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회장, 일본 장기침체 원인 "헝그리 정신 없어서"

글로벌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의 야나이 다다시(柳井正·72) 회장 겸 사장이 일본의 장기침체 배경에 대해 '헝그리 정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야나이 회장은 30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인터뷰에서 일본이 장기침체에빠진 이유를 묻는 말에 "'헝그리 정신'이 없다"면서 안정된 직업이 이제는 없는데도 여전히 안정된 일자리를 좇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모든 산업이 정보산업과 서비스산업이 될 것"이라며 디지털을 사용해 효율적으로 세계 시장에서 돈을 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립의 골이 깊어지는 미중 관계에 대해선 "현실을 보면 좋겠다"며 미중이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여전히 미국 금융자본이 중국 투자 자금으로 흘러 들어가고 미국 애플 등의 제품이 모두 중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야나이 회장은 미중 갈등 속에서도 중국의 대미 수출액이 늘고 있다며 미중 관계가 경제적으로는 잘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잠재적 라이벌을 때리는) 미국의 속내를 알아야 한다"며 과거에 일본도 지금의 중국과 같은 일을 겪었다고 말했다.

일본 경제가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잘나가던 시절에 일본 자동차를 해머로 부수고 도요타자동차 리콜 대응과 관련해 잘못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해 공청회로 불러냈던 나라가 미국이라는 것이다. 야나이 회장은 미국이 강제노동으로 문제 삼는 중국 신장위구르에서 생산되는 면(綿)을 유니클로 제품에 사용하는지에 대해 '노코멘트'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해선 "미중 대립에서 중립적인 입장에 서고 싶다"고 반응했다.

그러면서 신장위구르 문제를 다루는 미국의 방법이 기업들을 상대로 일종의 사상 검증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그런 수법에는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미국 사업에 주력하는 이유로는 "미국 시장에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1995년 기준으로 미국과 일본의 의류 소비액은 각각 16조엔 정도로 인구 규모 등으로 보면 일본이 컸지만, 지금은 미국이 연간 40조~50조엔 규모로 성장한 반면 일본은 9조엔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중의 틈새에 낀 일본 기업의 생존 전략과 관련, "일본에는 원래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에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해외시장에서 벌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편 야나이 회장은 "세계 인재를 불러들이고 일본인을 세계로 내보내는 열린 나라가 아니면 (일본은) 살아남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일본이 쇄국(鎖國) 상태가 되어 IT(정보기술) 고급 인력의 입국이 어렵게 됐다며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돼 수출도 어려워지면 벌이를 위해 일본에서 해외로 나가는 사람이 많아져 국내에는 노인들만 남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