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허점' 본 中…배터리 원료값 줄인상

광물 가공공장 中에 몰려…원재료 가격 좌지우지

리튬·코발트 등 싹쓸이한 뒤 1차 가공 화합물 가격 올려
전문가 "글로벌 공급거점 다변화해 중국 의존도 낮춰야"
중국 업체들이 지난달부터 리튬, 코발트, 니켈 등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핵심 원재료 가격을 잇달아 인상하고 있다. 최근 요소수 파동으로 ‘차이나 파워’를 확인한 중국이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가격 인상과 물량 조이기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26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다음달 전기차 등에 들어가는 원통형 배터리(규격 21700) 가격을 10% 인상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원통형 배터리 유통이 시작된 이후 두 자릿수 인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SDI도 지난달 원통형 배터리 가격을 8%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핵심 원재료인 리튬, 코발트, 니켈 화합물 가격을 중국 가공업체들이 대폭 올린 여파”라고 했다.리튬은 지난 23일 ㎏당 230.5위안(약 4만2900원)으로, 작년 말(44위안) 대비 다섯 배 이상으로 급등했다. 최근 한 달 새 24.3% 오르며 연일 역대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코발트는 23일 t당 7만205달러로, 3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니켈 가격도 2014년 5월 이후 7년여 만에 지난달 t당 2만달러 선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남미와 아프리카의 광산 매입 등을 통해 현지에서 싼값에 광물을 싹쓸이한 뒤 1차 가공을 거쳤다는 이유로 한국 업체에 폭리에 가까운 마진을 붙여 팔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한 소재업체 관계자는 “중국이 세계 광물 가공공장의 90% 이상을 장악했다”며 “광물을 싼값에 들여온 뒤 광물 가격 인상을 명분으로 화합물 가격을 대폭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요소수 파동에서 한국의 취약한 공급망 관리 능력이 드러나자 중국 업체가 가격을 쥐락펴락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강내영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직접 투자 등을 통한 거점 다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민/남정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