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인플레·테이퍼링 예상 못했다"…2021년 성적표 발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전망을 보면 얼마나 믿을만한 건지 늘 의문이 생깁니다. 과거의 성과가 미래의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그동안 얼마나 정확하게 시장을 분석했는지 궁금해지죠.

22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말 2021년 시장에 대해 예상한 내용을 점검했습니다. 총 10개의 질문에 대해 지난해 말 대답한 내용과 현 상황을 비교한 건데요. 몇 개나 맞췄을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1. '코로나19의 3차 유행이 1분기 국내총생산(GDP)를 하락시킬 것인가'
골드만삭스는 당시 아니라고 답했고, 맞았습니다. 먼저 정부의 제한이나 자발적인 경제활동 축소가 팬데믹 초기보다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백신접종이 늘어나고, 재정지원이 늘어나면서 경제회복세가 유지됐습니다. 그 결과 미국 1분기 GDP는 전년동기 대비 6.3% 성장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코로나 확진자 1000명당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새로운 유행이 나타날때마다 감소할 것"이라며 "이 같은 원칙은 오미크론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설명했습니다.

2.'바이러스의 위협은 밀집된 도시와 고위험 서비스 산업이 회복될 정도로 사라질까'
당시 골드만삭스의 예상은 'Yes'였습니다. 부분적으로 맞은 셈입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레스토랑과 같이 바이러스에 민감한 일부 서비스 산업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여행, 엔터테인먼트 등은 그만큼 반등하지 못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서비스업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것이 올해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한 상품에 대한 수요 강세의 이면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사람들이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못하면서 자동차, 전자제품 등 내구제 소비에 돈을 더 썼다는 뜻입니다. 3.'저축률은 10% 밑으로 떨어질까'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말 올해 저축률이 10%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지난 10월 저축률은 7.3% 낮아져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1년 전(13.6%)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사상최저 수준의 일자리 감소 위험, 높은 소득 대비 자산 비율, 코로나 공포를 줄일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 등이 있어 2022년 저축률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4.'GDP성장률이 시장 예상치를 넘어설까'
골드만삭스는 2021년 GDP성장률이 5.9%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컨센서츠는 3.9%였다. 올해 미국 GDP성장률은 5.7%로 예상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정부의 대규모 재정정책으로 소비력이 온전하게 유지된 상황에서 백신의 영향, 급격한 하강에도 공급 측면에서 장기 피해는 매우 제한적이었다는 점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5. '생산성이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높아질 것인가'
골드만삭스의 예상대로 생산성은 팬데믹 이전 보다 높아졌다. 골드만삭스는 "팬데믹으로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회사들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며 "전통적인 오프라인 소매업이 이커머스로 변화되는 것도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6.'실업률이 예상보다 낮아질까요'
미국의 지난달 실업률은 4.2%로 21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골드만삭스는 불황의 여파로 일시 해고가 늘어났지만 그만큼 노동 수요 역시 놀라울 만큼 강하다며 실업률 하락을 예상했었습니다. 데이비드 메리클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실업급여 만료와 더불어 내년 실업률은 더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7.'노동 참여율이 의미있게 반등할 것인가'
골드만삭스는 0.5~1% 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난 1년간 노동 참여율은 0.3%포인트 오르는데 그쳤습니다. 메리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재정 지원과 실업 급여, 저축, 코로나 공포, 돌봄 책임, 생활 방식의 변화 등으로 참여율이 여전히 저조했다"고 분석했습니다.

8.'2021년 말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이 2%를 초과할 것인가'
미국 중앙은행(Fed) 올해 PCE인플레이션이 전년동기대비 5.3% 오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난해 말에 상상도 못한 수치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인플레이션 급등은 올해 가장 큰 놀라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상반기에는 2% 이상으로 뛸 수 있지만 하반기에는 소비가 다시 서비스 쪽으로 옮겨가면서 상품 가격 압박이 완화될 것을 봤습니다. 또 올해 중반이면 자동차 공급 부족도 해소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지속 중입니다. 골드만삭스는 "내구재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강했고, 델타 변이 등으로 공급망 혼란은 지속돼 수급불균형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촉발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초 인플레이션 관련 예상을 수정했습니다.

9.'Fed는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을 시작할 것인가'
골드만삭스는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봤지만 Fed는 지난달부터 테이퍼링을 시작했고, 이번달 회의에서는 속도를 2배로 높이기로 결정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테이퍼링의 가속화는 내년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대차대조표 축소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켰다"고 평가했습니다.

10.'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낮아질까'
정답은 '네'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완벽하진 않지만 거의 맞췄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2021년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낮출 것으로 예상하진 못했지만 결국 관세가 내려갈 것이라는 점은 계속 주장해왔다.

뉴욕=강영연 특파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