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플랫폼의 비밀 (2) – 노출 경쟁 시스템

마케팅 신간 서적 저자 기고
■ 「플랫폼 제국의 탄생과 브랜드의 미래」저자, 김병규

플랫폼은 물리적 공간을 점유하지 않아 이론적으로는 플랫폼에 입점한 모든 판매자에게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가 제공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플랫폼 자체에는 물리적 제약이 없지만, 사람들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는 ‘화면의 크기’라는 물리적 제약이 존재한다.

사람들이 제품을 검색하고 살 때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화면에 담을 수 있는 제품 수는 한정되어 있고,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인지적, 신체적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첫 화면에 보이는 제품들이 소비자의 큰 관심을 받게 된다. 또한 이런 제품들이 시장에서 현재 인기 있고, 믿을 만한 제품이라고 생각하게 된다.특히 대부분의 문화권이 글을 읽을 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기 때문에 화면 상단 좌측에 나타나는 제품들이 소비자에게 가장 많은 관심과 신뢰를 얻는다.

소비자의 관심과 신뢰는 구매에 가장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판매자들은 첫 화면 상단에 위치하기 위해 경쟁한다(*아래 그림 참조).

플랫폼은 검색 화면이 소비자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이를 이용해 이익을 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방법들을 고안해낸다.가령, 플랫폼에서 제품을 검색하면 첫 화면 상단 첫 줄에 광고비를 낸 제품을 보여준다. 하지만 일반 제품 화면과 차이가 없어 소비자들은 이를 광고라고 인식하기 어렵다. 광고지만 광고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다.

설령 소비자들이 광고라고 인식을 해도 첫 화면 상단은 소비자들이 가장 많은 인지적 주의를 기울이는 곳이기 때문에 여기에 노출된 제품은 소비자의 뇌에 강한 인상을 주게 된다.

검색 결과 중간 중간에 광고비를 지불한 제품을 끼워 넣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하고, 앱 첫 화면에 트렌드라는 명목으로 광고 제품을 노출시키기도 한다.플랫폼의 광고는 검색 결과와 분명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TV나 신문, 그리고 인터넷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배너 광고의 경우, 사람들은 그것이 광고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한다. 때문에 배너를 클릭하는 것은 소비자의 자율적 선택이 된다.

하지만 검색 결과에 광고성 노출을 끼워 넣거나 ‘트렌드’ 같은 이름을 사용해서 광고 노출을 하게 되면 소비자들의 착각을 불러오고,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게 한다.

그런 방법으로 노출된 제품은 소비자가 봤을 때 인기 제품이거나 검증된 좋은 제품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이러한 ‘광고같지 않은 광고’는 플랫폼을 이용하는 판매자의 광고비를 증가시킨다.

광고는 소비자들이 광고라고 인식하지 못할수록 광고 효과가 커진다. 광고 효과가 크다는 것은 광고비를 지출한 판매자에게는 많은 방문자가 발생하지만 그렇지 않은 판매자는 그만큼 방문자를 잃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온라인 판매자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요즘 시대에 노출되지 않으면 그러한 제품이, 또는 판매자가 있는지 아예 모를 수도 있다. 결국 판매자들은 하나라도 판매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에게 일단 노출이 되어야 하므로 광고비를 지불할 수밖에 없다.

광고비는 대부분 경매 방식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노출을 원하는 판매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광고 가격도 상승하게 된다.

많은 사람은 플랫폼이 온라인 공간에서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디지털 중계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플랫폼은 ‘손바닥 위의 광고판’이다.

화면이라는 물리적 제약을 이용해 판매자의 노출 경쟁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플랫폼이 판매자들간의 경쟁을 유도하는 방법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다.

광고비를 지불하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검색조차 되기 어려워지게 만들고 더 많은 광고비를 쓰도록 만든다. 앞으로 플랫폼이 거대화되면 될수록 플랫폼 노출 여부가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질 것이고 이로 인해 업체들 사이의 경쟁은 더욱 심화할 것이다.

결국 사업자들은 플랫폼을 나갈 수도 없이 거대 플랫폼 안에 종속되어 더 많은 광고비만 지출하게 될 것이다.
♠ 나는 플랫폼에서 노출 순위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실제로 연구한 적이 있다. 응답자들에게 사려는 제품의 판매처 두 곳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한 곳은 검색 첫 화면 상단에 나타난 곳이고, 다른 곳은 검색 리스트 아래쪽에 있는 곳이었다. 가격이나 배송 기간은 같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73.3%가 검색 첫 화면 상단에 나타난 판매자를 그렇지 않은 판매자보다 신뢰한다고 응답했고, 검색 첫 화면 상단에 나타난 판매자와 거래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판매자와 거래하는 것보다 안전하다고 느끼는 응답자도 75.7%에 달했다.검색 첫 화면 상단에 제시된 판매자를 통해서 제품을 살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판매자보다 높다고 답한 응답자는 무려 83.7%나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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