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공론화된 '혜경궁 김씨'…野 "이재명, 우연의 일치 답하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후보 대통령 되면 꼭 노무현처럼 될 거니까 그 꼴 꼭 보자고요. 대통령 병 걸린 X보다는 나으니까."

2016년 12월 31일 혜경궁 김씨(정의를 위하여@08_hkkim) 계정의 트위터에 게재된 글이다.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지지하는 '혜경궁 김씨' 계정 사용자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방 글을 패륜 수준으로 올리면서 이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다.

2018년 4월 9일 경기도지사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한창일 때, 당시 이재명 후보와 경쟁하던 전해철 후보 측에서 '혜경궁 김씨'를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하면서 이 사건이 공론화됐다.

트위터 아이디의 이니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이재명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가 이 트위터 계정의 주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 지사 측은 강하게 부인했다.곧 밝혀질 줄 알았던 '혜경궁 김씨' 사용자 확인 수사는 서버가 외국에 있다는 이유로 지지부진했고 검찰은 이재명 경기지사 당선 이후 “트위터 계정의 아이디, 비밀번호가 여러 사람에게 공유되어 작성자를 특정할 수 없다”는 사유로 사건을 ‘기소중지’하고 덮어 버렸다.
국민의힘에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혜경궁 김씨'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양수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수석대변인은 29일 논평을 통해 "이재명 후보는 ‘혜경궁 김씨’가 누구인지 분명 알고 있다. 국민들 앞에 진실을 고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 대변인은 "혜경궁 김씨로 불린 '@08_hkkim(정의를 위하여)’이라는 트위터 아이디 작성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욕하고, 세월호 유족을 소재로 패륜적인 언사를 한 사실이 있었다"면서 "상당수 국민들은 이 ‘혜경궁 김씨’가 바로 김혜경 씨라고 믿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찰은 증거를 확보하여 김혜경 씨가 곧 ‘혜경궁 김씨’라고 확신하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보냈는데, 검찰은 납득할 수 없는 사유로 사건을 덮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08_hkkim(정의를 위하여)’라는 아이디를 쓴 작성자는 대부분 국민들이 생각하시듯 ‘김혜경 씨’이거나 적어도 김혜경 씨를 밀접한 근거리에서 수행한 사람일 수밖에 없다"면서 "김혜경 씨와 트위터 작성자는 프로필이 놀랄 만큼 같다. 성남시에 거주하고 아들 두 명이 있으며 악기 전공에 아이폰을 사용하고, 휴대전화 번호가 “010-37xx-xx44”이면서 닉네임이 ‘김혜경’인 사람이 대한민국에 두 명 있을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MBC 뉴스화면 캡처
이 대변인은 "혜경궁 김씨는 트위터에 가입하면서 Gmail 아이디를 'khk631000'로 썼는데, 동일한 Daum 아이디가 수사가 착수되자 갑자기 탈퇴했다. 증거를 인멸하고자 한 것이다"라며 "마지막 접속지가 이재명 후보의 자택이었다고 하니 더 볼 것도 없다. 김혜경 씨는 분당우리교회 회원 가입 시에도 'khk631000'라는 동일 아이디를 사용했다는 것도 새로이 알려졌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혜경 씨가 카카오스토리에 ‘이재명 후보 대학입학 사진’을 올리자 10분 뒤 혜경궁 김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같은 사진을 올렸다. 그 10분 뒤 이재명 후보도 자신의 트위터에 같은 사진을 올렸다"면서 "김혜경 씨와 혜경궁 김씨가 불과 10분 간격으로 우연히 이재명 후보의 사진을 공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죽하면 검찰의 기소중지 결정에 경찰이 강력히 반발했겠는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 논리대로, 같은 아이디를 몇 명이 돌려썼다고 치더라도 이재명 후보나 김혜경 씨를 밀접하게 수행하는 사람일 수밖에 없다"면서 "김혜경 씨가 아니라면 그 수행원인가. 이재명 후보의 사진을 스스럼없이 올리고 이재명 후보 일에 분노의 패륜 글을 올릴 수 있는 사람이 누구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국민의힘 법률지원단은 검찰이 기소중지한 사건의 수사를 재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소유주를 김혜경 씨로 결론 내린 데 과거 이 계정에 올라온 이 지사의 입학사진을 결정적 증거로 봤다.

이 사진은 이 지사가 대학교 입학 당시 이 지사의 어머니와 함께 찍은 것이다. 이 지사의 가족이나 지인이 아니라면 사실상 가지고 있기 어려운 사진이라는 것이 경찰 측의 판단이다. 이 사진은 김씨의 카카오스토리→혜경궁 김씨 트위터→이 지사 트위터 순으로 올라왔다.
'혜경궁 김씨' 논란 관련 경찰 출석한 김혜경씨 (사진=연합뉴스)
김씨는 당일 오전 10시 40분 자신의 카카오스토리에 '우리 신랑 대학입학식에서 어머님이랑~중·고등학교 교복 입는 게 부러워서 대학 교복을 맞춰 입었단다"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올렸다. 이어 10분 뒤인 오전 10시50분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에 '어떤 카스에서 본 대학 입학식의 이재명 시장님과 어머니. 교복 입은 게 인상적'이라며 동일한 사진을 업로드했다.

이 지사는 이어 오전 11시 16분 자신의 트위터에 '대학 들어갈 때 아무도 안 입는 교복을 맞췄죠. 입학식 날 단 하루 입었지만'이라며 같은 사진을 올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어떻게 이 지사보다 '혜경궁 김씨' 계정에서 이 사진이 먼저 올라올 수 있느냐고 관련성을 의심했다. '혜경궁 김씨'보다 먼저 사진을 올린 김씨의 카카오스토리는 김씨와 친구를 맺은 사람들만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수사를 받던 김혜경 씨는 "트워터와 동일한 다음 아이디가 집에서 접속됐다"고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힘들고 억울하다"고 토로했다.한 통계전문가는 알파벳 소문자와 숫자로 구성된 9자리 아이디가 서로 다른 사람이라고 가정했을 때 이렇게 아이디가 일치할 확률은 ‘101조분의 1’이라고 주장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