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폴리오·DS, 사모펀드 부활 알린 '투톱'

사모펀드시장 '2021 성적표'

높은 수익률로 투자자 신뢰 회복
라임 사태 등 딛고 '힘찬 기지개'
올해 운용자산 38조원대로 껑충

업력 탄탄한 운용사에 돈 몰려
2.2兆 굴리는 타임폴리오 두각
DS도 올해 4934억 새로 유치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지난해 된서리를 맞은 사모펀드업계는 올해 회복의 한 해를 보냈다. 특히 업력이 긴 자산운용사 중에 좋은 수익률을 유지해온 곳으로 자금이 쏠렸다. 사모펀드에 대한 불신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믿을 만한 운용사를 중심으로 투자자들이 돈을 맡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타임·DS ‘질주’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사모펀드의 총 운용규모(AUM)는 38조2300억원(20일 기준)이다. 지난해 말(31조3100억원) 대비 6조9200억원가량 증가했다. 사모펀드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를 이르는 말이다.

앞서 사모펀드 시장은 라임·옵티머스 사태 충격 여파로 그 규모가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2019년 34조원을 돌파했던 사모펀드의 총 설정액은 지난해 중순 30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라임 사태를 지켜본 투자자들이 앞다퉈 기존 사모펀드에서 돈을 뺐고, 판매사도 투자자에게 적극적으로 권하지 못하면서 시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올해는 회복을 넘어 성장궤도로 복귀하며 설정액이 36조원을 돌파했다.

운용사별 AUM을 보면 오랜 기간 신뢰를 쌓아 온 운용사에 돈이 몰린 것으로 나타난다. 올해 사모펀드 중 AUM이 1조원 이상 증가한 곳은 타임폴리오자산운용 한 곳이었다. 타임폴리오운용은 지난해 말 AUM이 1조1118억원이었는데, 올해는 2조2802억원을 기록 중이다. 뒤를 바짝 따라오는 건 DS자산운용이다. DS자산운용은 올해 AUM이 4934억원 늘어난 1조5941억원으로 커졌다. 두 자산운용사는 다른 운용사를 따돌리며 전체 1·2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시장에선 신뢰가 두터운 운용사에 자금이 쏠린 결과라고 평가한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사모펀드로 큰 수익을 내고는 싶은데 라임 사태를 보며 가입을 머뭇거렸다”며 “판매사들도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에게 새로운 펀드를 소개하기보다는 기존에 잘하던 운용사 상품을 권하며 대안을 모색했다”고 설명했다.

신뢰 되찾고 수익률 30%대

사모펀드가 신뢰를 되찾은 이유로는 수익률 호조가 꼽힌다. 라임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관련 전수조사에 나섰음에도 꿋꿋이 높은 수익률을 내며 저력을 입증한 셈이다. 타임폴리오의 대표 사모헤지펀드인 ‘더 타임’ 시리즈는 연초 이후 27~31% 수익률을 내고 있다. 디에스자산운용의 대표 라인업인 ‘秀·智·賢’ 등 한자펀드 시리즈는 33~48%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VIP자산운용도 주목받은 한 해를 보냈다. 올해 AUM이 2640억원 늘어난 5824억원을 기록했다. 대표 펀드인 ‘올인원 펀드’가 연초 이후 41.57% 수익을 내며 시장수익률을 크게 웃돌고 있다. 레버리지를 일으켜 운용하는 ‘딥밸류 펀드’는 같은 기간 170%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이 밖에 지브이에이자산운용도 올해 AUM이 3256억원 증가한 6797억원으로 늘었다. 대표 라인업인 포트리스펀드가 연초 이후 16~18%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1세대 헤지펀드로 불리는 브레인자산운용도 올해 ‘백두·태백’ 등 대표 펀드가 11~12% 수익을 내며 AUM이 3330억원 늘어난 5136억원으로 커졌다. 이 펀드는 2012~2013년 설정돼 시장에서 인기를 끌다 수익률 부진에 시달리며 한동안 외면받았다.증권가에선 사모펀드 성장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제로금리에 가까운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추가 수익에 대한 갈증이 높은 데다 라임사태를 계기로 한 차례 자정 작용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타임폴리오운용 관계자는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있었기 때문에 운용사들도 시장 우려를 잘 알고 있고 투자자의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운용사에도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