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놀자] 자율주행과 비슷한 자율제어 AI 도입…원자력발전 조작 실수, 고장 바로 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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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인공지능을 품는 원자력최근 열린 제21차 기후변화 당사국총회에서 대부분의 선진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그러나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여러 나라가 원자력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원자력이 탄소배출이 없는 에너지원이라는 것에 공감대가 있어서다. 우리 삶과 밀접하지만 멀게 느껴지는 원자력에 대해 알아보자.
핵분열과 원자력
원자는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이고 원자의 중심에는 원자핵이 있다. 우라늄 원자핵 1개가 중성자와 만나 원자핵이 쪼개지는 ‘핵분열’을 하면 전보다 질량이 줄어들면서 에너지가 발생한다. 이는 질량은 에너지와 같다는 것을 설명한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 E=mc2로 설명된다.이처럼 핵반응에 의해 물질(원자)의 질량이 줄며 생성되는 에너지가 원자력이다. 한 번의 핵분열로 2~3개의 중성자가 생성되는데, 이 중성자들이 다른 우라늄 원자핵들과 만나면 또다시 핵반응이 일어나고 이것을 핵분열 연쇄반응이라고 한다. 결국 수많은 핵분열 연쇄반응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는데, 이런 원리를 이용한 것이 원자력 발전이다.원자력발전소는 우라늄의 핵분열 연쇄반응에서 생기는 열로 물을 끓이고 증기를 발생시켜 발전기의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우라늄으로 만들어진 핵연료 5.8g은 석유 835L 또는 석탄 1t으로 얻을 수 있는 에너지 양과 같고 탄소배출도 없다. 이렇게 엄청난 에너지원을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잘 활용할 수 있을까.
원자력발전소는 4단계 물리적 방벽(핵연료 소결체, 핵연료 피복관, 원자로냉각재압력경계, 격납건물)과 5단계 심층방어 전략(고장예방, 고장탐지, 사고통제, 사고완화, 비상대응)으로 안전을 최우선으로 운영한다. 이뿐만 아니라, 원자력안전위원회 산하의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과 원자력통제기술원이 국내 발전소 안전 운영을 감시하고 평가한다.
첨단 기술로 더 안전하게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부터 인공지능(AI) 인플루언서 로지까지 인공지능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사람과 달리 극한 상황에서도 감정의 동요 없이 묵묵히 맡은 일을 할 수 있는 인공지능 도우미가 있다면 든든하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는 원자력 안전을 위해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최근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인 안전 진단 AI는 축적된 데이터를 딥러닝 기술로 종합적으로 학습해 이상 상태로의 전이 가능성을 기존 방식보다 더 빠르게 진단할 수 있다. 기기 고장이나 발전소 운전원의 잘못된 조작을 조기에 탐지해 선제적 조치를 취할 수 있고, 가동 중인 발전소나 새로운 발전소 모두에 적용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기술인 자율 제어 AI는 꾸준히 문제가 되었던 운전원의 기기 조작 실수를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이다. 테슬라 자동차가 스스로 주변 상황을 파악해 도로를 주행하는 것과 유사하다. 현재 원자력은 총 5단계(수동, 반자동, 자동, 부분자율, 자율)의 자율운전 단계 중 운전원 조작에 의한 자동인 3단계 정도의 수준에 도달해 있다.원자력 선진국인 우리나라는 원자력발전소의 동작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열수력 모델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 시뮬레이션에 진단 및 제어 AI 기술들을 더해 실제 원자로의 동작 상태를 실시간으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 원자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마치 쌍둥이처럼, 실제 원자로와 동일한 상태를 보여주는 소프트웨어인 디지털 트윈 원자로는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일들을 가능하게 한다. 2배속, 5배속 영상 보기와 유사하게, 디지털 트윈을 빠르게 동작시키면 운전 조치에 따른 발전소 상태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 둘 사이 가교로서 365일 안정적인 에너지를 보급하는 원자력의 역할이 중요하다. 앞으로 더 안전하고 더 청정한 에너지를 위한 원자력 기술 발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