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째 박스권' 자동차株…"전기차 구체적 전략 시급"

국내 자동차 관련주들이 연초 이후 줄곧 박스권에 갇혀 있다. 애플카 기대에 수직상승한 올 1월 현대자동차·기아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많게는 20% 가까운 손실을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은 자동차주가 반등하기 위해선 전기차 시대에 대한 비전보다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돼야 주가가 움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는 소폭(1.21%) 오른 채 마감했다. 최근 한 달 새 1% 하락했고, 석 달간 0.97% 상승하는 데 그쳤다. 주가가 거의 변동 없이 박스권에 갇혀 지루한 움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망한 개인들은 이달 들어 현대차를 1200억원 넘게 매도했다. 외국인도 매도 행렬에 뛰어들었다. 최근 2주간 하루를 제외하고 연일 주식을 팔아치웠다. 기아도 비슷한 상황이다. 한 달 동안 0.97% 오른 게 전부다.전문가들은 1년 내내 부진한 자동차 대장주들의 부진 요인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이날 ‘왜 안 오를까?’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낸 것이 대표적이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젠 비전보다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미 예견된 전기차 시대에 대한 막연한 기대보다는 투자자들을 움직일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모든 자동차 회사가 돈을 다 잘 벌다 보니 이익으로는 주가 상승이 제한적”이라며 “연초만 해도 현대차·기아는 GM, 폭스바겐과 테슬라의 뒤를 쫓는 업체 중 하나로 재평가가 됐지만 현재는 GM, 폭스바겐보다 뒤처진 가운데 포드에 추격을 허용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선 최근 현대차가 2026년 전기차 판매 목표를 170만 대로 상향 조정한 것을 두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기다리던 전기차 판매 목표치 상향”이라며 “글로벌 경쟁사의 공격적인 전기차 전략 발표로 인해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상황에서 판매 목표치 상향 조정을 통해 시장 선도 그룹 내 지위(3위)를 유지하는 당초 목표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아이오닉, 니로EV, 제네시스 전기차 라인업 등을 통해 내년 미국 전기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했다. 다만 더 공격적인 계획을 발표해야 부진한 주가가 움직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진우 연구원은 “내년께 예상되는 CEO 인베스터 데이(Investor day)에서 현대차·기아가 얼마나 구체적이고 공격적이고 현실적인 전기차 전략을 공개하느냐에 따라 자동차 업종의 주가와 미래 경쟁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