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점 찍은 기업공개…공모가 줄줄이 하락에 “IPO 미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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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국 뉴욕증시의 기업공개(IPO)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새로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 성적표는 좋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장한 기업들 중 34%의 주가가 공모가보다 낮게 거래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금융시장 플랫폼인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상장한 기업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자금을 끌어모았다. 공모액이 총 3000억달러를 웃돌았다. 상당수 스타트업 창업자와 초기 투자자들이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 받아 거액을 손에 쥘 수 있었던 배경이다.올해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는 지난달 기준으로 공모가 대비 평균 12% 상승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9%를 하회하고 있다. 신규 상장 기업들의 변동성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신규 상장 기업들에 대한 매도세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내년 기준금리가 오르면 주식과 같은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다.
올해 출발은 좋았다. 지난 3월 중순 한국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쿠팡은 공모가 35달러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입성했다. 당시 끌어모은 자금만 45억5000만달러에 달했을 정도다.하지만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통화 긴축 전환을 강력 시사한 뒤 공모주 주가가 일제히 약세로 바뀌었다. 쿠팡과 오틀리, 디디추싱, 로빈후드, 토스트 등 새로 입성한 기업들 주가는 대부분 공모가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달 데뷔한 전기밴 제조업체 리비안 주가는 공모가(주당 78달러)를 웃돌긴 하지만 최고치(179달러)와 비교해선 급락한 상태다.월가에선 공모주들의 약세에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는 금리 인상 신호다. 물가 급등세와 맞물려 Fed는 내년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기술주에 대한 광범위한 매도세가 촉발됐던 배경이다.특히 공모주 중 상당수는 ‘먼 미래의 수익성’을 바탕으로 투자자를 끌어 모았는데, 금리 인상 신호가 이런 성장기업들에 대한 기회비용 계산법을 바꿔 놓았다는 게 WSJ의 설명이다.
금리가 제로에 가깝다면 막대한 잠재 수익에 대한 프리미엄이 당연시 될 수 있지만, 금리가 오르면 프리미엄 재평가가 시작될 수 있다는 의미다.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막대한 IPO 기업들의 공급량도 주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만 약 400개 기업이 뉴욕증시 문을 두드렸다. 추가로 600개의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이 상장됐다.자산관리 회사인 야누스 핸더슨 인베스터스의 데시 피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기록적인 IPO가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투자은행 등 금융회사엔 축복이 되겠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경고등”이라고 설명했다.야누스가 운용하는 72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기술·혁신펀드는 올해 뉴욕증시에 상장된 토스트와 기트랩 IPO에 참여했다. 토스트 주가는 공모가 대비 8%가량 빠졌으나 기트랩 주가는 20% 넘게 상승한 상태다.
내년 IPO에 나서려는 기업은 여전히 많다는 게 투자업계의 얘기다. 글로벌 시장에서 10억달러 이상으로 평가 받는 비상장 새내기 기업들은 900여 개로 추산된다.
다만 상당수 기업이 내년 초로 예정해놨던 기업공개 시기를 뒤로 늦추고 있다는 게 투자은행 및 로펌들의 설명이다.
기업 전문 로펌인 심슨태처&바틀렛LP의 조쉬 보니 공동 대표는 “현재 우리와 작업 중인 공모 예정 기업 중 실제로 최종 확정한 곳은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대형 투자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대니얼 버튼-모건 미주지역 주식시장 책임자는 “IPO에 따른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당연히 공모 분위기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금융시장 플랫폼인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상장한 기업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자금을 끌어모았다. 공모액이 총 3000억달러를 웃돌았다. 상당수 스타트업 창업자와 초기 투자자들이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 받아 거액을 손에 쥘 수 있었던 배경이다.올해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는 지난달 기준으로 공모가 대비 평균 12% 상승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9%를 하회하고 있다. 신규 상장 기업들의 변동성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신규 상장 기업들에 대한 매도세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내년 기준금리가 오르면 주식과 같은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다.
올해 출발은 좋았다. 지난 3월 중순 한국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쿠팡은 공모가 35달러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입성했다. 당시 끌어모은 자금만 45억5000만달러에 달했을 정도다.하지만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통화 긴축 전환을 강력 시사한 뒤 공모주 주가가 일제히 약세로 바뀌었다. 쿠팡과 오틀리, 디디추싱, 로빈후드, 토스트 등 새로 입성한 기업들 주가는 대부분 공모가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달 데뷔한 전기밴 제조업체 리비안 주가는 공모가(주당 78달러)를 웃돌긴 하지만 최고치(179달러)와 비교해선 급락한 상태다.월가에선 공모주들의 약세에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는 금리 인상 신호다. 물가 급등세와 맞물려 Fed는 내년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기술주에 대한 광범위한 매도세가 촉발됐던 배경이다.특히 공모주 중 상당수는 ‘먼 미래의 수익성’을 바탕으로 투자자를 끌어 모았는데, 금리 인상 신호가 이런 성장기업들에 대한 기회비용 계산법을 바꿔 놓았다는 게 WSJ의 설명이다.
금리가 제로에 가깝다면 막대한 잠재 수익에 대한 프리미엄이 당연시 될 수 있지만, 금리가 오르면 프리미엄 재평가가 시작될 수 있다는 의미다.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막대한 IPO 기업들의 공급량도 주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만 약 400개 기업이 뉴욕증시 문을 두드렸다. 추가로 600개의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이 상장됐다.자산관리 회사인 야누스 핸더슨 인베스터스의 데시 피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기록적인 IPO가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투자은행 등 금융회사엔 축복이 되겠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경고등”이라고 설명했다.야누스가 운용하는 72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기술·혁신펀드는 올해 뉴욕증시에 상장된 토스트와 기트랩 IPO에 참여했다. 토스트 주가는 공모가 대비 8%가량 빠졌으나 기트랩 주가는 20% 넘게 상승한 상태다.
내년 IPO에 나서려는 기업은 여전히 많다는 게 투자업계의 얘기다. 글로벌 시장에서 10억달러 이상으로 평가 받는 비상장 새내기 기업들은 900여 개로 추산된다.
다만 상당수 기업이 내년 초로 예정해놨던 기업공개 시기를 뒤로 늦추고 있다는 게 투자은행 및 로펌들의 설명이다.
기업 전문 로펌인 심슨태처&바틀렛LP의 조쉬 보니 공동 대표는 “현재 우리와 작업 중인 공모 예정 기업 중 실제로 최종 확정한 곳은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대형 투자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대니얼 버튼-모건 미주지역 주식시장 책임자는 “IPO에 따른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당연히 공모 분위기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