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내년은 '중국판 나스닥'…국내 첫 STAR50 ETF 쏟아진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책과 싸우지 마라." 중국 투자자들은 올해 이 같은 격언을 마음에 새겼다.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로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주가가 곤두박질 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거꾸로 중국 정부가 밀어주는 기업에 투자하는 건 어떨까.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상하이 커촹반에 투자하는 상품이 내년 초 대거 쏟아지는 배경이다.

○ 국내 첫 STAR50 ETF 출격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신한자산운용은 내년 1월 중순께 커촹반50(STAR50) 지수를 기반으로 한 상장지수펀드(ETF)를 내놓기 위해 준비 중이다. 현재 상장을 위한 심사 절차를 밟고 있다.이 중에서 신한자산운용의 ETF는 유일한 액티브 상품으로, 지수를 단순 추종하는 게 아니라 반도체, 신재생, 전기차, 헬스케어, 농업 등 중국 정부가 육성하는 분야에 집중 투자한다.

패시브 3종이 동시 상장하는 만큼 운용사들은 막판까지 보수율 수준을 두고 고심 중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는 실물 주식을 직접 담는 반면,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합성형 ETF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합성형 ETF는 실물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타 금융기관과의 스와프 거래를 통해 기초지수 등락만큼 수익률을 가져가는 형태다. 운용사 입장에서는 투자자들이 지불하는 수수료를 낮추려면 그만큼 운용사가 가져가는 몫을 줄여야 한다.

커촹반은 중국이 혁신기업의 자본조달을 위해 2019년 상하이거래소에 개설한 증권시장이다. 중국의 나스닥 시장으로 통한다. STAR50지수는 커촹반에서 상장한 지 1년 이상된 종목 중 시가총액이 크고 유동성이 좋은 상위 50개 기업으로 구성된다. 정보기술(IT) 등 기술분야 종목 비중이 약 60%다. 반도체, 로봇 등 중국 신산업 유망주를 대거 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서학개미들은 미국 나스닥100지수 및 레버리지 ETF를 대거 사들였다"며 "내년은 중국판 나스닥 ETF의 시간이 올 것"이라고 했다.국내에 STAR50 ETF가 나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메리츠증권은 지난달 STAR50 상장지수증권(ETN)을 출시한 바 있다.

국내 STAR50 ETF는 해외 상장 관련 ETF보다 접근성이나 투자 전략 측면에서 강점이 크다는 평가다. 미국에 상장된 '크레인셰어즈 SSE STAR 마켓 50 인덱스 ETF(KSTR)'와 홍콩에 상장된 'CSOP STAR50 인덱스 ETF', '프리미아 차이나 STAR50 ETF' 등이 이 지수를 기반으로 한다. 모두 패시브 ETF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KSTR은 접근성이 높지만 미국 정부의 제재로 인해 STAR50지수 중 가장 비중이 큰 반도체 기업 SMIC가 빠져 실제 지수와 차이가 있다.

○ "中 규제 리스크 정점 지나"


증권가에서는 내년 중국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기업들의 정부 친화적인 움직임과 반독점법 세칙 발표로 규제 리스크는 정점을 지나고 있다"며 "선진국은 통화 정책이 빠르게 긴축으로 전환되는 반면 중국은 일부 완화적 정책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국 증시 부진에도 본토 주식 시장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입되는 배경이다.NH투자증권은 2022년 중국 유망 ETF 중 하나로 STAR50지수 ETF를 꼽으면서 "향후 정부가 육성하는 신경제 관련 성장성 높은 기업들로 구성돼있어 CSI300지수 등 기존 대표지수 대비 우수한 성과를 이어갈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중국 투자 기회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거래소는 5월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ETF 교차 상장 등의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한국거래소와 중국증권지수유한공사(CSI)는 국내와 중국 시장에 상장된 우량주를 모아놓은 한·중 공동 지수 3종을 지난 20일 발표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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