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 근간인 세제를 나룻배 흔들듯 할 건가

부동산 세제를 둘러싼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선 후보의 오락가락이 목불인견이다. 선거에 이득이 될 것 같으면 조변석개(朝變夕改)는 기본이고, 국가 근간인 세제까지 맘대로 주무를 수 있다는 위험한 발상이 차고 넘친다.

양도세 유예 조치를 둘러싼 극심한 혼선과 좌충우돌은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다주택자를 엄청나게 중과세해 손해보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던 이재명 후보는 지난 주부터 돌변했다. 양도세 중과 목적이 “다주택자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다”라며 ‘중과세 1년 유예’를 전격 제안했다. “지금 안 되면 새 정부에서 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당선 뒤 실천할지 여부는 아마 본인도 모를 것이다. 하도 말을 바꾸다보니 “곧 자신이 이재명이란 사실도 부인할 듯하다”는 비아냥까지 나온다.여당의 갈지자 행보도 인내심을 테스트 중이다. ‘보유세 강화가 대원칙’이라며 온갖 징벌적 보유세 인상을 ‘업적’이라고 자랑하더니 갑자기 표변했다. 송영길 대표의 “정책 잘못으로 집값 올려놓고 세금을 많이 때리느냐는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는 발언은 듣는 귀를 의심케 한다. 올 4월 재·보궐선거 전에 온갖 부동산 세금완화를 약속했다가 선거 뒤 없던 일이 됐던 점을 떠올리면 송 대표의 말 역시 신뢰가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엎치락뒤치락 끝에 여당은 내년 보유세를 올해 공시가격으로 부과하는 기막힌 꼼수까지 들고나왔다. 과표 인상을 미뤄 2주택자의 재산세·종부세·건강보험료 등을 1년간 ‘동결’하는 선심을 쓰겠다는 것이다.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편법의 극치다. ‘공시가 현실화’가 예정대로인 만큼 2023년에는 더 큰 보유세 폭탄이 투하될 텐데, 이런 눈 가리고 아웅이 따로 없다.

여당의 ‘보유세 폭탄’에 5년 내내 보조를 맞춰온 정부가 이번에도 조력자를 자처했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보유세에 올해 공시가 적용 및 상한 설정,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등의 세금 완화방안을 여당과 협의하고 있다. ‘다주택자 핀셋 완화’를 위한 종부세법 시행령 개정 작업도 진행 중이다.

납세는 국가에 의한 일방적 강요라는 점에서 설득과 동의가 무엇보다 긴요하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여당 행태는 세제를 뿌리부터 흔드는 것이다. 현 정부 4년간 부동산 보유세가 0.44%포인트 치솟은 1.22%로 OECD 평균(1.07%)을 넘어섰다는 분석도 나왔다. 집권당으로서 일말의 책임감을 느낀다면 ‘세금 매표(買票)’를 멈추고 근원적 해법을 고민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