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기업 궁금증 1순위는 "대표이사 처벌 피하기"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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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법을 명확하게 해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중대재해법 조항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법무법인 율촌이 최근 진행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확정과 기업의 대응' 세미나에 참석한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던진 사전 질문을 분석한 결과, 기업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은 '하도급, 외주, 용역 업체에서 근로자가 중대재해로 사망한 경우에도 책임을 져야 하는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초 노동계에서는 기업이 경영책임자의 책임 회피 방안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으나 정작 기업들은 법률의 불명확성으로 구체적인 준비에 애를 먹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주요 기업 인사 및 안전보건 담당자 3000명이 넘게 접속해 성황리에 종료한 율촌 세미나에서는 191개 기업 담당자들이 257개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이 중 중대산업재해와 관련된 유효한 질문 250개를 한국경제신문이 분석한 것입니다.
250개 중 '하도급 업체 소속 근로자 사고 발생 시 원청 대표가 중대재해법 상 책임을 지는지'와 관련된 질문이 21%(51개)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도급에 제한된 건 아니었고 용역, 외주, 위탁 계약시 협력업체나 외부업체에 대한 관리는 어느 수준까지 해야 하는지가 주된 질문이었습니다. 반대로 용역이나 위탁을 받은 하도급 업체의 경영책임자도 중대재해 발생 시 처벌을 받게 되는지에 대한 질문도 다수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기업들이 가장 관심이 많을 것으로 예상됐던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법 상 형사 책임을 피할 수 있는지'와 관련된 질문은 14%(35개)를 기록해 2위에 머물렀습니다.
특히 가장 흔한 질문 중 하나인 'CSO(최고안전책임자)를 두는 경우에도 CEO(경영책임자)가 처벌을 받게 되는지' 등 사전적인 대비에 관한 질문이 다수였지만, 중대재해 발생으로 CEO가 처벌 받을 경우 변호사 비용이나 벌금을 회사가 대납할 수 있는지, 안전보건공단 위험성 평가 인증 등을 거치면 책임이 감경될 수 있는지 등 사후적 대비에 관한 질문도 8개로 적지 않았습니다. 평가 인증제 도입으로 인한 책임 경감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CSO나 안전보건관리자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알고 싶다'는 질문과 '안전보건 전담 조직을 어떤 방식으로 구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도 각각 10%(25개)를 차지해 공동 3위를 기록했습니다. 중대재해법에 따르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안전보건관리자나 안전보건 전담조직 구축은 그 의무 이행의 일환입니다. 특히 CSO와 관련된 질문으로는 CSO를 등기 임원으로 해야 하는지 등 편제나 직위 등에 관한 질문이 많았습니다. CEO의 처벌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관심이 높았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안전관리자의 경우엔 기존 안전보건 임원이 겸직을 하거나 다른 일을 병행하는 게 허용되는지 등의 질문이 많이 보였습니다. 특히 안전보건 전담 조직에 대해서는 주로 'CEO 직속으로 구성해야 하는지' '기존 조직을 활용하면 안되는지' '동일 법인 안에 여러 사업장이 있는 경우 사업장 별로 둬야 하는지'와 같은 편제에 관한 질문이 다수를 차지한 점도 눈길을 끕니다.
정부가 앞서 지난 8월에 중대재해 가이드, 10월에 해설서를 발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업들이 중대재해 대응 전담 조직이나 인력을 어떻게 구성하는지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다는 방증으로 보입니다. 그 밖에 사업장이 안전조치를 했음에도 근로자의 비협조나 과실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나 자살, 출퇴근 사고의 경우도 중대재해에 해당되는지에 관한 질문도 7.2%(18개)를 차지해, 책임 질 수 없는 상황에서 형사처벌을 받게 될지 모른다는 기업의 공포가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예 전체적인 법 내용을 알기 어려워 전반적으로 알려 달라는 질문 역시 7.2%(18개)를 차지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난감해 하는 기업이나 인사담당자도 적지 않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밖에 재해 예방에 필요한 예산 편성 수준(8개), 해외 법인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도 적용되는지(6개), 산업안전보건의 채용 관련 문의(5개), 사무직 사업장이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다수 사용하는 사업장에도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는지(5개)등의 질문이 뒤를 이었습니다. 기업이 처한 개별적 상황에 대응한 생생한 질문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중대재해센터장(변호사)은 "중대재해법과 관련한 기업 자문 과정에서 '적정한 협력업체 선정 및 관리방안', '경영책임자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방안'에 대해 관심이 집중됐는데 이를 잘 나타낸 결과"라며 "1월 27일 본격적인 법 시행 이후에는 중대재해 발생시 노동청과 검찰의 조사에 대한 대응, 후속 행정제재에 대한 대응방안에 대해 기업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율촌은 올해 3차례에 걸쳐 개최한 중대재해법 관련 웨비나에서 등장한 질문을 분석해 고객들의 니즈를 분석해 대응한다는 방침입니다.
