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 쳐다도 안 본다"…돈 날린 개미들 '울화통'

상장 한 달여 만에 스톡옵션 행사한 카카오페이 경영진
경영진 '먹튀' 논란…개인 던지고 기관 담아

손실은 소액주주주 몫…기관은 주식 '줍줍'
논란 커지자 이례적으로 전직원 대상 간담회 진행
지난달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페이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매매 개시를 축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카카오페이가 경영진들의 먹튀 논란에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주가의 변동성이 폭증했고, 손실을 호소하는 소액주주들이 늘고 있다. 2대주주인 알리페이의 오버행(대규모 매각대기 물량 출회)을 걱정하던 소액주주들 사이에선 뒤통수를 맞았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로 소액주주들의 속만 타들어가고 있다고 평가한다. 최근 먹튀 논란 직후 급락했던 주가가 다시 18만원대를 회복하면서다.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울 때 기관투자자들이 저가 매수 후 주가가 어김없이 반등해 적지 않은 기관투자자들이 이익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경영진 먹튀 논란이 불거지기 직전인 지난 9일 종가 20만8500원에 장을 마쳤다. 이후 연일 하락세를 보이더니 지난 23일 장중 16만5000원까지 떨어졌다. 카카오페이는 전날 다시 18만원대를 회복했지만 이날 오후 2시35분 현재 17만8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경영진 먹튀 논란은 지난달 3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지 약 한 달 만에 불거진 일이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10일 류영준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 8명이 보유지분 44만993주(약 900억원)를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류 대표는 당시 자사주 23만주를 주당 20만4017원에 팔아 치웠다고 공시했다. 약 469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거뒀다. 이외에도 나호열(3만5800주), 신원근(3만주), 이지홍(3만주), 이진(7만5193주), 장기주(3만주), 전현성(5000주), 이승효(5000주) 등 각 부문 총괄을 맡고 있는 부사장급 주요 경영진이 죄다 보유 지분을 팔았다.카카오페이는 스톡옵션 행사라는 입장이나 증권업계에서는 경영진 다수가 보유 주식을 대거 팔아치운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페이 먹튀 논란과 관련해) 상장 직후 얼마되지 않아 경영진들이 스톡옵션을 행사했다는 것은 현 주가가 고점이라는 신호로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다"며 "상장에 앞서 오버행 이슈가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던 것과 달리, 주요 경영진들이 스톡옵션 행사를 하면서 소액주주들의 신뢰감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신뢰감에 타격을 입으면서 개인과 외국인들은 카카오페이 주식을 잇따라 팔아치웠다. 특히 개인들은 회사 경영진에 배신감을 느꼈다고 호소하고 있다. 류영준 대표는 지난 10월25일 카카오페이 상장을 앞두고 2대주주인 알리페이의 오버행 우려에 대해 "주주 의사에 대해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단기적 지분 매각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기 때문이다.문제는 먹튀 논란 직후 소액주주들의 손실은 더 커졌다는 점이다. 지난 10일부터 전날까지 개인·외국인은 매도 물량을 쏟아냈다.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1960억원, 169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반면 기관은 이 물량을 오롯이 받아내면서 216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지난 10일 5.99% 급락했던 당시에도 기관은 1619억어치의 주식을 샀고, 이후에도 주가가 급락할 때마다 주식을 대거 담은 것으로 집계됐다. 주가는 오르면서 그만큼 기관들은 수익을 올린 결과가 됐다.

류영준 대표는 이제야 사태를 수습하고 나섰다. 경영진의 스톡옵션 대량 매도로 '먹튀'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전 직원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조만간 개최한다고 밝혔다. 경영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에도 내부 불만이 계속되자 직접 구성원 달래기에 나선 모양새다.

류 대표는 최근 사내 메시지를 통해 "스톡옵션 행사와 매각 과정에 대한 경영상의 판단이 옳고 그름을 떠나, 대내외적으로 많은 노이즈가 발생한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간담회 형식이나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나, 이르면 이번 주 개최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