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자 유가족-이식 수혜자, 이메일로 소식 주고받는다(종합)

새해부터 9개 병원서 '희망우체통' 시작…2023년 전국 병원서 실시
새해부터 장기기증자 유가족과 이식 수혜자가 온라인에서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다음 달 3일부터 기증자 유가족과 이식수혜자 온라인 서신교환 프로그램인 '생명나눔 희망우체통'을 시작한다고 28일 밝혔다.

장기기증자 유가족과 이식수혜자가 직접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껏 국내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해 장기기증자 유가족과 수혜자의 만남을 금지해 왔는데, 제한적으로라도 서로의 소식을 알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기증원은 앞서 미국 캘리포니아 의대에서 개발한 서신 교환 사이트를 참고해 이번 우체통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기증원은 장기기증자 유가족들이 수혜자의 건강을 기원하는 심정으로 최소한 편지 교환 정도는 허용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고 전했다.

심장, 신장 등을 다른 환자에게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전소율(5)양의 아버지 전기섭씨도 지난달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소율이의 심장을 이식받은 아이가 수술이 잘 됐는지, 잘 지내고 있는지 정도의 소식이라도 들었으면 좋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소통이 어렵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다. 기증원은 장기이식이 자주 시행되는 계명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은평성모병원, 이대서울병원, 인하대병원, 충남대병원 등 9곳에서 우선 1년간 온라인 서신교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후 프로그램을 보완·개선하고 우체통 운영 매뉴얼을 정립해 오는 2023년에는 전국 병원으로 이 사업을 확대해 시행할 예정이다.

장기기증자 가족과 이식수혜자의 온라인 서신교환은 올해 국회에서 '장기기증사랑 인연맺기법'이 통과됨에 따라 가능해졌다.
기증자 유가족과 이식 수혜자는 기증원 홈페이지(www.koda1458.kr) 내 희망우체통에서 이메일을 교환할 수 있다.

우체통 프로그램에는 기증자 유가족(최대 3명까지)과 이식 수혜자 본인만 가입할 수 있다.

이메일을 작성할 때 이름, 생년월일,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전화번호, 주소, 사고 일시와 장소, 기증·이식 병원명 등 개인을 유추할 수 있는 정보는 편지에 담을 수 없다.

현재 국내에서는 금전 요구 등의 부작용을 우려해 장기기증자와 이식 수혜자가 서로 누군지 알지 못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증원은 보내는 사람에게 이메일을 받아서 메일 안에 개인정보가 없는지 살펴본 뒤 받는 사람을 매칭해 메일을 보내 줄 계획이다.

메일에 개인정보가 있다면 보내는 사람에게 반송해 해당 정보를 수정하도록 한다. 문인성 장기조직기증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선한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주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인 것 같다"며 "앞으로도 기증자의 숭고한 나눔이 잊히지 않고 이어질 수 있도록, 또 수혜자는 감사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도록 희망 우체통을 개선해가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