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째 백반 '단돈 1000원'…"이런 곳은 꼭 돈쭐 나야" [튜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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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대인시장 해뜨는 식당12년째 백반을 단돈 1000원에 팔고 있는 이른바 '천원 식당'이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12년째 1000원에 백반 판매
최근 유튜버 빅페이스는 한 끼에 1000원을 받는 식당을 리뷰하겠다며 영상을 게재했다. 빅페이스는 "보통 식당에서 공깃밥 하나 가격에 불과한 1000원이라는 가격에 밥, 반찬, 국까지 든든한 한 끼 식사가 제공된다고 한다. 그래서 본래 가게 이름보다 천원 식당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고 설명했다. 해당 식당은 1000원으로 밥, 반찬, 국을 다 먹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놀라운데 모두 무한리필이었다. 빅페이스는 "이 식당을 리뷰하고 싶었던 건 백반 가격이 너무 싸다는 이유에 흥미를 가지고 천 원짜리 백반은 맛이 어떻고 구성은 어떨까 가벼운 생각과 호기심 때문이었다. 막상 방문해 보니 이 식당은 제가 리뷰하고 말고 할 식당도 아니고 1000원이라는 점은 전혀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12년간 단 한 번도 가격을 올리지 않은 '천원식당'은 광주광역시 대인시장에 위치한 해 뜨는 식당이다. 이 식당은 오전 11시 30분부터 2시까지, 점심시간에만 영업을 하고 있으며 밥, 국, 3가지 반찬이 모두 1000원이었다.
오전 11시경 식당 앞에 도착한 빅페이스에게 인근 식당 할머니는 "일하러 왔느냐"고 물었다. 그는 "보통 식당에 오면 밥 먹으러 왔냐고 물어보는 게 일반적인데 '일하러 왔냐'고 묻는 건 평소 이 식당에 일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라며 궁금증을 자아냈다. 해뜨는 식당 사장은 "대학생들이 수업 없을 때 와서 서빙도 해주고 다음 날 음식 재료 손질도 해준다"고 말했다. 여사장 혼자 운영하는 이 식당에는 주변 상인부터 근처 대학생, 일반 시민들까지 수시로 일손을 돕는다. 빅페이스는 "애초에 사람들이 일을 도와주러 온다는 것도 몰랐고 이럴 계획이 전혀 없었지만 와서 알아버려서 어쩌겠느냐. 조금이나마 일손을 덜어드리려고 한다"며 일을 시작했다.
해당 식당은 이 지역에서 선행으로 유명한 김선자 할머니가 2010년부터 시작한 식당이다. 김 할머니는 한때 수십억 자산가로 부유한 삶을 살았으나 사업 실패와 사기 등으로 가족들 밥 한 끼를 못 먹일 정도로 힘든 시기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힘든 시기 밥 한 끼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낀 할머니는 68살이라는 연세에 넉넉지 않은 사정에도 불구하고 배고프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 먹이고 싶은 마음 하나로 주변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식당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음식 값으로 1000원을 책정한 이유도 식당을 찾는 분들이 공짜로 먹는 것이 아니라 돈을 내고 먹는다는 떳떳한 마음으로 부담 없이 먹고 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빅페이스는 "아예 돈 벌 목적이 없다. 오히려 운영을 이어가려면 돈을 써야 하는 적자 식당"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선자 할머니는 투잡으로 번 돈, 자녀들이 준 용돈까지 전부 다 쏟아부으며 가게 적자를 메웠다고 한다. 할머니의 뜻이 퍼지며 지역에서 선한 영향력의 식당으로 이름을 떨치게 됐고 뜻에 감동한 주변 상인분들부터 여러 개인, 단체 기업들에서 쌀과 반찬, 후원금 등 많은 후원이 이어졌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천원식당이 유지되도록 노력한 끝에 식당 운영이 가능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김선자 할머니는 2015년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투병 중에도 오직 식당 걱정뿐이었고 "천원 식당이 유지되길 바란다"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그래서 2015년부터 현재까지 김 할머니의 막내딸이 식당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여전히 후원 없이는 식당 운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재 사장도 보험 영업과 함께 투잡으로 적자를 메우고 있었다. 빅페이스는 "말도 안 되게 저렴한 가격과는 맞지 않게 깻잎, 고추를 제외한 모든 식재료가 다 국내산이었다"며 "계산은 손님들이 알아서 가게 중앙에 있는 상자에 돈을 넣는다. 사장이 전혀 확인하지 않는데도 돈을 넣지 않은 손님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했다.
식당 사장은 도시락통을 가져오는 손님에게 서비스도 하고 있다. 도시락이 없으면 비닐에 포장해주는데 가격은 역시 1000원이었다. 빅페이스는 "현재 사장님도 손님에게 가족같이 친절하다. 누구는 국물 많이, 누구는 김치 조금, 누구는 밥 많이 등 손님의 입맛까지 외우고 계셨다. 최근 코로나19로 무료급식소가 중단이 되면서 손님들이 더욱 늘었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사장과 빅페이스는 1시 반이 넘어서야 점심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빅페이스는 "아침을 안 먹어서 배고팠는데 계획에 없던 일까지 하면서 더욱 배가 고팠다. 이날 메뉴는 김치, 무생채, 고추장아찌, 흑미밥, 두부 시래깃국이다. 리뷰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개인적으로 꿀맛이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사장은 보험 영업을 위해 2시경 장사를 마무리했다. 이날 번 돈은 7만 9000원. 사장은 "79명 밖에 안 왔네"라고 말했다.
빅페이스는 ""아침 일찍부터 준비하고 힘들게 일하고 많은 사람들 배를 채워주고 번 돈이 7만 9000원"이라며 "인건비, 재료값도 안 나온다. 절대 아무나 할 수 없는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진짜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울컥한다", "손님이 떳떳이 밥 먹을 수 있도록 공짜가 아니라 1000원으로 했다는 세심한 배려까지", "이런 곳은 꼭 돈쭐 나야 한다. 후원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따뜻한 마음, 희생정신이 없으면 절대 불가능한 일", "지역 주민부터 대학생들까지 도움 주는 부분도 정말 감동이다", "어머니의 유지를 받아 가게를 운영하는 따님도 정말 멋지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해당 식당을 응원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