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과 수익 공유…순항하는 코오롱 풍력단지

코오롱글로벌이 태백에 조성한 태백가덕산풍력발전단지는 국내 최초 주민참여형 풍력발전단지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태백시민들이 분기별로 발전소 수익의 일부를 공유하는 구조다. 주민들이 올리는 투자 수익은 매년 2억7000만원으로 세후 5% 수준이다
[한경ESG] ESG NOW
강원도 태백시 가덕산에는 높이 117m, 회전 지름 126m의 거대한 풍력발전기 12기가 줄지어 있다. 정기 점검 중인 두어 기를 뺀 나머지 발전기의 회전날개(블레이드)가 빠르게 돌아가며 오염물질 배출 없는 ‘친환경 전기’를 생산해낸다. 3.6MW급 풍력발전기 12기로 구성된 이곳에선 연간 10만8988MWh의 전력을 생산한다. 태백지역 가구 수의 2배인 3만7000여 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이곳은 국내 최초 주민 참여형 풍력발전단지라는 점에서 관련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근 원동마을 주민을 비롯한 태백 시민들이 분기별로 발전소 수익의 일부를 공유하는 구조다. 기술력도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 소음을 최대한 줄여달라는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설계한 덕분에 발전기 바로 아래에서도 소음이 느껴지지 않는다.

시민들과 발전소 수익 공유

코오롱글로벌이 태백에 조성한 태백가덕산풍력발전단지는 2018년 11월 공사를 시작해 2년 만인 2020년 11월 상업 가동을 시작했다.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국동서발전과 강원도가 운영사인 태백가덕산풍력발전 지분 34%를 각각 보유하는 공동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사업자인 코오롱글로벌이 지분 20%를 갖고, 지역 발전사업 인허가권자인 태백시(10%)와 강원지역 기업인 동성(2%)도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가덕산풍력은 코오롱글로벌이 최대 120MW 규모를 목표로 조성을 추진 중인 육상풍력발전사업이다. 현재 43.2MW 규모의 1단계 사업을 마쳤다. 21MW 규모의 2단계 사업은 2023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에 들어갔다. 2026년을 목표로 43.2MW 규모의 3단계 사업과 16.8MW 규모의 하사미풍력단지 사업도 추진 중이다. 전체 사업이 마무리되면 단일 사업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육상풍력단지가 구축된다.

가덕산풍력은 지역주민을 풍력발전사업에 투자자로 참여시킨 국내 최초의 사례다. 원동마을 주민들은 마을 기업을 설립해 태백 시민들로부터 17억원의 펀드를 모집하고, 국가 정책자금으로 33억원을 대출받아 모은 50억원을 운영사에 투자했다. 처음엔 지분투자를 통해 배당수익을 올리는 구조였지만, 안정적 수익 확보를 위해 태백시가 지분을 보유하고 채권 형태로 분기별 수익을 얻는 방식으로 구조를 새로 짰다.

주민들의 투자 수익은 매년 2억7000만원으로, 세후 5% 수준이다. 지역주민이 투자에 참여함으로써 가덕산풍력은 민원 없이 성공적으로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발전소 운영 수익을 주민과 공유함으로써 풍력 사업의 최대 어려움인 ‘주민 수용성’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서태성 코오롱글로벌 부장은 “1년여 가동한 결과 가덕산풍력은 국내 다른 풍력단지에 비해 높은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며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주민이 모두 만족하는 성공 사례”라고 말했다.친환경 밸류체인 강화

가덕산풍력 1단계 사업의 성공은 코오롱글로벌이 확대 중인 풍력 사업의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2~3단계 등 후속 사업 역시 주민 참여형으로 이뤄지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81MW 규모의 풍력발전소를 운영 중인 코오롱글로벌은 매년 40MW가량의 육상풍력 프로젝트 발굴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육상풍력에서만 연간 200억원의 배당수익을 내는 체제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코오롱글로벌은 육상풍력 외에도 노후 풍력단지를 최신 고효율 장비로 업그레이드하는 리파워링, 해상풍력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2030년 상업화를 목표로 과발전 시 버려지는 에너지를 활용,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그린수소 사업 모델도 개발 중이다. [돋보기]
탄소중립 바람 타고 급성장하는 韓 풍력 사업
글로벌 탄소중립 바람을 타고 한국 풍력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정부가 2030년까지 풍력발전 규모를 현재의 10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부품 생산에서 사업 운영까지 전 밸류체인(가치사슬)에 걸친 기업의 시장 공략이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8년 2030년까지 전체 전력 생산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높인다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 계획’을 발표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 풍력발전 규모를 17.7GW(육상 5.7GW, 해상 12.0GW)까지 늘릴 계획이다.

2020년 말 기준 한국의 누적 풍력 설비용량이 1.6GW(1GW는 1000MW)인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10년간 10배가 넘는 잠재 시장이 예고된 셈이다. 향후 10년간 해상풍력 확대에 투입될 자금 규모만 약 60조원, 향후 운영비까지 포함하면 100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풍력발전은 육지에 발전기를 설치하는 육상풍력과 바다 위 해상풍력으로 나뉜다. 밸류체인은 부품 공급·생산, 발전단지 개발, 전력 구매로 구성된다. 풍력발전기는 크게 회전날개를 돌려 전력을 생산하는 터빈, 발전기를 지탱하는 타워, 발전기 전체의 토대가 되는 하부구조물로 이뤄진다.

터빈 분야의 대표적 국내 기업은 두산중공업과 유니슨이다. 국내 기업은 그간 2~3MW급 중소형 풍력터빈을 만들어왔다. 이미 10MW급 대형 터빈 상용화에 성공한 베스타스 등 글로벌 기업을 따라잡기 위해 두산중공업이 8MW, 유니슨이 10MW급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풍력발전기의 척추 역할을 하는 타워 분야에서는 국내 기업인 씨에스윈드가 세계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해는 미국과 포르투갈 내 풍력타워 생산 공장을 인수하며 주요 시장인 북미 및 유럽 지역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육지에 비해 높은 기술력과 품질이 요구되는 해상풍력발전의 토대인 하부구조물 시장은 강관업체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세아제강지주는 4000억원을 투자해 영국 현지에 해상풍력발전 하부구조물인 ‘모노파일’ 생산 공장을 만들고 있다. 올해 SK에코플랜트로부터 46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받은 삼강엠앤티는 또 다른 방식인 ‘재킷’ 분야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코오롱글로벌을 비롯해 현대건설, 한화건설 등 건설사들은 발전소 개발부터 지분투자, 사업 운영까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풍력발전 규모가 커질수록 10년 이상 노후 육상풍력발전소를 중심으로 저용량 터빈을 대용량 터빈으로 교체해 생산성을 높이는 ‘리파워링’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황정환 한국경제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