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위 '내홍 수습' 전권 받은 김종인…"그립 강하게 잡겠다"

尹도 "그렇게 해달라" 힘 실어

金 "지금 전면 개편은 어려워"
총괄상황본부 권한 집중할 듯
조수진 공보단장 후임에 김은혜

당내 일각 "달라진 게 없다"
< “반대 의견도 듣겠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2일 전주 전북대에 있는 이세종 열사 표지석 앞에서 헌화하고 있다. 윤 후보는 당초 추모비에 헌화하려고 했으나 5·18 단체들이 막아서면서 표지석까지만 접근할 수 있었다. /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잇따른 선거대책위원회의 내홍에 “조직 장악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그렇게 해달라”며 김 위원장에게 힘을 실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공동상임선대위원장직 사퇴라는 ‘충격 요법’이 선대위 지휘체계 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효율적 선대위’로 탈바꿈할까

윤 후보와 김 위원장은 22일 서울 여의도동 국민의힘 당사에서 만나 이 대표와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의 선대위 동반 사퇴 이후 선대위 개편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윤 후보는 회동 후 기자들을 만나 “선대위가 조금 더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김 위원장이 그립(장악력)을 좀 더 강하게 잡고 하시겠다고 했고, 저도 그렇게 해달라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최근 선대위 조직 내 지휘체계 난맥과 불협화음이 두드러지자 ‘효율적 선대위’를 주장한 김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선대위에 전격 합류하면서 선대위 ‘원톱’을 맡았지만, 후보를 비롯해 선대위와 ‘엇박자’를 내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일 김 위원장이 ‘네거티브 공세 중단’ 요청에 윤 후보는 “한국 정치사에 그런 적이 없었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윤 후보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이나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등에 대해서도 당 입장과 달리 찬성 의견을 밝혔다.

이 대표의 선대위 퇴진이 이 같은 문제 때문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김 위원장에게 힘이 실리는 쪽으로 지휘체계가 바뀔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사회과학과 특임교수는 “이 대표의 선대위 사퇴로 ‘김종인 중심’ 선대위가 실질적으로 이뤄질 기반이 조성됐다”고 말했다.전날 사의를 밝힌 조수진 공보단장 후임으로는 김은혜 의원이 내정됐다. 선대위 관계자는 “김 의원은 김 위원장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을 때 대변인으로 활동하는 등 김 위원장 생각을 잘 헤아리는 의원”이라며 “윤석열 대통령 후보 측과 김 위원장 간 메시지 조율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金 ‘총괄상황본부’ 힘 싣기 나서

선대위 운영 문제가 불거지고 있지만 ‘본부장 총사퇴’ 등을 통한 더불어민주당식 전면 쇄신 같은 개편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본부장급 일괄 사퇴’ 가능성에 대해 “전혀 그런 이야기는 나온 것이 없다”며 “슬림화하거나 (누군가를) 잘라낸다는 이야기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도 이 대표와의 오찬 후 기자들을 만나 “지금 시점에서 선대위를 개편하려면 또 한 번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며 “각 본부의 기능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게끔 내가 끌어가겠다”고 했다. 대신 “총괄상황본부를 통해 후보의 일정이나 메시지를 지금처럼 방관하지 않고 조율하겠다”며 “이를 통해 효율성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선대위 비대화에 따른 비효율과 부서 간 불통의 문제를 총괄상황본부를 통해 타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실무 과정에서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선대위 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는 권성동 사무총장도 선대위 본부장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임 본부장과 내가 중심이 돼서 선대위 내에 조직이 유기적으로 돌아갈 수 있게끔 역할을 맡자고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이 정도의 변화로는 달라질 게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종인·김한길·김병준’의 ‘3김(金) 체계’가 여전하고, 선대위 내에서도 세력 다툼 요소가 남아 있어 언제든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동훈/좌동욱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