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전날 던져진 깜짝카드에 대선판 요동…변수 되나

민주, 신중 기류 속 '국민통합' 중도 공략 호재 분석…친문·호남 등은 반발
국힘, 대외적으론 환영…尹 국정농단 수사 경력·탄핵 이슈에 적전분열 우려도
내년 3월9일 대선을 70여일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전격 사면되면서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다.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선대위 사태와 잇단 실언 논란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 틈을 노리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여권 대통합 행보 등을 통해 치고 나가려는 시점에 신년 특사라는
돌발 변수가 블랙홀처럼 다른 이슈들을 집어삼키는 모양새다.

당장 민주당에서는 이른바 '촛불 혁명'을 통해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이번 조치에 실망한 일부 여권 지지층이 이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중도층 표심 공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오는 등 유불리를 놓고 엇갈린 관측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주도한 윤석열 후보를 앞세워 정권 재창출에 나선 국민의힘은 내부에서 "내분 유도용 친문의 획책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셈법이 복잡하다.다만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지난 총선 당시 '보수 대단결'을 주문했던 만큼 보수 결집의 초석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민주당은 일단 사면이 '문 대통령의 판단과 결정'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실제 당·청 간에 구체적인 사전 협의가 없었던데다 일부 지지층이 '촛불 정신의 배신'이라고 비판하는 상황에서 사면 결정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같이 질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민주당이 사면과 별개로 박 전 대통령의 사죄를 요구하면서 역사의 법정에서의 심판은 끝난 게 아니라는 점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령인 박 전 대통령이 건강상 이유 및 국민 대통합 차원에서 사면되기는 했으나 용서받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 지지층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당장은 일부 지지층이 반발할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박 전 대통령 사면 카드가 나쁜 것은 없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결국 이번 대선이 중도층 확보 싸움이라고 볼 때 사면 카드가 플러스로 작용하긴 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 최근 급격히 나빠졌다는 점에서 정무적 고려를 떠나서 사면의 명분은 세워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는 윤 후보가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장본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여당보다는 오히려 야당 쪽이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자체 분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친문·호남 등 당 핵심 지지층의 반발이 변수다.

범여권 강성 의원들 모임인 '처럼회' 소속 김용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민통합은 국민이 정의롭다고 판단해야 가능하다"며 사면에 공개 반대했다.

광주 지역구의 한 의원은 "아침부터 항의 문자가 쏟아지고 있다"며 "지역구 여론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재명 후보가 최근까지도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한 반대 입장이 확고했다는 점에서 '말 바꾸기' 등 부담과 함께 향후 청와대와의 관계가 어정쩡해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 사면에 겉으로는 환영하고 있지만, 내심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경계하는 분위기다.

특히 윤 후보의 과거 국정농단 사건 수사 경력이 재차 회자하면서 TK(대구·경북) 지역 등 민심을 자극할 것이란 전망과 함께 '탄핵 이슈'의 재점화 등 '적전분열'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보수 분열 공작'이라는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박 전 대통령과 윤 후보의 과거 악연이 환기되면서 박 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이었던 대구·경북(TK) 등에서 전통적 지지층이 이탈할 가능성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다.

여기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면 대상에서 빠진 점을 놓고도 옛 친이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나오고 있다.

권성동 사무총장은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두 분 다 전직 대통령에 고령이고 병환 중"이라면서 "(사면) 하려면 두 분 다 같이 해야 하는데 한 분만 사면한 민주당의 정치적 의도는 야권 분열을 노린 정치적 술수"라고 말했다.

다만, 윤 후보 선거 캠프에 일찍부터 친이계는 물론 친박계가 대거 참여해 왔던 데다, '정권교체'라는 대의로 뭉친 보수진영이 여권 의도에 휘말려 내부 분열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예상도 나온다.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만약 박 전 대통령 사면 때문에 우리 안에서 전열이 흐트러질 수 있다면 '친박'이라 불렸던 분들이 윤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