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사면] "이러려고 촛불 들었나"…"보복의 정치 사라져야"(종합)

시민사회단체들 "정치적 사면 규탄"…보수단체·지지층 "국민통합 위한 결단"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을 규탄하는 성명과 입장을 잇달아 내놓았다. '국정농단' 등으로 징역 2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박 전 대통령은 이번 신년 특별사면·복권으로 풀려나 4년 9개월 형기만 채우고 남은 17년3개월형은 면제받게 됐다.

참여연대는 성명을 내고 "박근혜에 대한 사면에 반대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사면권 행사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박근혜 탄핵과 사법처리는 촛불 시민들의 힘으로 이뤄진 것으로 대통령의 정치적 사면은 촛불 시민들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라며 "사회적 통합과 거리가 멀며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고려에 따른 사면"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을 "문 대통령의 사면권을 남용한 선거개입"으로 규정하며 철회를 요구했다.

경실련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실형을 확정받고 만기 출소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복권에 대해서도 "적절성 논란을 피할 수 없다"면서 "결국 다양한 정치 인사를 사면복권한 것은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움직이려는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이라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참사 유족들로 구성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시민단체 4·16연대도 "참사 책임에 대해 국가수반인 대통령으로서 진정성 있는 사죄는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자신이 저질렀던 범죄 행위에 대해 일말의 사과와 반성조차 하지 않은 자를 '국민 대화합'을 이유로 사면시키는 것은 민주주의 후퇴이며 시대정신의 파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원회 공동대표를 지낸 박래군씨 등은 "문 대통령은 사면을 결정하기에 앞서 촛불시민들과 어떤 소통을 했는가"라며 "사면계획을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등 전국 19개 단체가 결성한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도 "뇌물 등 5대 중대 범죄 사범에는 사면이 없다던 공약을 스스로 파기했다"고 비판했다.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주말마다 열렸던 박 전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시민들 사이에서는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촛불집회에 매주 참여했다는 강모(40)씨는 "박 전 대통령이 본인의 잘못에 대한 일언반구의 반성도 없는 행태를 보인 점을 생각한다면 매우 부적절한 사면"이라며 "최고권력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사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범죄인지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일벌백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민호(30)씨는 "대선을 3개월 앞두고 정치적 계산이 깔린 느낌이라 불쾌하다.

내가 이러려고 촛불을 들었나"라며 "왜 갑자기 화합을 외치며 사면인가"라고 반문했다.

배모(31)씨 역시 "건강상의 이유로 석방하는 것까진 이해하겠지만 사면·복권하고 벌금까지 면제하는 건 5년 전 촛불정신을 뒤집는 것 아닌가.

촛불을 들었던 주체는 시민인데 정부가 무슨 권리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A(29)씨는 "박 전 대통령 사면을 계기로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가두는 '보복의 정치'는 이제 그만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모(27)씨 또한 "박 전 대통령이 지은 죄는 큰 잘못이지만 국민 통합을 위해 현직 대통령이 결단을 할 만한 때"라며 "올해 초부터 매우 아팠다는데 감옥에서 죽기라도 하면 국가적 분란은 어떡할 텐가.

문 대통령이 잘 결정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현재 입원 중인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사면의 효력이 발생하는 31일 0시에 곧바로 석방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