한편 지난 27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50인 이상 중소제조기업 322곳을 대상으로 설문한 ‘중소제조업 중대재해처벌법 준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3.7%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일인 내년 1월 27일에 맞춰 의무사항을 준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법령의 난해함도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50∼99인 기업은 60.7%가 불가능하다고 응답해 눈길을 끕니다. 응답 기업들은 법 시행일에 맞춰 의무사항 준수가 어려운 이유로 ‘의무사항 이해 어려움’(40.2%)을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이어 △전담인력 부족(35%) △준비기간 부족(13.9%) △예산 부족(11.%)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법무법인 율촌이 최근 진행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확정과 기업의 대응' 세미나에 참석한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던진 사전 질문을 분석한 결과, 기업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은 '하도급, 외주, 용역 업체에서 근로자가 중대재해로 사망한 경우에도 책임을 져야 하는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초 노동계에서는 기업이 경영책임자의 책임 회피 방안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으나 정작 기업들은 법률의 불명확성으로 구체적인 준비에 애를 먹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주요 기업 인사 및 안전보건 담당자 3000명이 넘게 접속해 성황리에 종료한 율촌 세미나에서는 191개 기업 담당자들이 257개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이 중 중대산업재해와 관련된 유효한 질문 250개를 한국경제신문이 분석한 것입니다.
250개 중 '하도급 업체 소속 근로자 사고 발생 시 원청 대표가 중대재해법 상 책임을 지는지'와 관련된 질문이 21%(51개)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도급에 제한된 건 아니었고 용역, 외주, 위탁 계약시 협력업체나 외부업체에 대한 관리는 어느 수준까지 해야 하는지가 주된 질문이었습니다. 반대로 용역이나 위탁을 받은 하도급 업체의 경영책임자도 중대재해 발생 시 처벌을 받게 되는지에 대한 질문도 다수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기업들이 가장 관심이 많을 것으로 예상됐던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법 상 형사 책임을 피할 수 있는지'와 관련된 질문은 14%(35개)를 기록해 2위에 머물렀습니다.
특히 가장 흔한 질문 중 하나인 'CSO(최고안전책임자)를 두는 경우에도 CEO(경영책임자)가 처벌을 받게 되는지' 등 사전적인 대비에 관한 질문이 다수였지만, 중대재해 발생으로 CEO가 처벌 받을 경우 변호사 비용이나 벌금을 회사가 대납할 수 있는지, 안전보건공단 위험성 평가 인증 등을 거치면 책임이 감경될 수 있는지 등 사후적 대비에 관한 질문도 8개로 적지 않았습니다. 평가 인증제 도입으로 인한 책임 경감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CSO나 안전보건관리자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알고 싶다'는 질문과 '안전보건 전담 조직을 어떤 방식으로 구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도 각각 10%(25개)를 차지해 공동 3위를 기록했습니다. 중대재해법에 따르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안전보건관리자나 안전보건 전담조직 구축은 그 의무 이행의 일환입니다. 특히 CSO와 관련된 질문으로는 CSO를 등기 임원으로 해야 하는지 등 편제나 직위 등에 관한 질문이 많았습니다. CEO의 처벌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관심이 높았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안전관리자의 경우엔 기존 안전보건 임원이 겸직을 하거나 다른 일을 병행하는 게 허용되는지 등의 질문이 많이 보였습니다. 특히 안전보건 전담 조직에 대해서는 주로 'CEO 직속으로 구성해야 하는지' '기존 조직을 활용하면 안되는지' '동일 법인 안에 여러 사업장이 있는 경우 사업장 별로 둬야 하는지'와 같은 편제에 관한 질문이 다수를 차지한 점도 눈길을 끕니다.
정부가 앞서 지난 8월에 중대재해 가이드, 10월에 해설서를 발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업들이 중대재해 대응 전담 조직이나 인력을 어떻게 구성하는지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다는 방증으로 보입니다. 그 밖에 사업장이 안전조치를 했음에도 근로자의 비협조나 과실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나 자살, 출퇴근 사고의 경우도 중대재해에 해당되는지에 관한 질문도 7.2%(18개)를 차지해, 책임 질 수 없는 상황에서 형사처벌을 받게 될지 모른다는 기업의 공포가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예 전체적인 법 내용을 알기 어려워 전반적으로 알려 달라는 질문 역시 7.2%(18개)를 차지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난감해 하는 기업이나 인사담당자도 적지 않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밖에 재해 예방에 필요한 예산 편성 수준(8개), 해외 법인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도 적용되는지(6개), 산업안전보건의 채용 관련 문의(5개), 사무직 사업장이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다수 사용하는 사업장에도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는지(5개)등의 질문이 뒤를 이었습니다. 기업이 처한 개별적 상황에 대응한 생생한 질문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중대재해센터장(변호사)은 "중대재해법과 관련한 기업 자문 과정에서 '적정한 협력업체 선정 및 관리방안', '경영책임자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방안'에 대해 관심이 집중됐는데 이를 잘 나타낸 결과"라며 "1월 27일 본격적인 법 시행 이후에는 중대재해 발생시 노동청과 검찰의 조사에 대한 대응, 후속 행정제재에 대한 대응방안에 대해 기업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율촌은 올해 3차례에 걸쳐 개최한 중대재해법 관련 웨비나에서 등장한 질문을 분석해 고객들의 니즈를 분석해 대응한다는 방침입니다.
한편 지난 27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50인 이상 중소제조기업 322곳을 대상으로 설문한 ‘중소제조업 중대재해처벌법 준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3.7%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일인 내년 1월 27일에 맞춰 의무사항을 준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법령의 난해함도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50∼99인 기업은 60.7%가 불가능하다고 응답해 눈길을 끕니다. 응답 기업들은 법 시행일에 맞춰 의무사항 준수가 어려운 이유로 ‘의무사항 이해 어려움’(40.2%)을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이어 △전담인력 부족(35%) △준비기간 부족(13.9%) △예산 부족(11.%)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