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어렵기만 한 클래식…듣다 보면 귀가 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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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음악책연말을 맞아 공연장마다 클래식 공연이 한창이다. 발레 ‘호두까기 인형’이나 베토벤 ‘교향곡 9번(합창)’은 연말 단골 레퍼토리다. 하지만 작품의 전후 맥락을 모르고선 온전히 즐기기가 쉽지 않다. 클래식이 낯선 이에게 감상의 길을 알려주는 책 세 권이 새로 나왔다.
하지만 클래식이 완벽을 추구한다고 해서 이를 꼭 엄숙하게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독일의 명 지휘자 프루트뱅글러는 악장 사이 박수를 금지하는 관행을 깼고, 과거 클래식 공연장에선 음주와 식사도 가능했다. 독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입문 단계의 곡을 중심으로 베토벤, 슈베르트 등 유명 작곡가와 카라얀, 루빈스타인, 카잘스 등 유명 지휘자·연주자에 얽힌 일화도 흥미롭게 전한다. 저자는 “음악 문법을 다 알아야 할 이유는 없다. 모른다고 기죽을 것도 없다”며 “듣다 보면 익숙해지고, 음악이 귀에 들린다”고 조언한다.
클래식은 어떻게 들어야 할까. 저자는 클래식 감상법을 세 가지로 요약해 제시한다. 독서나 전시회 관람 등 다른 예술과 달리 클래식은 청자가 시간을 통제할 수 없다. 작곡가의 의도대로 시간을 쏟아 온전히 들어야 하는 것. 감상할 때는 설거지와 공부 등 다른 일을 하며 듣지 말고 오로지 음악만 감상하라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론 선율의 변화, 화음 등을 느끼며 적극적으로 들으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클래식을 반복해서 들으면 자신만의 잣대가 세워진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20여 회에 달하는 공연을 비평하고 전국 23곳의 공연장도 소개한다. 오케스트라의 우열을 가리거나 최고의 공연을 꼽진 않는다. 대신 악단의 특징과 상임지휘자의 성향 등을 설명한다. 코로나19로 해외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이 성사되기 어려운 환경에서 국내 오케스트라 애호가를 위한 가이드북인 셈이다. 저자는 “마음만 먹는다면 전국 팔도 어디에서라도 수준 높은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