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아날로그 왕국' 일본…통계 70% 수작업으로 작성

디지털 방식 도입에도 인력난
건설 수주 실적 부풀렸다 들통

조작 온상 지목…신뢰도 '뚝'
일본 정부가 10년 전부터 디지털 방식으로 통계를 작성하는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핵심 통계의 70%가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통계 조작과 부정이 발생할 여지가 커 정부 공식 통계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정부의 핵심 통계 50개를 분석한 결과 34개 통계의 온라인 응답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수송 실적 등 8개 통계는 온라인 집계율이 10%에도 못 미쳤다.일본 정부가 2010년 온라인 통계 작성 시스템을 채택했지만 행정부의 디지털화가 전혀 진전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2019년 기준 새로 작성된 정부 문서 가운데 전자문서가 차지하는 비중도 15%에 불과했다.

아날로그 방식의 통계 작성은 수치 바꿔치기, 중복 계상과 같이 조작, 부정이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을 받는다. 최근에는 국토교통성의 건설 수주 실적이 지난 8년 동안 중복 계산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건설 수주 실적은 온라인 응답률이 11%로 대표적인 아날로그 통계였다. 건설 수주 실적은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14%를 차지하는 중요한 통계여서 GDP가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담당 인력 부족이 정부 통계의 온라인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16개 핵심 통계의 담당 직원이 3명 이하였다. 2018년 정부 통계 담당 직원은 1470명으로 2008년보다 10% 줄었다.정부 기관별로 제각각인 입력 방식도 문제로 꼽힌다. 한 중견 건설회사 관계자는 자사 수주관리 시스템과 국토교통성의 양식이 달라 처음부터 수작업으로 통계를 작성한다고 전했다.

데이터화가 미흡해 민간 기업과 개인이 정부 통계를 쉽게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일본의 국가경쟁력 저하와 직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계감사원에 따르면 정부 포털사이트 통계의 80%에는 검색과 데이터 추출 기능이 없다. 니혼게이자이는 “미국 등 경쟁국들은 정부 데이터를 지식재산의 원천으로 활용해 디지털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