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되찾은 '아이티 피랍' 美선교단, 석방 아닌 탈출이었다

선교단체 "17명 중 5명 풀려난 후 12명이 한밤중에 탈출 감행"
아이티에서 갱단에 납치됐다 두 달 만에 자유의 몸이 된 미국 선교단은 갱단에 의해 풀려난 것이 아니라 한밤중에 스스로 탈출한 것이었다고 피랍자들이 속한 선교단체가 밝혔다. A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오하이오주 소재 기독교 선교단체 CAM은 2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피랍자 17명 중 마지막까지 남은 12명이 지난 15일 밤 탈출을 감행했다고 전했다.

CAM은 피랍자들이 모두 건강한 상태라며, 미국서 재회한 사진과 영상도 공개했다.

미국인 16명, 캐나다인 1명으로 이뤄진 이들 선교단은 지난 10월 16일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외곽 크루아데부케의 보육원을 방문하고 오던 길에 납치됐다. 피랍자 중엔 미성년자 5명도 포함됐다.

아이티 당국은 '400 마우조'라는 갱단이 납치를 저질렀으며, 이들이 인질의 몸값으로 1인당 100만 달러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납치 한 달을 넘긴 지난달 21일 인질 중 2명의 석방 소식이 처음 전해졌고, 이달 초 3명이 추가로 풀려났다. 이어 CAM은 지난 16일 남은 12명도 모두 안전하게 돌아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엔 자세한 귀환 경위는 밝히지 않았다.
피랍자들은 참석하지 않은 채 열린 이 날 기자회견에 따르면 5명이 먼저 풀려난 후 남은 12명은 탈출을 결심하고 15일 밤을 '디데이'로 택했다. 웨스턴 쇼월터 CAM 대변인은 "때가 왔다고 느꼈을 때 그들은 닫혀있던 문을 열 방법을 찾아 조용히 줄지어 나갔다"며 "근처에 경비가 많았지만 갇혀있던 장소를 재빨리 벗어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생후 10개월과 3살 아기를 포함한 일행은 이후 어둠 속에서 거친 수풀을 헤치며 여러 시간을 걸었고, 날이 밝을 무렵 누군가를 발견하고 구조 요청 전화를 걸 수 있었다고 선교단체는 말했다.

이후 미국 해안경비대의 항공기로 미국 플로리다로 옮겨진 후 먼저 풀려난 5명과 재회했다.

CAM은 납치 후 두 달간 이들이 여러 장소에 갇혀 있었으며, 납치범이 신체적으로 해를 가하진 않았다고 전했다.

성인에겐 밥과 콩 등 소량의 음식을 줬으며 어린아이들에겐 적당한 음식이 충분히 제공된 것으로 전해졌다.

CAM은 몸값을 치를 만한 돈이 모금된 덕에 협상을 계속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으나 몸값이 지급됐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카리브해 극빈국 아이티에선 대통령 암살과 대지진 등으로 혼란이 계속되면서 치안도 급격히 악화해 몸값을 노린 갱단의 납치가 자주 벌어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