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갈등속 美인텔 낸드 인수 中승인받은 SK하이닉스…사업 확장

인수 발표 14개월만에 조건부 승인받아…D램에 치우친 사업구조 재편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점유율 13.5%…인수 완료시 20%로 2위

SK하이닉스가 미국과 중국 간의 치열한 반도체 패권경쟁 속에서도 미국 반도체 1위 기업 인텔의 낸드사업부 인수에 대한 중국 정부의 승인을 22일 최종적으로 받아냈다. 중국의 승인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인수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지만, 우여곡절 끝에 인수 발표 14개월 만에 중국의 조건부 승인이 떨어졌다.

8개 해외 경쟁 당국으로부터 모두 승인을 받은 SK하이닉스는 앞으로 인수를 위한 나머지 실무 작업을 마무리하고, 기존 D램에 치우쳐 있던 메모리반도체 사업을 D램과 낸드플래시 '양 날개'로 속도를 낼 계획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인텔 낸드사업부를 90억달러(약 10조7천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인수합병의 첫 관문인 경쟁 당국 기업결합 승인 심사를 받아왔다. 지난 7월 싱가포르의 승인을 받으면서 심사 대상 8개국 중 7개국(미국, EU, 한국, 대만, 브라질, 영국, 싱가포르)의 'OK 사인'이 떨어졌지만, 중국 당국의 승인이 좀처럼 나지 않았다.

올해 반도체 등 전략사업에서 미중 간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중국이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최대 반도체 기업인 인텔의 낸드 사업 정리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잇달았다.

실제로 최근 중국계 사모펀드 와이즈로드캐피털(WRC)은 미국에 상장된 시스템 반도체 중견기업 매그나칩반도체를 인수하려 했으나, 미 정부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반대해 인수 절차가 끝내 불발되는 일도 있었다. SK하이닉스가 인수하는 인텔 낸드 사업부 생산공장은 중국 다롄(大連)시에 있는데 중국 정부의 승인 없이는 인수가 불가능해 SK하이닉스 차원에서는 중국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번 SK하이닉스 인수 승인은 미중 갈등 속에서도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최종적으로 도출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입장에서는 인텔이 정리하는 다롄 낸드 팹에 SK하이닉스라는 새 주인을 세우고 지속적인 투자를 받을 수 있게 됐고, 미국은 인텔이 중국 대신 자국에 투자를 확대하는 리쇼어링 효과를 얻어 서로에게 이익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다만 중국 당국은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승인하면서 6가지 조건을 달았다.

SK하이닉스가 중국 시장에 PCIe 기업형 SSD, SATA 기업형 SSD 제품을 부당한 가격에 공급해선 안 된다는 것과 발효일로부터 5년간 이들 제품의 생산량을 지속 확대한다는 내용, 중국 경쟁업체의 경쟁을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내용의 서면·구두 계약 체결을 금지한다는 내용 등이다.
SK하이닉스는 중국 당국의 승인을 얻기 위해 다방면으로 중국 정부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보아오 포럼', '베이징포럼', '남경포럼' 등 중국에서 열리는 국제 포럼에 여러 차례 참석하며 중국 정·재계 인사와 네트워크를 쌓아온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측면에서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지난 9월 서진우 SK 부회장을 중국사업총괄로 임명하고 우시, 다롄 정부 주요 관계자를 만나 SK하이닉스의 인텔 인수 승인 필요성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D램 부문 세계 2위 생산 기업인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D램 제품에 편중돼 있다.

지난해 매출 중 D램 매출이 70.6%이고, 낸드플래시가 23.4%였다.

이 때문에 D램 업황이 출렁일 때마다 회사의 수익도 들쑥날쑥해 사업의 변동성이 크다는 것이 최대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2017년 일본 낸드플래시 기업 키옥시아에 지분투자를 한 데 이어 지난해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를 결정했다.

당시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결정은 인텔 출신인 이석희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13.5%로 3위다.

인텔 낸드사업 인수가 마무리되면 약 20%의 점유율로 1위 삼성전자 다음으로 점유율 2위까지 오를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당국의 승인을 받으면서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인수가 조만간 마무리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SK하이닉스가 약점으로 꼽혀온 낸드플래시 사업 강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