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부는 지방 청약…10곳 중 6곳 '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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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지방서 40개 단지 분양이달 지방에서 공급된 아파트 단지 10곳 중 6곳에서 ‘청약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지방 아파트의 ‘분양 완판 행진’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공급이 수요를 웃돈 데다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 등 ‘돈줄 조이기’가 가속화하면서 수도권과 달리 지방 분양시장에서 청약 수요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 6개 단지, 1곳만 '성공'
충남 4, 전북·경남 3곳씩 미달
수도권은 수백대 1까지 인기
대출규제 강화…"양극화 심화"
지방 40개 단지 중 25개 ‘미달’
28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달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 청약 신청을 받은 아파트 총 40개(임대 제외) 단지 중 25개 단지에서 청약 미달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에서 분양한 아파트 중 63%에서 미달 사태가 발생한 셈이다. 반면 이달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분양한 13개 단지는 모두 순위 내 청약을 마쳐 대조를 이뤘다.대구에서 대규모 미달이 나왔다. 이달 대구에서 청약 접수를 진행한 6개 단지 중 ‘더 센트럴 화성파크드림’ 한 곳을 제외하고 나머지 단지는 공급 규모에 비해 신청 건수가 모자란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동구에 들어서는 ‘동대구 푸르지오 브리센트’는 일반공급 456가구 모집에 1·2순위 합쳐 총 405건 신청에 그쳤다. 달서구 ‘해링턴 플레이스 감삼3차’는 일반공급 217가구 모집에 85건만 신청했다. 이 단지는 분양한 모든 주택형이 2순위 기타지역까지 전부 미달로 나타났다.
1년 전과 정반대 분위기다. 지난해 12월 대구에서 분양한 아파트 중 미달이 발생한 단지는 한 곳도 없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대부분 단지가 완판됐다. 올해 1월 분양한 ‘힐스테이트 감삼 센트럴’은 1순위 평균 15.6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3월 청약 접수를 진행한 ‘힐스테이트 대명 센트럴’도 최고 경쟁률이 12.11 대 1에 달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대구는 일부를 제외하고 전역이 규제 지역으로 묶인 데다 분양가가 오르고 ‘공급 폭탄’까지 겹쳤다”며 “당분간 경쟁률이 낮거나 미달 사태를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지방 곳곳에서 청약 미달 단지가 등장하고 있다. 충남 4곳을 비롯해 △전북·경북·경남 각 3곳 △전남·강원 각 2곳 △광주·울산·제주 각 1곳 등의 순으로 미달된 단지가 많았다. 경북 포항에 공급되는 ‘포항 한신더휴 펜타시티 A4블록’은 전 주택형이 2순위 기타지역까지 모두 미달됐다. 전북 익산 ‘익산 더반포레’는 일반공급 총 384가구에 34명이 신청해 10%도 채우지 못했다.
“수도권과 지방 청약 양극화 심화할 것”
수도권 청약 시장은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고공행진 중이다. 분양가 산정 등 문제로 공급이 지연된 단지가 많은 서울은 올해 청약 경쟁률이 평균 164.13 대 1로, 지난해(87.9 대 1)보다 크게 상승했다. 서울 성북구에 공급된 ‘해링턴플레이스 안암’은 지난 9일 1순위 청약 접수 결과 55가구 모집에 청약통장 1만589건이 몰리면서 평균 19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경기 동탄신도시에 들어서는 ‘화성동탄2 제일풍경채 퍼스티어’도 평균 경쟁률 109 대 1을 기록했다.대출 규제 강화 및 금리 인상, 매수세 위축 등으로 아파트 청약 시장도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내년 1월부터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고 분양하는 단지는 잔금대출 때 강화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된다. 입지가 안 좋아도 비규제 지역이라는 이유만으로 전매 등을 노린 투자 수요가 몰렸던 지방 아파트는 청약 경쟁률이 대폭 낮아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반면 분양이 지체된 서울이나 서울 접근성이 좋은 일부 수도권 지역은 대기 수요가 쌓여 있어 여전히 높은 경쟁률을 유지할 것이란 설명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분양가 상한제 심사 기준이 개정되고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건축비 상승 등으로 내년에는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분양가가 인상되면 아파트 공급이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수요자의 가격 부담이 커지고 대출 규제 강화, 금리 인상 등이 겹치면서 입지나 분양가별 경쟁률 격차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