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보다 '솔루션'이 핵심이다 [이지스의 공간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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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FO Insight]불과 3~4년 전만 해도 위탁운용펀드(블라인드펀드)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국내 운용사들도 운용 중이다. 이는 국내 운용사들이 십여 년간 경험과 실력을 쌓았고, 국내외 기관 투자자도 위탁운용펀드로 우량 투자처를 선점하려는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을 포함해 국내 주요 운용사들은 기관 투자자의 적극적 지원을 만나 글로벌 수준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다.
신동열 이지스자산운용 CM부문 포트폴리오파트장(상무)
이지스자산운용의 위탁운용펀드 규모는 2017년 8250억원에서 2021년 현재 4조6000억원으로 4년 만에 6배 가까이 커졌다. 투자 가능한 상품의 범위도 개발사업부터 실물부동산 투자까지 전 영역을 포괄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하지만 이러한 성장에도 부동산 자산운용업계에 위기의 씨앗은 있다. 타 산업 대비 신기술 융합이 더딘 측면이 있다. 자본 집약적이고 규제 위주인 업의 특성상 경쟁 비즈니스가 진출하기 어렵고, 위치만 좋으면 수익률 달성이 어렵지 않던 저금리 풍토가 이런 전통 비즈니스에 안주하게 했다.
최근 공기가 달라지고 있다. 기준 금리가 제로 금리 시대를 벗어나 상승기를 맞았다. 공간 공급의 원자재인 토지부터 주거·상업용 모든 부동산의 가격이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점을 갱신하고 있다. 이제는 막연히 금리가 떨어져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기대감도 사라졌다. 물류센터와 같이 과거 몇 년간 공간 수요가 급증한 섹터도 과거와 같은 성장은 제한적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제는 위탁운용펀드의 운용 규모가 운용사의 경쟁력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떠한 철학으로 위탁 받은 자금을 투자하고, 투자한 공간에 어떠한 공간 솔루션을 도출하고 적용할 수 있는지가 위탁운용펀드의 경쟁력이다.이는 곧 부동산 자산운용사의 핵심 경쟁력이기도 하다. 앞으로 부동산 자산운용사는 차별화된 공간을 만들어 공급하고, 기존 공간을 관리하는 업무를 사용자인 임차인의 관점에서 재구성해야 할 과제를 안았다. 신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등 기존의 틀을 넘어 공간과 공간 사용자에 대한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업계와 학계가 다양한 공간 솔루션에 대해 고민하는 생태계를 조성하도록 힘을 써야 한다. 이지스가 국내 운용업계에서 찾기 힘든 R&D(연구·개발) 성격의 부서인 공간컨텐츠실을 운영하고, 지난 8월 ‘공간에 대한 이지스적 생각 공모전’을 개최한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공간 솔루션을 제시하는 능력은 국내 부동산 운용업의 수준을 평가하는 새로운 척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