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팔아"…25만원 크리스마스 케이크 '뜨거운 인기' [대세는 홈파티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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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SNS 장식하는 케이크
호텔 케이크 여전히 인기…올해 25만원짜리도 등장
품질 논란·생크림 품귀도
올해도 연말연시 유통가 키워드는 ‘집콕’과 ‘홈파티’가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은 데다 오미크론 변이까지 겹친 탓이다. 업계는 집에서 가족 혹은 지인이 소규모로 모이는 '홈파티'나 1인 가구의 '혼파티'(혼자 하는 파티)를 위한 다양한 먹거리 프로모션을 벌이고 있다.연말연시, 특히 크리스마스를 맞아 모이는 자리에 케이크가 없으면 섭섭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안부를 확인하는 코로나 시대에는 사진 찍기 좋은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릴 정도의) 케이크가 제격이다. 올해도 특급호텔 케이크가 화제가 되며 인기를 끈 이유다.
이게 바로 '한 입의 사치'…25만원짜리 케이크 등장
2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특급호텔 업계에서는 25만원짜리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등장했다. 여름철 10만원에 육박하는 호텔 빙수에 이은 '한 입의 사치' 시리즈다. 올해 호텔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대체로 5만원대부터 시작하며 25만원까지도 뛴다.지난 여름 한 그릇에 9만8000원짜리 빙수로 화제를 낳은 서울 삼성동 조선팰리스호텔은 올 겨울엔 25만원짜리 ‘화이트 트리 스페셜 케이크’를 내놨다. 파티시에가 나뭇잎 모양을 한 장 한 장 붙여 공들인 케이크다. 조선델리 더 부티크가 평소 판매하는 최고가 케이크(20만원)보다 20% 이상 비싼 가격이다. 일반 제과점 케이크의 10배가량 몸값에도 인기는 뜨거웠다. 최근 호텔 측이 자체 예상한 판매치를 웃돈 것으로 알려졌다.호텔 케이크는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도)를 중시해 입과 눈이 함께 즐거우려는 MZ(밀레니얼+Z)세대 소비자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됐다.
일례로 서울신라호텔의 경우 지난해 12월 23~25일 사흘간 크리스마스 케이크 2종 판매량 증가율은 전년(2019년) 동기 대비 280%에 달했다. 올해도 뜨거운 인기는 이어졌다. 24~25일 판매분 크리스마스 케이크 예약 판매는 이달 초중순부터 동났다.지난해 12월 롯데호텔 서울과 월드, 제주의 베이커리에서 파는 '프리미엄 딸기 케이크'는 한 달간 4600개 넘게 팔려 매출이 3억원을 넘는 신기록을 썼다.
통상 호텔 케이크는 직접 수령해야 하지만 인기가 뜨겁다보니 전자상거래(e커머스) 기업을 통한 예약배송 서비스도 등장했다. 장보기 어플리케이션(앱) 마켓컬리는 JW메리어트호텔,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메이필드호텔 등 호텔 베이커리에서 만든 상품을 당일 오후 7시 전까지 배송하는 예약 딜리버리 서비스를 준비했다. 주요 제품은 연말까지 예약분이 동난 상태다. 지난 23일 기준 디저트 중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품목은 JW메리어트호텔의 케이크였다.
업계 관계자는 "MZ세대들은 호캉스(호텔+바캉스)에 익숙하고 디저트를 즐겨 매년 호텔 케이크 인기가 뜨거워지고 있다"면서 "평소 케이크 판매량이 월간 수백개라면 대목인 12월에는 1000개가 훌쩍 넘는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흰 눈과 빨간 산타옷 연상시키는 케이크가 대세
호텔 케이크들은 올해도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색상인 빨간색과 눈을 뜻하는 흰색이 주류를 이뤘다.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대표 크리스마스케이크로 히비스커스 베리티를 사용한 무스와 산딸기가 어우러진 '히비스커스 센세이션'을 민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의 베이커리 '더 델리'는 새하얀 볼 안에 화이트 티라미수, 다크 초콜릿 무스, 산딸기 젤리 등을 담은 크리스마스 보물상자 초콜릿 케이크가 주력 제품이다. 파크 하얏트 서울은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표현한 '크리스마스 에디션 케이크'를 내놨다. 잠실에 새로 문을 연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은 골드 캔들·딸기 쇼트·산타 벨트 등 페스티브 케이크 3종을 내놨다.크리스마스 트리 모양 혹은 트리 장식을 단 케이크도 포진했다. 조선팰리스 호텔 외에도 JW 메리어트동대문 등이 트리 모양 케이크를 선보였다.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그랜드 델리는 쑥 크림으로 눈 덮인 산을 형상화한 '초코나무 쑥 케이크'도 출시했다.
호텔뿐 아니라 제과업계 전반적으로 홈파티 등으로 인해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SPC그룹에 따르면 파리바게뜨의 올해 케이크 사전 주문은 지난해보다 2배가량 급증했다.
수요 급증에 품질 논란부터 생크림 품귀까지
이같이 수요가 몰리다 보니 문제도 생겼다.호텔 케이크가 품질 논란에 휩싸였다. JW 메리어트동대문의 6만8000원짜리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수령한 고객들이 실물과 홍보용 사진과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 SNS에서 나왔다. 밀레니엄 힐튼 서울의 '화이트 시폰 트리 케이크' 등도 고객별로 품질이 들쭉날쭉했다는 불만이 나왔다.
일부 소규모 제과점에서는 '생크림 품귀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올해 원유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사전 물량을 확보한 대형 프랜차이즈와 달리 유통기한이 짧은 생크림을 구하지 못한 제과점이 있었던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500mL 한 팩에 3000~4000원 안팎이던 동물성 생크림 가격은 최고 2배 수준까지 뛴 상태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는 포항과 부산에서 생크림이 동났다는 사연이 줄을 잇고 있다. 부산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한다는 한 자영업자는 "기존에 재료 납품처에서도 한계가 있고, 근처 큰 대형마트에도 재고를 확인해봤지만 도통 구할 길이 없다"고 털어놨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