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형 전기차 뜬다…가격 경쟁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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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형 전기차 뜬다…가격 경쟁 '초읽기'
사진=연합뉴스
아메디 볼레(1844년 출생)는 1873년 ‘오베상트’라는 증기차를 처음 만들었다. 12명이 탑승한 증기차는 프랑스 파리와 르망 사이를 18시간에 걸쳐 이동했다. 최고 시속은 40㎞였다. 그의 아들 레옹 볼레는 1895년 르망에 자동차 회사를 세우고 1895년부터 매우 작은 세 바퀴 자동차 ‘부아트레(Voiturette)’를 생산했다. 이때부터 바퀴 세 개 달린 작은 차는 모두 부아트레로 불렸다. 1910년부터 1920년대 초까지 유럽과 미국에선 부아트레보다 작은 차를 만들고 ‘사이클자동차’로 호명했다.

경차의 다른 명칭인 ‘버블카’는 독일에서 시작됐다. 1916년 독일 엔지니어링기업 만(MAN)이 항공기 제조사를 인수해 BFW를 출범시켰다. 세계 1차대전 중 항공기를 제조했던 BFW는 바이에른주에서 가장 큰 항공사로 성장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며 항공기 수요 급감으로 생존을 모색해야 했다. 이때 눈여겨본 사업이 가구 제작이다. 항공기 경량화에 쓰인 목재가 가구용에 적합해서다. 이후 1952년엔 소형차인 ‘매서슈미트 KR175’까지 제조하는 데 이르렀다. 해치백 형태인 이 차는 승차석이 높이 솟아 있어 거품처럼 보인다는 뜻에서 버블카로 불렀다.영국에서 경차는 ‘미니카(minicar)’로 불렸다. 미니카의 시작은 1949년 영국 랭카셔 지방의 샤프 커머셜이 만든 세 바퀴 작은 차의 이름이다. 1964년 본드카로 이름이 바뀐 곳이다. 항공기 엔지니어 로렌스 본드가 만든 것으로 영국에서 꽤 많은 인기를 얻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경차라는 단어는 1955년 일본이 법령으로 정한 작은 차를 의미한다. 스즈키는 스즈라이트를, 1958년 스바루는 360을 내놓으며 일본 경차의 역사가 시작됐다. 경차는 국가마다 부르는 이름이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낮은 가격을 앞세워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차였다. 기능이 단순하고 배기량이 적다는 특징도 같았다.

경형 전기차도 저렴한 가격이 특징이다. 중국 가전업체 샤오미는 베이징에 30만 대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짓는다. 2024년부터 전기차를 양산해 인터넷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수천 곳에 달하는 샤오미 스마트폰 매장에서 차량을 출고한다. 샤오미는 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단기간에 크게 성장한 것처럼 2000만원 이하의 전기 경차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저렴한 유지비를 원하는 소비자가 많은 만큼 경형 전기차 시장도 빠르게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일본에서도 저가의 전기 경차 등장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스즈키는 경차 전문이라는 특징을 살려 2025년 1000만원대 전기 경차를 내놓기로 했다. 닛산 등이 내년 2000만원대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가격 파괴’에 가깝다. 도요타와 공동 개발 중인 배터리를 탑재하고, 편의 부품 등을 대거 줄여 가격을 낮출 계획이다.

한국 완성차 업체의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편의 부품을 없애고 저렴한 배터리를 썼을 때도 지금처럼 소비자의 이목을 끌 수 있느냐는 것이다. 중국은 저가 전기차 시장이 크고 일본은 전통적으로 경차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아 가격을 낮춰도 시장성이 있다. 반면 한국에선 경차를 보는 시각이 전혀 다르다. 한국에서 경차는 풀옵션을 장착한 ‘비싼 마이크로카’로 통한다. 국내에도 2023년 전기 경차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2000만원 이하로 상품성 있는 차를 팔 수 있을까? 제조사로선 쉽지 않은 선택이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