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쩌둥 생일날 '계란 볶음밥' 언급했다가 벌어진 일

중국 좌파사이트 "마오쩌둥 아들 모욕했다" 집중 공격
중국 관영매체가 지난 26일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소시지 계란 볶음밥'을 언급했다가 누리꾼들의 집중포화를 맞고 해당 글을 삭제하는 일이 벌어졌다. 12월 26일은 중국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 전 주석의 128번째 생일이었는데, 해당 글이 마오 전 주석의 아들을 모욕했다는 비판이 쇄도한 탓이다.

28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중국 쓰촨(四川)성 당 기관지 사천일보(四川日報)는 26일 밤 공식 웨이보 계정에 한 누리꾼이 소시지 관련 요리를 공유해왔다면서 '소시지 계란 볶음밥'이라는 문구를 사진과 함께 게시했다.

그러자 중국 좌파의 위챗 계정인 '아름다운 마오 시대'(美好毛時代)가 영웅을 모욕했다며 비난을 퍼부었고, 사천일보의 해당 웨이보 게시글은 곧 삭제됐다. '아름다운 마오 시대'는 중국 최고 감찰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에 이를 직접 고발해야 한다며 '적은 내부에 있다'고 비난했다.

명보는 "'계란 볶음밥'은 최근 몇 년간 마오안잉(毛岸英)을 조롱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오안잉은 1950년 한국전쟁 때 유엔군의 폭격으로 숨진 마오 전 주석의 장남이다. 그의 죽음은 오랜 논쟁거리였다.

한 중국 인민해방군 장교의 비망록에 따르면 마오안잉은 막사에서 계란 볶음밥을 만들다가 위치가 노출돼 폭사했다.

방공수칙을 어기고 불을 피운 탓에 연기가 연합군 폭격기의 눈에 띄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역사연구원은 지난해 11월 소셜미디어를 통해 계란 볶음밥을 만들다가 폭격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마오안잉의 죽음을 희화화는 헛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목격자들의 증언 등을 인용해 마오안잉의 위치가 알려진 것은 부대 사령부의 무전이 노출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7월에도 10가지 '헛소문' 리스트에서 계란 볶음밥에 의한 마오안잉의 사망설을 부인했다.

그러나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공산당 100주년을 맞아 과거사 미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면서 마오안잉이 계란 볶음밥을 만들다 폭격을 맞았다고 적힌 중국군 장교의 비망록은 2003년 중국 인민해방군이 공식 발간한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 같은 소문을 의식해서인지 중국에서 역대 최대 제작비를 들여 지난 10월 개봉한 영화 '장진호'에서 마오안잉은 가장 인상적인 영웅 가운데 한 사람으로 나온다.

영화 속에서 마오안잉은 미군의 폭격이 시작되자 다른 사람들은 대피했는데도 총알이 빗발치는 가운데 지도를 챙기러 작전실에 들어갔다가 결국 폭탄이 떨어져 사망하는 것으로 묘사됐다. 명보는 "최근 몇 년간 마오쩌둥의 생일이나 마오안잉의 기일이면 일부 누리꾼들은 당국이나 언론에서 '계란 볶음밥'이 언급되는지 특별히 주목하고 있다"며 "지난 10월에도 '계란 볶음밥'을 언급한 일부 누리꾼이 마오안잉을 조롱한 혐의로 공안에 끌려가 열흘간 구금됐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