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대만 국민투표서 예상 밖 승리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금지 등
야당 제안 4개 안건 모두 부결
친미·반중노선 한층 강화할 듯
대만 국민이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차이잉원 총통의 외교·통상 행보에 힘을 실어줬다. 정부 중간평가로 불린 국민투표에서 정부와 여당에 승리를 안기면서다. 열세였던 여론조사 결과까지 뒤집은 깜짝 승리다.

19일 대만 중앙선거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차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4개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차이 총통은 선거 직후 담화문을 통해 “국민투표를 통해 대만인들이 세계로 나아가겠다는 명확한 신호를 전달했다”고 했다.대만 선거위는 전날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금지, 제4 원자력발전소 상업 발전 개시, 타오위안 천연가스 시설 이전, 국민투표일과 대선일 연계 등 4개 안건을 두고 투표를 했다. 이들 안건은 모두 야당인 국민당이 제안한 것이다. 대만인의 41%인 810만 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이들 안건은 모두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했다. 여당인 민주진보당이 야당에 압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국제사회의 관심을 모았던 것은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금지 안건이다. 대만 정부는 중국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위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지난해 12월 락토파민 성분이 든 사료를 먹인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시작했다.

가축 성장 촉진제 성분인 락토파민은 어지럼증 등 부작용 탓에 대만에서 사용이 금지된 약물이다. 야당은 ‘락토파민 돼지고기’가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며 총공세를 폈다. 이에 대해 차이 총통은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이 ‘식품 안전 문제’가 아니라 ‘경제·통상 문제’라고 주장해왔다. 이번 선거를 통해 대만 국민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미 싱크탱크 파크스트래티지의 션 킹 수석부회장은 “국민투표 결과가 미국과 대만 간 무역투자기본협정(TIFA) 회담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표 결과에 따라 대만과 중국의 관계가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을 통해 “대만 민진당이 몇 달간 중요한 문제를 제쳐두고 대규모 정치 동원으로 대만을 혼란으로 이끌었다”며 “민진당 승리가 대만 주민의 이익을 배신했다는 진실을 감출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투표에서 대만 국민은 제4 원전을 재가동하려던 안건에도 반대표를 던졌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여파로 완공 단계에서 사용이 중단된 시설이다. 이 원전을 제외한 나머지 원전은 노후화돼 모두 가동 중단 절차에 들어갔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