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주문, 저녁에 걸치고 나간다"…패션도 '당일배송'

패션업계로 번진 배송 전쟁
패션 플랫폼 '당일 배송'…패션기업도 맞불
사진=머스트잇 캡쳐
# 30대 회사원 A씨는 연말을 맞아 성과급을 받은 기념으로 명품 지갑을 장만했다. 그동안 눈여겨보던 B사 지갑을 온라인 명품 쇼핑몰에서 검색하자 당일배송 가능하다고 떴다. A씨는 "아침에 주문하니 저녁에 도착해 다음날 모임에 갖고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통가의 '배송 전쟁'이 패션 업계로도 번졌다. 그동안 전자상거래(이커머스) 배송 속도전이 생활필수품 위주였지만 올해 들어 패션 분야에서도 가열되는 분위기다. 실탄을 보유한 패션 플랫폼의 약진과 이커머스 공룡인 쿠팡의 패션 새벽배송이 배송전에 불을 붙였다는 분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패션업계 배송전에 먼저 불씨를 댕긴 곳은 패션 플랫폼 '브랜디'다. 2019년 서울 지역 대상으로 '하루배송'을 시작했다. 현재는 당일 수령할 수 있는 '저녁도착'과 밤에 주문하고 새벽에 받는 '새벽도착'을 운영하고 있다. 올 들어서는 다른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와 '에이블리'도 익일 배송을 시작했다. 올해 10월 브랜디는 댄스 예능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에 출연해 인기를 끈 댄스크루 'YGX'를 기용해 하루배송을 홍보하기도 했다.
[영상=브랜드 유튜브 캡처]
업계에서 '속도전'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온라인 명품 쇼핑몰이다. 빅모델 기용 광고를 선보인데 이어 배송 서비스에서도 경쟁이 붙었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 중심으로 일부 인기 품목에 대해 당일배송을 내세웠다.

일례로 머스트잇은 '깜짝 배송'이란 이름을 붙인 당일 평균 3시간 배송 서비스를 내걸었다. 평일 기준 서울·인천과 경기 일부 지역 대상으로 전용 퀵배송을 이용한 당일 배송을 실시한다. 배송비는 위치별로 달라진다. 발란 역시 서울·경기·인천 일부 지역에서 오후 3시까지 주문시 오후 7시 이후 당일 배송을 제공한다. 트렌비도 일부 인기 제품 대상으로 서울 지역 당일 배송을 제공한다. 오후 2시 전에 구입하면 같은날 오후 9시까지 물건을 받을 수 있다.

국내 1위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경우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을 선보이는 '무신사 부티크'에서 오후 9시 전 주문 고객 대상으로 주문한 상품을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받아볼 수 있는 '새벽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대상 지역은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이다.이같은 온라인 쇼핑몰의 공통점은 투자 자금 유치로 '실탄'을 보유한 상황에서 물류 스타트업과 연계해 배송에 나섰다는 것. 온라인 쇼핑몰들이 배송으로 공세를 펼치자 기존 패션 기업들도 응수하는 형국이다.
사진은 더한섬닷컴 온라인 VIP 의류케어 서비스. 사진=한섬
현대백화점그룹 패션 기업 한섬은 당일배송과 매장 수령 등 다양한 선택지를 갖춘 '한섬딜리버리'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서울 지역에서 평일 오후 3시 전에 주문하고 배송료 5000원을 지급하면 당일 수령할 수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온라인 쇼핑몰인 SSF샵은 일부 상품에 대해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 '퀵배송'을 선택하면 오후 2시 전까지 주문 시 당일 배송을 제공한다.

스포츠 브랜드 휠라도 최근 공식 온라인 쇼핑몰에서 당일 배송 서비스 '오늘도착'을 론칭했다. 서울 지역 소비자가 공식 온라인 쇼핑몰에서 평일 오전 11시50분까지 '오늘도착' 배너가 표시된 상품을 구매하면 당일 수령 가능하다.
사진=휠라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은 온라인 쇼핑몰과 연계한 배송을 선보인다. 주문은 온라인에서 하되 매장을 수령과 교환이 가능한 거점으로 삼는 것. 한섬과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일부 제품을 매장에서 수령하고 교환·환불도 가능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유니클로는 온라인에서 구매 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 수령이 가능한 ‘매장픽업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통상 평일 오후 6시까지 매장 픽업을 통해 주문한 경우 당일 수령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 관련 온라인 쇼핑몰의 경쟁 격화로 내년에는 배송 등 서비스 관련 경쟁이 한층 가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