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만 바라보던 방산株 KAI…우주 성장株 변신 '카운트다운'

실적 악화로 주가는 약세
코로나 여파에 항공부품 부진
세네갈 등 항공기 수출 추진
내년 영업익 38% 증가 전망

우주 개발 수혜주로 주목
PER 30배 '눈높이' 달라져
2030년 우주 매출 3조 목표
"10년 보고 투자할 성장주"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1배다. 중국의 대표적 방산업체인 중국항공기술은 12배다. 미국과 유럽 방산업체 가운데 PER이 20배가 넘는 곳은 없다. 방산주는 수출이 제한적이고 각 나라 국방 예산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기 때문에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을 받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국 방산업체도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국방부 예산을 얼마나 따느냐에 실적이 좌우됐다. 하지만 올 들어 변화가 포착되고 있다. 국내 방산 대장주 격인 한국항공우주(KAI)는 12개월 선행 PER이 올해 내내 30배를 넘은 상태에서 거래되고 있다. 글로벌 방산주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수출 증가와 우주 개발 수혜주로 주목받으며 시장의 눈높이가 달라졌다. 주가는 연초 급등 후 지지부진했지만 주가 재평가의 불씨는 여전하다는 게 증권업계 평가다.

○내년도 수주 회복 기대

한국항공우주는 22일 0.49% 오른 3만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말 2만7300원까지 빠진 뒤 이달 들어 12.63% 반등했다. 올해 전체로 보면 주가는 지지부진했다. 연초 2만원 후반대에서 4만원 초반대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우하향했다. 아직까지 연초 고점(4만1000원) 대비 25.00% 떨어진 상태다.

실적이 문제였다.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지난해 대비 각각 6.19%, 24.07% 떨어진 2조6504억원, 1059억원이다. 1년 전만 해도 1923억원이었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급격히 줄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민항기에 필요한 기체 부품 매출이 줄었고 완제기 수출도 감소했다.실적 감소분에 비하면 주가는 상대적으로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적 감소가 일시적이라는 전망이 주가 하단을 지지했다. 기체 부품의 주요 수요처인 보잉과 에어버스가 인도 대수를 늘리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내년도 기체 부품 예상 매출은 올해보다 41.6% 늘어난 7470억원이다. 고등훈련기 TA-50 신규 양산과 한국형 전투기 KF-21 관련 매출도 더해진다.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올해보다 38.5% 증가한 1468억원이다.

수출국 다변화 기대도 있다. 완제기 수출을 놓고 인도네시아에 이어 세네갈, 말레이시아와 논의하고 있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1분기 말레이시아와 세네갈 수주를 받는다면 2014~2016년 때와 같은 실적 성장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 개발 최대 수혜주로

한국항공우주를 둘러싼 가장 큰 기대는 우주 개발이다. 한국항공우주는 2030년까지 우주 관련 매출 3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30년에 우주선을 출시하겠다는 계획도 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한국항공우주의 2019년 우주 분야 매출은 124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5% 미만이다. 매출 증가에 따라 우주 산업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점차 반영할 수 있다. 1년 전 19배였던 12개월 선행 PER이 31배까지 높아진 이유 중 하나다.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항공우주는 국내 물류 기업의 범위를 우주까지 확장시킬 수 있는 곳”이라며 “차기 우주선 개발 프로젝트에서 정부와 함께 연구개발을 주도적으로 수행할 예정이고 2030년부턴 관련 시장에 본격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0년을 보고 투자할 경우 포트폴리오에서 빠지지 않을 종목이란 얘기다.

한국항공우주의 목표주가 평균은 3만9000원이다. 이달 들어 목표주가를 내놓은 증권사 네 곳은 목표주가로 4만원 이상을 제시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