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딸' 배두나, '고요의 바다'로 돌아오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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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고요의 바다' 송지안 역 배두나배우 배두나가 돌아왔다.
천재 우주생물학자 역할
미스터리한 달의 비밀 밝혀
'센스8'부터 이어진 넷플릭스와 인연
"예전엔 순위 없었는데…" 부담감 전해
배두나는 넷플릭스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부터 넷플릭스 오리지널에 출연했다. "배두나가 미드 주인공으로 출연한다"고 국내에 알려져 화제가 됐던 '센스8'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됐었기 때문. 당시 연출자였던 릴리·라나 워쇼스키 '자매' 감독은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로 유명한 이들이다. 2013년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 배두나를 발탁해 할리우드 진출을 도운 후 '센스8'까지 함께했다.이후 배두나는 국내 최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였던 '킹덤'을 비롯해 '페르소나'에 이어 지난 24일 첫선을 보인 '고요의 바다'까지 활약을 이어왔다. "넷플릭스의 딸로 돌아왔다"는 질문에 배두나는 유쾌한 웃음을 보이면서 "정말 제가 넷플릭스와 인연이 깊다"면서 "그런데 예전엔 순위도 없고, 시청 시간도 없어서 배우로서 자유로운 느낌이었는데, 요즘은 순위가 생겨 부담이 됐다"고 솔직하게 속내를 전했다. 그러면서도 "순위가 잘나오니 기분은 좋더라"라며 "사람이 그런 거 같다"고 솔직한 매력을 뽐냈다.
'고요의 바다'는 필수 자원이 고갈되어 황폐해진 근미래의 지구, 서울을 배경으로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희망을 찾아 나선 인류의 이야기를 담았다. 배두나가 연기하는 우주 생물학자 송지안을 연기했다.
송지안은 대한민국 최초의 달 탐사기지였으나 5년 전 영구 폐쇄된 발해기지에서 사고의 원인과 진실을 찾고 싶어하는 인물. 특수 임무보다 5년 전 사고에 얽힌 단서를 찾는 것에 집중하면서 대원들과 갈등을 빚는다. 배두나는 "이제 하다하다 우주복을 다 입어본다"면서 "이게 배우라는 직업의 매력인 거 같다"며 새로운 도전,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이어 "'클라우드 아틀라스' 작업을 하면서 SF 장르를 제대로 한국에서 구현해 내는 것이 가능할까 생각도 했다"며 "하지만 '고요의 바다' 단편을 보면서 '이 사람(최항용 감독)이라면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신뢰감과 만족감을 드러냈다. 넷플릭스의 딸로 다시 돌아왔다.
제가 넷플릭스 인연이 깊다. 넷플릭스 코리아 나오기 전에 '센스8'도 넷플릭스 작품이었고, '킹덤', '페르소나', '고요의 바다'까지 했다. 넷플릭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작품의 콘텐츠 그 자체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킹덤'을 쓴) 김은희 작가님도 그러셨는데 '돈만 주지 코멘트를 안준다'고 하는데, 그런 창작의 자유를 보장한다. 그래서 같이 일하면 그런 면에서 좋다. 바뀐 게 있다면 순위를 메기더라. '킹덤'을 할 땐 시청 시간 이런 것도 없고 해서 자유로웠는데, 순위가 생기고 시청시간을 보니까 부담이 됐다. 그래도 순위 잘 나오니 기쁘더라. 사람이 그렇다. '고요의 바다'이기에 한국형 SF물 도전에 용기를 냈다고 했다.
원본, 원안 단편을 보고 놀라웠다. 대학교 졸업 작품이라고 들었는데, 몰입력이 뛰어났다. SF지만 기술이나 과학적인 부분보다는 심리적인 것에 집중했더라. 앞서 SF로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찍었다. 그러면서 느낀게 예산의 차이가 크고, 실제로 구현해 내는 걸 제가 경험하지 않았나. '한국에서 이런걸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 기대하진 않았다. '가능할까' 생각도 했다. 그런데 이 단편을 보고 '이 사람이라면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이 작품 안에서 다른 방식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 같더라.
완성본을 보고 어땠나.아쉬움은 당연히 있지만, 그 시간과 한정된 것들에 대해 피땀흘려 최선의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만족감이 있다.
원작과 비교했을 때, 넷플릭스 오리지널 '고요의 바다'는 어떤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나.
매력이 전혀 다르다. 원작은 '시' 같은 느낌, 넷플릭스에서는 8부작으로 제작됐기 때문에 소설같은 느낌이다. 볼거리도 많고. 우리 대원들로 나오는 배우들도 너무 멋있다고 생각하면서 봤다. 실제로 벌어지지 않은 상황, 배경에서 연기해야 했다. 상상력으로 연기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나.
'아틀라스'를 찍을 때 제일 힘든게 블루스크린 앞에서 연기하는 거였다. 이전까진 전 일상 연기, 현실적인 연기를 주로 했다면, 그때부터 해외 작품을 하면서, SF라는 장르를 하면서 '연기를 할 때 이렇게 상상력이 필요로 하는구나. 상황이 없으니 그려내야 하는구나' 라는 걸 훈련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저희 작품에 CG는 우리는 거의 없었다. 상상의 어려움은 이전에 비해 없어 편했다.
피드백을 보면 작품에 대한 호불호가 극과 극으로 갈리더라.
