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1박2일 호남방문서 "동서화합" 강조…잇단 실언 논란도

'DJ 정신' 내세워 국민대통합 약속…"광주 AI 거점도시로"
'80년대 민주화운동' '부득이 국힘 선택' 등의 발언으로 또 논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호남 방문은 마지막 날인 23일까지 순탄치 않게 진행됐다.윤 후보의 이번 호남 방문 일정은 정권교체를 위해 중도·진보 진영까지 폭넓게 다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마련됐다.

그러나 광주에서는 첫 일정부터 '극빈층 자유' 발언에 항의하는 시위 등으로 어수선하게 시작했고, 오후에는 '80년대 민주화운동 수입' '부득이 국민의힘 선택' 등의 발언으로 실언 논란을 빚었다.

선대위 조직체계를 둘러싼 내홍을 뒤로 하고 민생 행보로 국면 전환을 모색했지만, 상처만 남긴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온다.윤 후보는 전날 전북 완주·전주에 이어 이날은 광주와 전남 순천·광양 등을 숨 가쁘게 누비며 각종 지역 현안 사업을 챙기고 동서 균형발전과 국민 통합을 약속했다.

민주당 지지층 일각에서 불거지는 '호남 홀대론'을 파고들며 외연 확장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시도로도 풀이될 만큼 광폭 행보를 벌였다.
특히 윤 후보는 이번 방문을 통해 '지역경제 발전'과 '미래 가치'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데 발언 초점을 맞췄다.그는 광주 AI 데이터센터를 찾아 "각 지역이 발전 전략을 세우고, 그것이 비교 우위에 있다면 중앙정부가 밀어주는 것을 균형발전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며 "차기 정부를 담당하게 되면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광주의 AI 산업에 재정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광주가 우리나라 4차산업혁명의 거점도시가 돼야 한다"며 인프라 구축 비용과 관련해 "정부가 선도 투자를 먼저 하고 민간이 들어와서 센터를 같이 활용하게 된다.

돈이 없어서 못 한다는 얘기는 안 나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오전 '김대중(DJ) 전 대통령 정신' 계승을 다짐하는 SNS 메시지를 냈던 윤 후보는 동서 교통·물류망을 구축해 영호남 지역감정을 해소하고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광주 군 공항 이전, 달빛고속철도 조기 착공, 새만금-포항 물류망 확충 등을 공약했다.
하지만 이 시각 센터 부지 밖에서는 윤 후보 방문에 항의하는 시위로 소란이 벌어졌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과 일부 친여 성향 시민이 모여 윤 후보의 전날 '극빈층 자유' 발언과 가족 의혹을 문제 삼았다.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지만, 윤 후보는 종일 '해명'에 상당한 에너지를 쏟아야 했다.

윤 후보는 극빈층 자유 언급에 대해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라는 취지의 지적을 언론으로부터 받자 "정제되지 않은 게 아니고, 말을 하면 앞뒤 취지를 봐야죠"라며 반박했다.

그는 "경제적으로 취약하고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국가가 지원을) 보강해서 경제적 능력도 올려주고 교육도 더 받게 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자유인이 되게끔 하는 것이 진정한 자유주의라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발언을 '빈곤층 폄훼'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상대 진영에서 지금까지 늘 해온 것처럼 '마타도어식'으로 한 것"이라며 "말 취지는 어려운 분들 더 도와주는 게 자유주의라는 것이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 해명에 대해 '시혜적 인식'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즉각 "그럼 복지가 시혜냐"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돈 있고 많이 배우고 힘 있는 사람만 자유인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자유인이 아닌 노예 같은 삶을 살게 되면 그건 자유주의 사회라고 할 수 없는 것"이라며 "시혜가 아니라, 그야말로 능력이 있는 자유인의 공동체에 대한 의무"라고 말했다.

'일자리 앱' 발언에 관해서도 "민관이 같이 쓰는 AI 알고리즘으로 돌아가는 것을 휴대전화 앱을 통해 볼 수 있다는 것은 기존에 해왔던 그런 앱이 아니다.

실업급여 신청을 하면 과거 구직신청 (정보를) AI가 판단해서 원하는 일자리 정보를 실시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학생들과 편하게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학생들을 이해시키고 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를 앞뒤 잘라서 그렇게 이야기 하는 것은 왜곡도 그런 왜곡이 없는 것"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하지만 전남 선대위 발대식에서 80년대 민주화운동을 주사파의 주체사상 이념 투쟁과 연결 짓는다거나, 국민의힘 입당 과정에 대해 '부득이한 선택'이었다고 언급한 발언 등에 논란이 새롭게 불거지면서 윤 후보의 1박 2일 호남 민생행보가 빛이 바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당 관계자는 "실수가 너무 많았다.

준비도 안된 일정을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라며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속에 시민과 직접 접촉도 제한적인데 에너지만 소모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