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업체 바꿔도 주민들이 관리소장 계속 고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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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가 주택관리 업체를 바꿨어도 관리소장을 계속 고용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가 관리소장에 대해 직접적인 관리감독을 했다면 주택관리 업체와 함께 공동 사용주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는 지난 17일 C아파트 관리소장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중노위 재심판정을 취소했다. 청소경비업체 B와 C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측은 2004년부터 아파트 인력관리 사무를 위탁하는 계약을 맺고 2019년까지 계약을 갱신해 왔다. A도 2014년부터 B업체 소속 근로자이자 C아파트 관리소장으로 근무하면서 매년 계약을 갱신을 해왔다.
특이하게도 A의 요구로 A의 근로계약서에는 B회사와 C대표회의 모두가 공동사용자로 기재돼 있었다. 또 'C대표회의가 일방적으로 B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한 경우, C대표회의는 A의 고용관계를 새로운 관리업체에게 승계해야 한다'는 규정을 삽입했다.
그런데 2019년 11월 B업체는 C 대표회의에 계약 종료를 통보했고, A에게도 근로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A는 C대표회의에 "근로계약이 갱신됐다"고 주장하며 계속 출근하려 했고, 이에 아파트 측은 소장실 출입 장치를 교체해 A의 근로제공을 거부했다. 이후 A는 부당해고를 주장했지만 중노위는 "A의 사용자는 B업체"라며 C대표회의에 대한 구제신청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각하)했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A가 중노위의 재심판정이 잘못됐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재판에서는 먼저 부당해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A의 '사용자'가 누구인지가 쟁점이 됐다.
법원은 C대표회의도 B업체와 A의 공동사용자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업체와 C대표회의의 내심이 어떻든, 근로계약서 문구대로 의사를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A의 임금 및 각종수당은 C대표회의가 A에게 지급했고 △대표회의 회장이 A로부터 출퇴근 보고를 받거나 휴가 등 복무사항에 대해 최종 결재권을 행사한 점 △A가 경비원이나 미화원 배치를 할 때 회장의 지시를 받은 점도 근거로 들어 C대표회의가 A의 사용주라고 판단했다. C대표회의가 A를 근로하지 못하게 한 것이 '부당해고'에 해당하는지도 쟁점이 됐다. 이는 A의 기간제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됐다고 해도 A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됐다고 볼 수 있는지와 연관이 있다. 비록 A가 계약직 근로자지만 일정한 요건이 충족된다면 근로계약이 계속 갱신될 수 있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는 경우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며, 이 경우 정당한 이유 없이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가 될 수 있다.
재판부는 A의 근로계약서를 근거로 들어 갱신기대권을 인정했다. 법원은 "B업체가 계약해지 과정에 대해 'C대표회의와 A 사이에 불편한 관계로 인해 갱신이 무산됐다'고 진술한 점을 보면, 실제로는 C대표회의 측의 의사때문에 근로계약이 종료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A 입장에선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신뢰가 있다는 판단이다.
결국 재판부는 C대표회의가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A의 손을 들어줬다.다만 공동사용주인 B업체는 A에 대해 부당해고를 한 게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업체가 위탁 계약 종료 이후 A에게 다른 사업장으로 전보명령을 내렸지만 A가 C아파트에서만 근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점을 보면, A는 B업체와의 근로계약을 종료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쌍방 합의에 의한 종료일뿐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경비 업체가 교체될 때마다 고용 승계를 걱정해야 하는 경비원들의 상황이 최근 경비원들에 대한 갑질 논란 등을 불러왔다"며 "경비원 근로계약서에 '고용승계' 문구 하나가 상황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서울행정법원 제11부는 지난 17일 C아파트 관리소장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중노위 재심판정을 취소했다. 청소경비업체 B와 C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측은 2004년부터 아파트 인력관리 사무를 위탁하는 계약을 맺고 2019년까지 계약을 갱신해 왔다. A도 2014년부터 B업체 소속 근로자이자 C아파트 관리소장으로 근무하면서 매년 계약을 갱신을 해왔다.
특이하게도 A의 요구로 A의 근로계약서에는 B회사와 C대표회의 모두가 공동사용자로 기재돼 있었다. 또 'C대표회의가 일방적으로 B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한 경우, C대표회의는 A의 고용관계를 새로운 관리업체에게 승계해야 한다'는 규정을 삽입했다.
그런데 2019년 11월 B업체는 C 대표회의에 계약 종료를 통보했고, A에게도 근로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A는 C대표회의에 "근로계약이 갱신됐다"고 주장하며 계속 출근하려 했고, 이에 아파트 측은 소장실 출입 장치를 교체해 A의 근로제공을 거부했다. 이후 A는 부당해고를 주장했지만 중노위는 "A의 사용자는 B업체"라며 C대표회의에 대한 구제신청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각하)했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A가 중노위의 재심판정이 잘못됐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재판에서는 먼저 부당해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A의 '사용자'가 누구인지가 쟁점이 됐다.
법원은 C대표회의도 B업체와 A의 공동사용자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업체와 C대표회의의 내심이 어떻든, 근로계약서 문구대로 의사를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A의 임금 및 각종수당은 C대표회의가 A에게 지급했고 △대표회의 회장이 A로부터 출퇴근 보고를 받거나 휴가 등 복무사항에 대해 최종 결재권을 행사한 점 △A가 경비원이나 미화원 배치를 할 때 회장의 지시를 받은 점도 근거로 들어 C대표회의가 A의 사용주라고 판단했다. C대표회의가 A를 근로하지 못하게 한 것이 '부당해고'에 해당하는지도 쟁점이 됐다. 이는 A의 기간제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됐다고 해도 A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됐다고 볼 수 있는지와 연관이 있다. 비록 A가 계약직 근로자지만 일정한 요건이 충족된다면 근로계약이 계속 갱신될 수 있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는 경우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며, 이 경우 정당한 이유 없이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가 될 수 있다.
재판부는 A의 근로계약서를 근거로 들어 갱신기대권을 인정했다. 법원은 "B업체가 계약해지 과정에 대해 'C대표회의와 A 사이에 불편한 관계로 인해 갱신이 무산됐다'고 진술한 점을 보면, 실제로는 C대표회의 측의 의사때문에 근로계약이 종료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A 입장에선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신뢰가 있다는 판단이다.
결국 재판부는 C대표회의가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A의 손을 들어줬다.다만 공동사용주인 B업체는 A에 대해 부당해고를 한 게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업체가 위탁 계약 종료 이후 A에게 다른 사업장으로 전보명령을 내렸지만 A가 C아파트에서만 근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점을 보면, A는 B업체와의 근로계약을 종료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쌍방 합의에 의한 종료일뿐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경비 업체가 교체될 때마다 고용 승계를 걱정해야 하는 경비원들의 상황이 최근 경비원들에 대한 갑질 논란 등을 불러왔다"며 "경비원 근로계약서에 '고용승계' 문구 하나가 상황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