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놀자' 해외 눈 돌릴 때, 안방 파고든 '여기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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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은 숙박앱 선두경쟁여행 숙박 플랫폼 2위 여기어때가 안방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렌터카·공간대여 등 신사업에 잇따라 진출하고, 정보기술(IT) 인력을 대규모로 뽑고 있다. 국내 1위 업체인 야놀자가 해외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틈새를 노려 국내시장 격차를 줄이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2위' 여기어때, 렌터카 예약 이어
공간대여 서비스도 뛰어들어
파격 대우로 IT 인력 대거 충원
국내숙박 시장 '독보적 1위' 없어
선두권 업체간 경쟁 치열해질 것
○ 공간대여·렌터카 등 사업 확장 ‘속도’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여기어때는 내년 초 ‘공간대여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카페, 파티룸, 식당 등을 하루 또는 일정 기간 대여하는 서비스로, 입점 업체들을 모집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전국 렌터카 가격을 실시간으로 비교, 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놨다. 최근 해외여행 전문 여행사 온라인투어 지분 20%를 500억원에 인수하며 해외여행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호텔·리조트, 모텔 등 숙박업소 예약 중개 사업을 하던 여기어때는 지난해 맛집 큐레이션 서비스 망고플레이트를 인수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숙박과 식당, 교통 및 항공, 레저 등 여행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하나의 앱에서 모두 제공하는 ‘슈퍼앱’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지난 5월 CVC캐피털 한국사무소 출신 정명훈 대표가 취임하면서 공격적인 행보가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사모펀드 출신인 정 대표는 취임 때부터 ‘기업인으로서 도전하러 왔다’며 렌터카·항공·철도 등 신사업 분야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여기어때는 성장을 위해 IT 역량 강화에 나섰다. 200명 규모 IT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2018년 이후 약 3년 만의 대규모 채용이다. 현재 임직원 430여 명 중 120여 명이 IT 인력이다. 채용이 완료되면 직원 중 IT 인력 비중이 50%를 넘는다. 팀장급 개발자에겐 사이닝 보너스와 스톡옵션 등 기본 1억원을 지급하는 파격적 대우로 인재들을 끌어당기고 있다.광고 마케팅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여름, 겨울 등 특정 시즌에 이용하는 여행 숙박 앱은 마케팅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여기어때가 지난 7월 힐링을 주제로 만든 ‘도망가자’ 광고 시리즈는 공개 한 달 만에 조회 수 1000만 뷰를 넘겼다. 최근 연말을 맞아 래퍼 이영지와 가수 장범준을 모델로 기용한 광고를 공개했다.
○ 야놀자와 다시 한판승부 시동
2014년 출시된 여기어때는 후발주자임에도 2011년 앱을 먼저 선보인 야놀자와 수년간 1·2위 다툼을 벌였다. ‘수수료 0원’ 전략으로 입점 업체 수를 공격적으로 늘려 2016년에는 월간이용자수(MAU) 기준으로 야놀자를 제치기도 했다.하지만 여기어때는 개인정보 유출과 창립자의 배임 등 악재가 터지면서 마케팅에 제동이 걸렸다. 결국 2019년 영국계 사모펀드 CVC캐피털파트너스에 매각됐다. 이후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며 야놀자와 격차가 벌어졌다. 지난해 여행·숙박 부문 기준 야놀자 매출은 1916억원, 여기어때 매출은 1287억원이다.추격자인 여기어때가 주춤한 사이 야놀자는 ‘IT와 여행업의 결합’을 내세워 소프트뱅크비전펀드 등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자금력을 앞세워 항공권 예약서비스에 경쟁력을 갖춘 인터파크 여행·공연 예매 사업부, 애드테크 기업 데이블 등을 인수해 몸집을 불리고 있다.
재반격에 나선 여기어때는 야놀자가 해외 B2B(기업간 거래) 사업에 주력하는 사이 국내여행 시장에서 다시 승부를 보겠다는 계산이다. 호캉스 등 새로운 국내여행 소비자들이 시장에 유입되면서다. 소비자 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1만335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최근 1년간 야놀자를 이용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20.4%, 여기어때는 14.7%로 각각 1, 2위를 기록했다. 3위는 14.0%가 응답한 네이버였다. 숙박 시장을 독점한 1위 사업자가 아직 없다는 의미다.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고객의 앱 충성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아직 절대 강자가 없는 시장 특성상 1위 업체라도 한순간에 경쟁사에 역전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