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윗선' 규명 못 하고 해 넘기는 대장동 수사

넉달 흘렀지만 진상은 오리무중
수사기관 본연 역할만 생각할 때

김진성 지식사회부 기자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불거진 지 어느덧 넉 달이 흘렀다. 검찰이 석 달 동안 관련자들을 불러들여 수사하고 있지만, 진상은 여전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윗선’이 누구인지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채 수사가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대장동 수사는 처음부터 더뎠다. 의혹이 터진 지 한 달 만에야 검찰에 전담 수사팀이 꾸려졌다. 그로부터 16일 후 사업 인허가를 맡은 성남시청에 대한 압수수색이 시작됐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김만배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천화동인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이른바 ‘대장동 4인방’은 지난달에야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과 공모해 화천대유 측에 대규모 이익이 돌아가도록 설계한 의혹을 받는 정민용 변호사는 지난 21일 불구속 기소됐다. 윗선과의 연결고리를 가진 인물들을 재판에 넘기는 데만 석 달이 걸린 것이다.이 와중에 조사를 받던 성남도시개발공사 직원들이 연이어 세상을 떠나 대장동 수사엔 좀처럼 속도가 붙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일 유한기 전 개발사업본부장에 이어 21일 김문기 전 개발1처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들은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대장동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성남시 정책실장 출신인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은 아직 소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불리는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 역시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검찰은 50억 클럽 중 한 명으로 지목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사전구속 영장을 지난달 말 청구했지만 이달 1일 기각됐다. 곽 전 의원은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이루는 데 도움을 준 대가로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아들이 50억원을 퇴직금으로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늑장 수사로 검찰과 경찰은 갈수록 더 큰 부담을 안게 되는 모양새다. 대장동 개발을 추진할 때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이번 사건에 관여됐다는 의혹은 전혀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윗선을 밝혀내지 못한 채 내년 3월 20대 대통령 선거를 하게 되면 수사기관에 대해서는 ‘여당 눈치 보기’라는 비판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 본격적인 윗선 수사가 선거 직전에 이뤄진다면 그것 역시 정치적인 움직임이란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제는 대선까지 70여 일밖에 남지 않았다. 범죄를 입증해 처벌받게 하는 게 수사기관 본연의 역할이라는 사실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