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때 주식 열공하자"…고3·대학생들 '열기'

온·오프라인 투자 강연회 성황

"주식투자 실패 주된 원인은
일확천금 심리와 질투심
3년 이상 기업·시장 공부해야"

"글로벌 제조 경쟁력 갖춘
한국 기업 가치 재평가될 것"
고3 학생과 대학생을 위한 투자강연회 ‘어서 와~ 투자는 처음이지’가 21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열렸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오른쪽)와 한경 유튜브 채널 주코노미TV 진행자 나수지(가운데), 한경제 기자가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워런 버핏은 열한 살에 주식 투자를 시작했는데 아홉 살에 시작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대요. 여러분도 일찍 시작할수록 좋습니다.”

입시를 마친 고3 학생과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이 주식 전문가들의 강연에 귀를 쫑긋 세우고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메모를 했다. 한국경제신문사 경제교육연구소 주최로 21일 서울 중림동 한경 본사 다산홀에서 열린 ‘고3 예비대학생과 대학생을 위한 투자 강연회’에서는 10~20대의 주식 투자에 대한 높은 관심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강연을 많이 다니지만 고등학생·대학생 대상 강연은 흔치 않은 기회”라며 “투자를 일찍 시작해 장기 투자 효과를 누리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등생 때부터 투자…공부하러 왔다”

‘어서 와~ 투자는 처음이지’ 강연회가 메타버스 플랫폼 개더타운에서 함께 열렸다. 참석자들의 아바타가 모여 강연을 듣고 있다.
이날 행사엔 고3과 대학생 60여 명이 참석했다. 코로나19 상황이어서 오프라인 참석 인원을 제한했다. 대신 메타버스 플랫폼 개더타운과 유튜브로 온라인 강의를 병행했다. 개더타운 강연은 신청 인원이 폭주해 참석자를 당초 100명에서 250명까지 늘렸다. “주식 공부를 무엇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요” “주식 투자 전문가들의 루틴(하루 생활 패턴)을 알려 주세요” 등 학생들의 질문이 밀려들어왔다.

염 이사는 “주식 투자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한 청중의 질문에 “인터넷이 아니라 지면 신문을 읽으면서 산업 흐름을 읽고 기업의 미래를 예측하는 눈을 길러야 한다”며 “나도 주가 예측에 대한 아이디어를 지면 신문에서 얻는다”고 답했다.강연 참석자 중에는 이미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는 학생도 적지 않았다. 오정민 학생(고양외국어고 3학년)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주식 투자를 시작해 제약주 투자로 수익을 냈다”며 “대학 진학 후 본격적으로 해 볼 생각”이라고 했다. 최혜민 학생(18)은 “강연을 듣고 오면 아빠가 아무 종목이나 한 주를 사 주기로 했다”며 “전문가들 얘기를 들어본 뒤 어느 종목에 투자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긴축 완화…시장 분위기 바뀔 것”

염 이사는 강연에서 인플레이션을 설명하며 주식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똑같은 1000만원으로 1980년엔 짜장면 2만 그릇을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1600그릇밖에 못 산다”며 “돈 가치가 10분의 1 아래로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고채 금리가 연 1%대에 불과하지만 코스피지수는 장기적으로 우상향 추세”라고 말했다. 염 이사는 주식 투자에서 경계해야 할 것으로 일확천금 심리와 질투심을 꼽았다. 그는 “질투심은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없게 한다”는 찰리 멍거 벅셔해서웨이 부회장의 말을 인용하며 “질투심은 주식 투자의 가장 큰 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소 3년은 기업에 대해 공부하고 실제 투자하면서 배우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법을 소개했다. 윤 연구원은 손쉬운 분산 투자와 다양성을 ETF의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코스피200 개별 종목에 분산 투자하려면 약 20억원이 필요하지만 ETF인 TIGER200에 투자하면 3만9450원(21일 종가)으로 코스피200에 분산 투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그렇다면 현재 국내 주식시장은 투자 수익을 기대할 만한 상황인가.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이 마지막 강연자로 나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놨다. 정 팀장은 올해 하반기 국내 주식시장을 약세로 이끈 요인을 △미국과 중국의 탈동조화 △외국인 투자자 이탈 △한국 기업의 성장 스토리 부족 등 세 가지로 꼽았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이 세 가지 요인이 모두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정 팀장은 “중국이 긴축 완화 조짐을 보이고 한국 전기·전자업종을 집중적으로 매도하던 외국인 수급에도 변화가 감지된다”며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애플 알파벳 테슬라 등 미국 기업들의 생산 파트너로 제조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의 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