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손님 다 끊겨…가게 문 닫고 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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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와 '거리두기 철폐' 외친 자영업자들“2년 동안 계속 참았는데, 더 이상 못 참겠습니다. 손님이 한 명도 오지 않는데 시위 안 하게 생겼습니까.”
전국 곳곳서 광화문에 모여
"더 못 버텨…영업제한 풀어라"
비대위, 299명 집회 참여 신고
외식업 등 6개 자영업 연합단체
"전국 동맹 집단휴업 돌입할 것"
"미접종자에 무료 커피" 카페도
22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는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반대하는 자영업자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였다. 200여 명의 자영업자는 설치된 무대 앞에 앉아 “영업제한 철폐하라”는 구호를 반복해 외쳤다. 일부는 펜스로 둘러싸인 시위 장소에 입장하는 것을 두고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전국 각지에서 집결
이날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의 방역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정부에 방역패스 및 영업제한 철폐,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반대 등을 요구했다. 비대위는 집회 참석 인원을 299명으로 신고했다.정부는 지난 18일부터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중단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강화했다. 다음달 2일까지 전국적으로 사적모임은 4명으로 제한된다. 식당·카페는 오후 9시, 영화관·PC방은 오후 10시까지만 영업할 수 있다.자영업자들은 전국 곳곳에서 광화문으로 모여들었다. 부산 사상구에서 이자카야를 운영하는 정소영 씨(34)는 “가게 문을 닫고 상경길에 올랐다”고 했다. 그는 “부산, 경상도 지역 자영업자 80여 명이 버스 2대를 대절해 올라왔다”며 “21일엔 손님 2팀이 방문해 하루 매출이 8만7000원밖에 안 나온 마당에 차라리 문을 닫고 집회에 나오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동작구에서 한식집을 하는 김모씨(34)도 가게 문을 닫고 시위에 참여했다. 그는 “코로나 확산 이후 2년 동안 받은 대출만 9000만원이고 대부분 임차료, 인건비, 생활비로 지출했다”며 “더 이상 대출도 나오지 않아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알리고자 시위에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많은 자영업자가 정부의 행정조치를 따랐음에도 불구하고 손실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방역패스를 비롯한 시설이용 제한도 손실보상법으로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지현 자영업자비대위 공동대표는 “또다시 자영업자들의 극단적 선택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며 “자영업자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영업시간 제한과 인원 제한을 철폐하고 병상 확보와 치명률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집회 현장에 기동대 14개 중대, 980여 명의 병력을 투입했다.
○자영업단체, 집단휴업 투표
자영업자들의 단체행동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6개 자영업 단체가 모인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대’는 정부의 방역대책에 반발해 지난 20일 전국 동맹 집단휴업을 결의했다.이들은 23일까지 찬반 투표를 진행해 가결될 경우 전국적으로 집단휴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단체 관계자는 “총연대에 소속된 자영업자는 150만 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전국적으로 14개 점포를 운영 중인 자영업자가 방역수칙을 거부하고 24시간 영업을 강행키로 한 사례가 등장한 데 이어 경기 부천시에선 “미접종자에게 무료로 커피를 제공하겠다”는 카페도 등장했다.
카페 운영자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점포 출입을 제한하는 차별을 지적하기 위해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의료체계가 무너지면서 많은 사람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하고 있기 때문에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계속 유지돼야 한다”면서도 “다만 자영업자 대상으로 집중적인 손실보상이 함께 가야 방역정책이 지속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