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성과급 받은 김과장, 내년 대출 이자 덜 낸다…왜?

금리인하요구권, 신용점수 오르거나 소득 늘었다면 신청 가능
"대출금리 0.4%포인트 낮춰"…연간 이자 20만원 절약
내년부터 수협 등 상호금융권 대출도 금리인하요구권 행사
(사진 = 한경DB)
#.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임정혁(가명)씨는 올해 연말 성과급으로 1000만원을 받았다. 기쁨도 잠시, 올해 4.6%로 빌렸던 신용대출이 떠올랐다. 올해 4월 NH농협은행에서 신용대출 3000만원을 4.6%로 빌렸기 때문이다. 연봉이 낮아서 상대적으로 비싼 금리로 빌렸는데, 내년부터는 원리금까지 매월 30만원 가량 내야하기 때문에 부담이었다. 금리인하요구권을 적용할 수 있을 지 은행에 문의한 결과,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은행 측은 "현재 요건은 되지만 우대금리 적용되는 게 없다"며 "1월 중순에 앱으로 신청하는 게 좋겠다"고 추천했다.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올라가면서 금리인하요구권을 통해 금리를 낮추려는 차주들이 늘고 있다. 은행권에서도 성과급을 많이 받았다면 '소득 증가' 요인인 만큼, 적극적으로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시중은행들의 일반 신용대출 금리(900점대 기준)는 3.45~ 4.55% 수준이다. 지난해 신용대출이 2%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새 큰 폭으로 오른 셈이다.

최근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금리인하요구권을 통해 이자 부담을 줄이려는 차주들이 늘고 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신용점수가 오르거나 소득 및 재산 증가 등 긍정적 변화가 있다면 금융사에 대출금리를 내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직장인 강 모씨는 "지난 9월 신용대출로 3500만원을 금리 4.6%로 대출받았는데, 최근 인센티브가 들어와서 금리인하 요구권을 신청했다"며 "금리가 4.2%로 내려갔다"고 말했다. 강 씨는 금리인하요구권을 써서 강 씨는 연간 이자 15만원을 아낄 수 있게 됐다.BNK경남은행에서 마이너스통장 5000만원짜리를 사용 중인 김 모씨는 5000만원을 다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연간 내는 이자는 20만원 가량 줄어들게 됐다. 그는 "공모주 청약에 사용하려고 만들어둔 통장인데 최근 금리인하요구가 가능하다는 문자를 받았다"며 "모바일 앱으로 신청했더니 금리가 3.54%에서 3.14%로 인하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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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을 이용하는 차주들도 금리인하요구권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뱅크에서 4000만원 한도로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 중인 박 모씨는 "최근 신용점수가 크게 올라서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해봤다"며 "그 결과 대출 금리가 4.495%에서 4.473%로 인하됐다. 생각보다 큰 폭은 아니지만 이자를 연간 2만원 가량 아낄 수 있게 된 셈"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내년엔 상호금융권도 적용돼

올해 들어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금융당국은 '금리인하 요구권 활성화'를 강조했다. 지난 10월 금융위원회는 관련 제도 개선 계획을 밝혔고, 금융감독원은 은행권과 보험·저축은행 등 금융권에도 금리인하요구권을 활성화를 주문한 바 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는 신용점수가 상승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수시로 금리인하요구권 신청에 대한 안내문을 발송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금리 변동 시나 이자 납부일에, NH농협은행의 경우 금리인하요구권 대상 상품 보유 고객에게 신규 대출 실행 이후 5개월마다 문자로 안내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기 상여금에 반영되는 성과급이 대폭 늘었다면 소득 증가 요인으로 금리인하요구권 시행 조건에 해당된다"며 "내년 갑종근로소득세(갑근세)를 따로 직장에서 떼서 제출하거나, 연말정산 이후 금리를 낮춰줄 것을 요청하면 된다"고 말했다.

앞으로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해 금리 인하 효과를 볼 차주들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농협이나 수협 등 상호금융권에서 받은 대출도 내년 6월부터 금리인하요구권 행사가 가능하다. 이달 초 국회는 상호금융업권 조합과 중앙회에 대한 금리인하 요구권을 법제화하는 내용의 '신용협동조합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상호금융조합과 중앙회는 대출 계약 체결 시 소비자에게 금리인하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알려줘야 한다. 금융위는 내년 1~2분기를 목표로 추가적인 제도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통 신청 요건과 불수용 사유 등을 포함한 통지 서식을 표준화하는 작업과 함께 전금융업권이 관련 실적을 공시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