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떠난다니…파업 접은 한국타이어 노조

완성차, 경쟁사 타이어로 교체
일감 줄고 시장 뺏길라 '위기감'
'6% 임금 인상' 사측과 합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노사 간 임금협상이 총파업 24일 만에 타결됐다. 공장 조업도 재개됐다. 업계에서는 노사 대치로 공장 가동이 장기간 중단되면서 고객들이 등을 돌리자 위기감에 빠진 노사가 타협으로 급선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타이어 노사는 지난 17일 조정위원회를 열어 올해 임금 6% 인상과 성과급 500만원, 협상 타결금 200만원 지급에 합의했다. 한국타이어는 18일 오후부터 대전·금산공장에서 타이어 양산에 들어갔다. 19일부터는 정상근무 체제로 전환했다.앞서 노조는 최근 5년간 임금 인상률이 2~3%에 그친 데다 지난해 임금이 동결됐다며 올해 10.6% 인상 요구를 내놨다. 반면 사측은 임금 5% 인상과 성과급 500만원을 제시하면서 맞섰다. 협상이 접점을 찾지 못하자 노조는 지난달 24일 전면파업에 들어갔고, 생산은 물론 재고 물량 반출까지 중단됐다.

업계에선 노조가 사측 제시안에 가까운 임금 인상률에 합의한 데 대해 고객들의 외면이라는 시장 압박이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일부 수출 차종에 경쟁사인 금호타이어 제품을 장착하기로 결정하고, 대리점과 소비자들도 교체용 타이어 공급 중단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불매 운동까지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태도를 바꿨다는 설명이다. 사측이 지난 14일 직원들에게 문자를 통해 “고객을 잃으면 조업이 재개돼도 주문 확보가 어려워 또 감산해야 한다”고 일터 복귀를 요청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타이어는 한 번 쓰면 다른 제품으로 쉽게 교체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장기간 파업으로 거래처가 돌아서면 경쟁사에 시장을 뺏길 가능성이 크다. 완성차 업체는 신차 개발 단계부터 타이어 업체와 협의해 납품 계약을 맺고 큰 하자가 없으면 바꾸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급난에서 빠져나와 생산량을 늘리는 완성차 업체들은 타이어 공급에 차질이 생겨 신차 인도가 늦어지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회사가 고무값 등 원자재 가격 상승과 운송 대란으로 고전하는 가운데 총파업이 실적 악화에 쐐기를 박는 꼴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타이어 측은 “대내외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노사 협력을 통해 공장 가동을 정상화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