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1년] ② 영국의 시선은 아시아로…EU와는 갈등 고조

한국 G7 초청 등 아태 지역과 관계 강화 추구…중국에 대립각
북아일랜드 협약·어업권·오커스 등으로 영-EU 긴장
영국은 유럽연합(EU)과 결별후 '글로벌 브리튼'(Global Britain)을 내세우며 외교 관계를 새로 설정하고 국제 사회에서 독자적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행보를 하고 있다.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눈을 돌리는 한편, 중국에는 홍콩과 인권문제 등을 고리로 대립각을 세웠다.

EU와는 북아일랜드 협약, 어업권 등 여러 사안에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 브리튼'…아시아로 기울며 한국에 관심
영국은 브렉시트 후 외교적으로 독립적인 입지를 다지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EU와 관계는 느슨해지는 대신 경제·외교적으로 중요성이 커지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기우는'(tilt) 전략을 세웠다.

특히 대중국 전선에서는 선두에 나서서 '미중' 양자 구도에서 목소리를 키우려는 모습이다.

퀸 엘리자베스호가 이끄는 항모타격단(전단·CSG)의 첫 아시아 순방은 브렉시트 후 영국의 이런 행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퀸 엘리자베스호는 한국, 일본, 인도, 싱가포르 등을 다니며 지역에서 영국의 군사력을 과시했다.

중국에 맞서는 미국·영국·호주의 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도 브렉시트 후 영국 전략변화를 드러낸다.

영국은 또 올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신청을 하고 협상을 시작했다. 가입시 CPTPP 창설 국가가 아닌 첫 회원국이 될 전망이다.

CPTPP는 미국이 주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미국이 탈퇴하자 일본, 호주 등 나머지 국가들이 수정해 만든 협정이다.

11개국 간 무역 장벽 대부분을 없애지만 EU와 달리 회원국에 법 준수를 강요하지 않고, 단일시장이나 관세동맹 구성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의 파트너십을 추진하거나 주요 7개국(G7) 의장국으로서 정상회의 등에 한국, 호주,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초청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특히 한국과 과학기술 등 여러 분야의 협력을 꾀하면서 올해 정상부터 장관까지 여러 급에서 양자회담을 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교환을 하는 등 공을 들였다.

영국으로선 아태 지역에서 척진 중국, 이미 긴밀한 사이인 일본, 영연방인 호주를 제외하고 새로 관계를 깊이 맺을 국가를 찾다 보면 한국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양국은 내년에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개시할 예정이다.

지금은 통상공백이 없도록 EU 때와 같은 수준으로 한-영FTA를 체결해둔 상태다.

◇북아일랜드·어업권·오커스…EU와는 갈등 고조
영국과 EU는 3년여간 영국의 탈퇴 조건을 두고 협상을 벌이다가 지난해 무역을 비롯한 미래관계에 대한 협상을 진통 끝에 막판 타결했다.

그러나 '이혼서류'에 서명을 한 후에도 다툼이 계속되는 등 양측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모습이다.
이들은 북아일랜드 통관, 영불해협 내 어업권, 코로나19 백신 공급, 영국 주재 EU 대사의 외교적 지위 인정 문제 등을 놓고 곳곳에서 신경전을 벌이고 갈등을 빚으면서 브렉시트 후 악화한 관계를 드러냈다.

그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쟁점은 영국과 북아일랜드 간 통관 문제를 다룬 북아일랜드 협약이다.

북아일랜드는 영국 영토이지만 본토와 떨어져서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이 때문에 영국과 EU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에 물리적 국경을 설치하는 대신 북아일랜드는 EU 단일시장에 남아 EU 규제를 따르도록 하는 내용의 '북아일랜드 협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영국 본토에서 북아일랜드로 건너가는 상품에 통관·검역 절차를 적용하되 올해 3월 말까지 식료품은 통관 검사를 유예하기로 했다.

그러나 본토와 북아일랜드 사이에 통관·검역을 두는 방안이 순탄하게 진행되진 않았다.

영국은 유예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연장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하며 EU의 반발을 샀다.

이어 영국은 아예 북아일랜드 협약의 대대적 개정을 요구하면서 최악의 경우 협약 16조를 발동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EU를 압박했다.

이 조항은 협약이 심각한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문제를 부르면 어느 쪽이든 개입하고 협약 일부를 유예할 수 있도록 하는 긴급 장치다.

영국은 통관·검역 면제, 유럽사법재판소(ECJ) 분쟁개입 배제, 영국 승인 의약품은 EU 미승인이라도 판매 허용 등을 요구사항으로 내걸었다.

양측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으나 아직 타협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양측의 이 같은 갈등은 영국에서 북아일랜드로 들어가는 냉장육의 이동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소시지 전쟁'이라고도 불린다.
영국은 EU 회원국 가운데서는 특히 프랑스와 계속 마찰을 빚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의 갈등은 브렉시트 이후 영불해협 내 어업권을 둘러싼 분쟁으로 올해 본격적으로 가시화됐다.

9월에는 오커스 출범으로 프랑스와 호주간 잠수함 공급 계약이 깨져서 외교적 긴장이 높아졌다.

지난달 난민 보트 침몰로 촉발된 이주민 유입 공방은 양국이 참사 책임과 대책을 서로 떠넘기면서 악감정을 재확인한 사례였다.

프랑스가 브렉시트 후 주권 문제를 들어 영국의 공동 순찰 제안을 거절하면서 결국 이주민 문제는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에서는 브렉시트 담당 부장관이 정부의 코로나19 규제 반대를 이유를 들며 사임해버리고 리즈 트러스 외무장관이 브렉시트까지 챙기는 임무를 맡는 등 혼란이 벌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