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생 한 달 만에 잘랐다"…40대 고깃집 사장님의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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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코로나→거리두기 '타격 2배'
고강도 방역대책에 자영업자 경영난 심화
신규 채용 줄이고 기존 인력 내보내고
그나마 남은 일자리는 10시간짜리 '초단기 알바'
# 서울 고덕동에 사는 취업준비생 박유정 씨(26)는 최근 동네 빵집에서 아르바이트(알바)를 구한다는 구인공고를 보고 지원했지만 떨어졌다. 40명 가까이 지원자가 몰려 경쟁이 치열했던 탓이다. 번화가에서 떨어진 한적한 아파트 단지 내 매장이라 지원자가 별로 없을 것이라 여겼지만 현실은 박 씨 예상과 달랐다. 박 씨는 “동네에서 알바 구하는 것도 어렵다”고 푸념했다.오미크론 변이 확산세에 고강도 방역대책이 시행되면서 자영업자들 경영난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현장에선 매출이 급감해 인건비를 감당할 여력도 안 된다는 아우성이 터져나온다. 여파가 채용 감소로 이어져 20대 청년들은 알바조차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30일 통계청에 따르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수는 올해(11월 기준) 424만9000여명으로 전년 동기(419만3000여명)보다 5만6000여명 늘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자영업자들이 알바생을 줄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분당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박모 사장은 “최근 야간 홀 서빙 알바생과 주방 보조 두 명을 잘랐다. 당장 이달 매출이 반에 반 토막이라 월세도 내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 경기 성남 분당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유현태 씨(46·가명)는 야간 근무를 하는 아르바이트생을 뽑았다가 한 달여 만에 해고 통보를 했다. 지난달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에 맞춰 야간 인력을 뽑았지만, 최근 다시 거리두기 강화 조치가 내려지면서 알바를 내보낼 수 밖에 없었다. 유 씨는 “미안하지만 야간 영업이 다시 중단돼 어쩔 도리가 없었다. 회식이나 단체 손님을 못 받고 있는 상황이라 알바까지 챙길 여유가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르바이트 경쟁률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달 서울시가 모집한 동계 대학생 아르바이트에 300명 선발에 1만3600여명이 몰리기도 했다. 6주간 일할 수 있는 단기 알바지만 경쟁률이 45대 1에 달했다.
특히 정부가 위드 코로나 47일 만에 다시 사적 모임 인원을 최대 4인, 식당·카페 영업시간을 오후 9시로 제한하는 고강도 방역대책을 내놓으면서 어렵게 일자리를 구했지만 금새 해고당한 알바생도 적지 않다. 24시간 영업이 가능했던 식당과 카페, 노래연습장은 오후 9시면 문을 닫아야 한다. 영화관, PC방 등도 오후 10시까지로 영업시간이 제한됐다. 방역수칙이 강화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위드 코로나를 겪은 직후라 자영업자와 직원들 모두 타격이 크다.서울 관악구에서 맥줏집 아르바이트를 하던 이재윤 씨(25)도 알바 시작 한 달여 만에 그만둬야 했다. 맥줏집 사장이 휴업을 결정하면서 이 씨를 비롯해 동료들 모두 일자리를 잃었다. 이 씨는 “밤에 주로 장사를 하는 업종이니 거리두기 강화 조치 이후 영업하는 게 의미가 없다며 사장님이 가게 문을 닫았다”며 “실망스럽지만 이해는 된다”고 말했다.그나마 남아 있는 일자리는 ‘초단기 아르바이트’ 방식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통상 하루에 10시간 전후로 일하고 바로 임금을 지급받는 형태가 많다. 최근 급변하는 코로나19 상황으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고정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중장기 알바 채용을 기피하는 자영업자가 늘어나서다.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고용동향을 분석해보면 주당 17시간 이하 일하는 초단기 근로자는 전달보다 9만1000명이 늘어난 213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한 주에 15시간 이상 일하면 하루 임금을 더 주는 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알바생을 고용할 때 14시간 근무로 쪼개서 채용하는 경우도 많다. 서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60대 김모 씨는 “주휴수당 명목으로 하루치 일당을 더 주는 것도 부담스러워하는 점주들이 많다”고 전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