭이다. 업력 20년이 넘었지만 스타트업과 다를 바 없는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돋보인다는 게 그의 말이다. 외국어도 유창해 데이비드와도 영어 인터뷰를 통해 글로벌 시청자들을 만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처음부터 반도체 중고장비 회사를 세우려고 한 건가.

"원래는 반도체 중고장비 업체를 목표로 창업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2000년 기업간(B2B) 전자상거래 회사를 세웠다. 그 회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성장 잠재력이 좋다고 판단한 반도체 산업을 선택했다. 처음엔 반도체 시장에 대해 전혀 모르고 인맥도 없어서 조금 헤맨 경향이 있다."

사업 모델은 무엇인가."우리 사업은 단순중개와 재고투자로 나눌 수 있다. 단순중개로는 이익이 거의 나지 않지만 리스크가 낮다. 재고투자는 이익은 높지만 리스크가 크다. 사모펀드가 사기업에 투자하는 사업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어떻게 사업 아이디어를 내게 됐나.

"반도체 중고장비 시장은 파편화되고 세계화 돼 있었다. 글로벌 리스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했지만 고객들에게 실질적인 솔루션을 제공하지는 못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다양한 솔루션이 제공된다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경쟁기업과 어떻게 차별점을 찾았나.

"자본과 네트워크가 클수록 유리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면서 시스템을 갖춘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경쟁사보다 긴 호흡으로 핵심경쟁력 확보에 힘썼다."

회사 실적을 설명해준다면.

"2000년 설립 첫해 2억8000만원 정도였던 매출이 올해엔 2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 22년간 회사는 연평균 10%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세계 반도체 중고장비 유통시장에서 약 20%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반도체 시장은 몇 년 안에 1조달러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렇게 반도체 시장이 커지면 4000억원 수준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 공급 차질이 심각하다. 언제쯤 해소될 것으로 보나.

"내년 하반기에는 공급망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을 하면서 가장 큰 실수는 무엇이었나.

"창업 초기인 2000년 전자상거래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덕분에 창업을 할 수 있었지만 직원 40명이 2억8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이어서 2년간 자본금 23억원을 거의 다 까먹었다."

창업가가 가져야 할 3가지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본인이 아니라 회사를 위해 일해야 하고, 끈질기게 큰 비전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하며, 배우는 것을 열정적으로 사랑해야 한다."

창업가가 꼭 읽어야 할 책 3권을 추천한다면.

"피터 드러커의 '프로페셔널의 조건', 김종래의 'CEO 칭기스칸'. 패트릭 랜시오니의 'CEO가 빠지기 쉬운 다섯 가지 유혹'이다."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해 설명해 달라.

"서플러스글로벌의 반도체 중고장비 인프라를 기반으로 영업, 연구개발(R&D), 클린룸, 장비 등을 20~30개 기업이 공유하는 사업모델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일종의 공유오피스 사업으로 볼 수 있지만 단순 공유오피스 모델보다는 훨씬 복잡하다. 세계 최초로 시도하는 모델이다. 고객들의 반응이 좋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는데.

"2005년부터 실크로드 역사책을 읽으며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독특한 역사학자들과 함께 여행도 하고 술도 자주 마셨다. 술을 마실 때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한국 사람들의 세계관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유튜브 채널을 시작하게 됐다."

함께웃는재단의 회장인데.

"발달장애아의 가족들을 지원해주는 재단이다. 내 큰아들이 자폐증을 앓고 있다. 큰아들을 키우면서 나와 아내가 많이 힘들었다. 자폐증 가족들을 도와 그들의 어려움을 해소해주고 싶었다. 아이들의 치료도 중요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상처를 받는 부모들을 치유해주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2012년에 이 재단을 세웠다."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내년에 10% 이상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1차 목표는 1조원 기업가치를 가진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유통 중심의 사업구조였지만 앞으로는 핵심 기술을 많이 확보하려 한다. 글로벌 부품 플랫폼 사업과 R&D 파운드리 사업을 통해 반도체 생태계에 더 큰 기여를 하고 싶다,"

데이비드 김 노스헤드캐피털파트너스 대표 & 팟캐스트 'CEO 라운드테이블-브릿징 아시아(CEO Roundtable-Bridging Asia)', '아시안 인베스터스(Asian Investors)'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