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 물가위험 헤지 수단 아냐…비트코인·부동산이 유망”

미국 내 물가가 급등하고 있는데도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자산으로 꼽혀온 금값은 횡보를 거듭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물가상승 위험을 피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자산으로 꼽혀온 금이 더 이상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상품’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투자회사 래퍼 텡글러 인베스트먼트의 낸시 텡글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20일(현지시간) CNBC에 출연한 자리에서 “투자자들은 이제 생각을 바꿔야 한다”며 “금과 같은 귀금속은 물가가 고공행진을 벌였던 1970년대에도 수익을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물가가 뛰면 금을 사라’는 말이 통계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이다.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982년 이후 최고치인 6.8%(작년 동기 대비) 급등했다. 하지만 금값은 이 지수가 발표된 이후에도 1%정도 오르는 데 그치고 있다.

텡글러 CIO는 “물가상승을 헤지하려는 수요가 (금보다) 주식과 부동산, 부동산신탁 등 부문에서 오히려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했다. 그는 “달러가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인다면 금값이 좀 탄력을 받을 수 있겠지만 금 외의 다른 금속이 두각을 나타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 금값은 미국 물가가 급등했던 1974~1975년에도 안정세를 유지하다 1980년에서야 급등했다.
투자은행 파이퍼샌들러의 크레이그 존슨 기술담당 선임애널리스트도 같은 방송에서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존슨 애널리스트는 “금을 인플레이션에 대항할 성공적인 수단으로 여겨온 건 통화 당국이 너무 많은 돈을 찍어낸다는 사실 때문”이라며 “하지만 작년 초 이후 금값은 5년 기대 인플레이션과 비트코인, 리츠(부동산투자신탁) 등의 수익률을 꾸준히 밑돌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시점에서 금은 물가상승 위험을 피할 만한 수단이 아닌 것 같다”며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비트코인이나 부동산이 나아 보인다”고 했다.
금값은 20일(현지시간) 장중 트로이온스당 1800달러를 밑돌고 있다. 야후파이낸스 제공
존슨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금값의 향후 추세를 결정하는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1850달러다. 금값은 지난달 중순 1850달러를 돌파한 적이 있다.

이날 금값은 전날 대비 0.5% 안팎 하락한 트로이온스당 1795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코로나19 신규 변이인 오미크론 확산세가 가팔라지면서 투자 수요가 다소 위축됐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