제 주변에선 다 너무 좋아했다. 다 너무 재밌다고 하더라. 느리게 가는 거 같지만 긴장감이 조여왔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 저는 이 작품을 선택했을 때 긴장감, 배우들의 심리 묘사나 공포가 영화의 몰입감을 높이는 힘이라고 생각했다. 이걸 시청자들도 느꼈다면 좋았을 거 같다.
달리는 장면부터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줬다.
이전에도 몸을 쓰는 역할을 많이 해서 힘들지 않았는데, (우주복이) 기본적인 무게감이 있다. 승모근이 발달했다.(웃음) 7개월 정도 하니. 그래도 그건 고생 축에도 못 낀다. 이전에 탁구, 양궁을 하면서 몸고생을 많이 했다. '센스8'땐 바다에서 수중촬영도 해봤다. 몸을 쓰는 것보다 어려운 건, 감정을 놓치면 안된다는 부담감이었다. 우주선을 타고 가서, 그녀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섬세하게 가져가지 않으면 모두가 이해하지 못할 거 같더라. 그 부분을 어떻게 해야하나 부담감이 있었다.
캐릭터에 대한 연출자의 지시 방향이 있었나.
제가 방향성을 잡으면 감독님, 작가님이 써놓은 방향과 다르게 가지 않나. 그래서 제가 뭔가 선호하는 걸 잡아 놓진 않는다. 22살에 박사학위를 딴 천재 과학자니까 과학적인 용어를 썼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하지만 그 외엔 없었다. 연구실에서 연구하고, 사회성이 없고. 그 정도 설정이 제가 한 거였다. 캐릭터를 만들 때 연구를 하고 분석해서 가지 않고 그때그때 연기를 하며 영감을 받는 편이다. 이번 저의 연기를 가장 좌우한 톤은 1부에 나오는, 5년 전 회상신으로 최국장에게 골드카드를 받는 장면이었다. 그 장면을 거의 첫 장면으로 찍었다. 그게 너무 충격이었고, 그 감정을 갖고 마지막까지 연기했다. 그렇게 순서대로 찍는게 도움이 됐다.
북극의 빙하 감소, 지구 온난화 같은 이변 현상들이 일어나며 미래를 예측하는 게 더 어려워졌다. 이번 작품을 촬영하며 실제로 '지구에 물이 없어진다면'이라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나.
환경을 조심하게 됐다. 공유 씨는 샤워를 할 때 물을 아껴쓰게 됐다고 말하더라. 그런 부분이 좋았다. 제가 나서서 '이렇게 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건 내키지 않는다. 그런데 작품을 통해 얘기하는 건 좋다.
정우성 제작자와 파리에서 만났다고 했다.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나.
시나리오를 받고 마음의 결정을 하기 전 파리의 한 식당에서 우연히 만났다. 정우성 선배님도 본인이 배우이긴 하지만, 사적으로 그런(작품과 관련된) 얘길 잘 안한다. 아무리 제작자나 배우라 하더라도 매니지먼트 통하지 않고 얘기하진 않는다. 그때 '시나리오는 읽어봤어요?'라고 해서 제가 '네'하고 말았다. 하하.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처음이지 않나.
입다입다 이제 우주복까지 입구나 싶었다. 감사했다. 배우가 좋은 직업인 게 한 번 살면서 여러 인생을 산다. 피곤하고 안 좋은, 감수해야 할 일도 있지만 가장 좋은 순기능이 여러 삶을 사는거라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작품을 시작하고 촬영 초반 며칠 동안 했다.(웃음) 의상이 너무 무겁더라. 배우들의 케미도 좋았다. 괴로우려면 괴로울 수 있는 촬영이었다. 어깨도 나가고. 국내에서는 달에서 하는 첫 드라마였다. 참고 자료가 있는게 아니니 감독님도 얼마나 힘들었겠나. 예민함을 풀고자 했다. 촬영장에서 좋은 추억을 쌓으려 했다. 활동무대가 해외로 넓혀졌는데 국내 TV드라마로 찍는 등 쉬지 않고 종횡무진 일하고 있다. 쉬지 않고 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경험을 하는게 저의 전투력이 될 거란 생각이 있다. 어느 순간부터 그런 생각이 생겼다. 될 수 있으면 많이 경험해서 경험치를 쌓으려고 하는게 있다. 해외서도 찍고, 우리나라에서도 찍고, 그런게 너무 재밌다. 하하. 해외에서 느끼지 못하는 국내 작품을 하면서 하는 것이 힐링이 된다. 이런 농담 한마디도 잘통하는 그런 것들을 공유하는, 현장에서 하는 것들이 재밌다.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도 즐겁고. 그래서 지난 10년 동안 바빴다. 주연, 조연, 작은 영화, 큰 영화 안가린다.
지난 20년간 한국 콘텐츠 산업이 눈부시게 발전했고, 그 중심에서 변화를 고스란히 느끼며 함께 성장했다. 정말 눈부시게 발전하고 변화도 빨랐다. 우리나라는 뭐든 빠르지만 정말 빨리 변했다. 앞으로는 더 달라질 거 같은데, 그걸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 거 같다. 일본이나 프랑스 등 해외 일을 해보고 나면, 제가 한국 영화인으로서 '아 이런게 다르구나'를 느끼면서 더 자아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그런 부분들도 좋더라.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