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백현 에이유 대표 "사람 살리는 기술 개발 위해 대기업 관뒀죠"
입력
수정
지면A32
'도전 K스타트업'우승자 김백현 에이유 대표“몇 년 전 여름철 통원버스에 아이가 방치돼 있다가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기사를 읽었습니다. 저도 아이를 둔 아빠로서 가슴이 참 아팠죠. 순간의 무심함이 이런 사고로 이어진 것이니까요. 이런 일을 막으려면 늘 아이를 감지할 수 있는 ‘눈’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레이더를 차량 내에 탑재하려는 이유입니다.”
KAIST 무선기술 전공한 박사
차량 내 사람·사물감지 센서개발
완성차·서울대병원과도 협업중
올 매출 10억…내년 해외 수출
여름철이 되면 아이들에겐 치명적일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차량 내부’다. 내부 온도가 크게 올라간 상태에서 몇 시간 동안 방치되면 열사병에 걸려 사망할 수도 있어서다. 2018년 경기 동두천에서 벌어진 사망사고 이후 아이 식별을 쉽게 하기 위해 학원 차의 유리 선팅을 제한하는 등 올 들어 관련 법 규정도 바뀌었지만 여전히 현장에선 사람이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이런 문제를 ‘레이더’ 기술로 해결하려는 한 기업인이 있다. 지난달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한 ‘도전 K-스타트업’ 왕중왕전에서 우승한 김백현 에이유 대표(사진)다.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김 대표는 “아직 작은 기업이지만 성과를 인정받게 돼 무척 뿌듯하다”고 했다.
김 대표가 개발한 레이더 센서 기술은 차량 내 사람과 사물의 위치를 감지해 운전자에게 알린다. 탐지 범위를 정밀하게 조정해 심장박동이나 호흡도 탐지할 수 있어 사람과 사물을 정확히 구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국내 완성차 업체 및 부품업체들과 협력해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병원에서도 레이더 기술을 응용해 사용할 수 있다. 환자 호흡이 급격히 가빠졌다면 이를 레이더 센서가 인지해 위험신호를 의료진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서울대병원과 함께 일반 병실에 적용하는 걸 목표로 공동 개발하고 있다”며 “향후에는 고독사 방지 등에도 레이더 센서를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김 대표는 KAIST에서 석·박사로 10년 이상 무선 분야를 전공하면서 창업의 꿈을 키웠다. 논문 속에서 기술을 다루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진짜 기술’을 개발해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는 잠시 다니던 대기업도 퇴사하고 2019년 대전에서 1인 기업을 꾸렸다. 창업의 길은 만만하지 않았다. 차량 부품사들에 기술 시연을 해볼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김 대표는 “열심히 발품을 팔며 50번 이상 요청한 끝에 겨우 한 업체에서 시연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며 “다행히도 완벽하게 센서가 작동했고, 그 시연이 계약까지 이어져 정말 큰 행운이었다”고 했다.
프로젝트가 하나 둘 성과를 내면서 에이유는 올해 매출 10억원을 올렸다. 내년에는 실제 차량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센서 대량생산에 나서겠다는 게 김 대표의 목표다. 그는 “몇 년 내로 레이더를 단 차량들을 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해외 업체에도 수출할 수 있도록 해외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