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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위기국가 일본·팬데믹 이후의 시민권을 상상하다
▲ 글래시스 로드 = 한지선 지음.
중국 해양사 연구자가 '안경'이라는 자그마한 사물로 근대 이전에 진행된 세계화의 맥락을 고찰했다. 저자는 안경이 발명된 시기와 장소를 두고 학계에서 논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13세기 무렵 유럽에 도입됐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고 짚는다.
그가 관심을 둔 사안은 안경의 기원보다 교류 양상이다.
안경은 인도양의 주요 상품으로 떠오르면서 유럽과 아시아에서 모두 확산했고, 원나라 시기에 이미 중국에 전파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명나라 시기에는 안경이 조공 물품이 됐다고 본 저자는 "우수하고 품질 좋은 안경을 바친 것은 후한 보상을 받았기 때문"이라며 "안경은 명이 유라시아 최대 교역 네트워크에 진출했다는 증거가 된다"고 강조한다.
또 안경은 동아시아 교역 네트워크를 통해 조선과 일본까지 유입됐다고 분석한다.
중국은 16세기부터 자체적으로 안경을 만들었고, 다양한 광학 도구와 정보를 수입했다. 하지만 중국과 유럽의 안경 제조기술 격차는 점차 벌어졌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는 "안경의 물성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기술과 생산의 효율성을 도모하지 못한 채 지속된 중국의 수공업 기반 제조 방식은 변화와 혁신을 이뤄내지 못했다"고 풀이한다.
위즈덤하우스. 424쪽. 2만 원. ▲ 인구위기국가 일본 = 정현숙 지음.
일본 도쿄대에서 사회학을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은 정현숙 한국방송통신대 일본학과 교수가 일본의 인구위기를 분석하고 해법을 제시했다.
일본 인구 문제는 저출산과 고령화, 노동인구 감소, 지방 쇠퇴로 요약된다.
아이를 적게 낳고, 노인은 늘어나다 보니 인구가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1억2천583만 명이었던 인구는 2060년 9천284만 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자는 일본의 고령화 속도가 유럽보다 빨랐고, 결혼하지 않거나 혼인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청년이 늘어나면서 출산율도 급격하게 떨어졌다고 말한다.
그는 일본 정부가 고령화 정책을 우선시하고 맞벌이 부부의 양육 지원에 치우친 출산 장려 정책을 추진한 탓에 출산율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우리나라도 일본의 뒤를 따라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동일한 난제에 직면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저출산 문제를 정부에만 맡기지 말고 기업과 시민사회가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며 "젊은 세대의 결혼, 출산, 육아 지원을 매우 파격적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에피스테메. 428쪽. 2만2천 원. ▲ 팬데믹 이후의 시민권을 상상하다 = 강용훈·한상원 외 지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시민권'이라는 틀로 재조명한 학술서. 인천대 인문학연구소가 엮었다.
팬데믹 상황에서의 돌봄 노동에 주목한 임옥희 박사는 "지상의 모든 존재 사이의 보살핌을 기본값으로 하는 것이 페미니즘의 해방 기획이어야 한다"며 "탐욕의 정치가 아니라 생존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황병주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관은 '1990년대 시민 담론과 자유주의'를 논한 글에서 "시민의 관심은 시민을 계몽하는 것이 아니라 민중을 전유하는 것"이라며 "민중을 숙주 삼아 성장해 온 것이 곧 시민의 역사였다"고 주장한다.
이외에도 '한국 개신교 사회운동 담론과 초월성의 정치', '2000년대 여성 노동자 투쟁 다큐멘터리와 여성 노동자의 시민권', '유동하는 경계와 피난민의 시민권' 등을 다룬 글이 실렸다. 후마니타스. 360쪽. 1만8천 원. /연합뉴스
▲ 글래시스 로드 = 한지선 지음.
중국 해양사 연구자가 '안경'이라는 자그마한 사물로 근대 이전에 진행된 세계화의 맥락을 고찰했다. 저자는 안경이 발명된 시기와 장소를 두고 학계에서 논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13세기 무렵 유럽에 도입됐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고 짚는다.
그가 관심을 둔 사안은 안경의 기원보다 교류 양상이다.
안경은 인도양의 주요 상품으로 떠오르면서 유럽과 아시아에서 모두 확산했고, 원나라 시기에 이미 중국에 전파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명나라 시기에는 안경이 조공 물품이 됐다고 본 저자는 "우수하고 품질 좋은 안경을 바친 것은 후한 보상을 받았기 때문"이라며 "안경은 명이 유라시아 최대 교역 네트워크에 진출했다는 증거가 된다"고 강조한다.
또 안경은 동아시아 교역 네트워크를 통해 조선과 일본까지 유입됐다고 분석한다.
중국은 16세기부터 자체적으로 안경을 만들었고, 다양한 광학 도구와 정보를 수입했다. 하지만 중국과 유럽의 안경 제조기술 격차는 점차 벌어졌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는 "안경의 물성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기술과 생산의 효율성을 도모하지 못한 채 지속된 중국의 수공업 기반 제조 방식은 변화와 혁신을 이뤄내지 못했다"고 풀이한다.
위즈덤하우스. 424쪽. 2만 원. ▲ 인구위기국가 일본 = 정현숙 지음.
일본 도쿄대에서 사회학을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은 정현숙 한국방송통신대 일본학과 교수가 일본의 인구위기를 분석하고 해법을 제시했다.
일본 인구 문제는 저출산과 고령화, 노동인구 감소, 지방 쇠퇴로 요약된다.
아이를 적게 낳고, 노인은 늘어나다 보니 인구가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1억2천583만 명이었던 인구는 2060년 9천284만 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자는 일본의 고령화 속도가 유럽보다 빨랐고, 결혼하지 않거나 혼인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청년이 늘어나면서 출산율도 급격하게 떨어졌다고 말한다.
그는 일본 정부가 고령화 정책을 우선시하고 맞벌이 부부의 양육 지원에 치우친 출산 장려 정책을 추진한 탓에 출산율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우리나라도 일본의 뒤를 따라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동일한 난제에 직면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저출산 문제를 정부에만 맡기지 말고 기업과 시민사회가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며 "젊은 세대의 결혼, 출산, 육아 지원을 매우 파격적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에피스테메. 428쪽. 2만2천 원. ▲ 팬데믹 이후의 시민권을 상상하다 = 강용훈·한상원 외 지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시민권'이라는 틀로 재조명한 학술서. 인천대 인문학연구소가 엮었다.
팬데믹 상황에서의 돌봄 노동에 주목한 임옥희 박사는 "지상의 모든 존재 사이의 보살핌을 기본값으로 하는 것이 페미니즘의 해방 기획이어야 한다"며 "탐욕의 정치가 아니라 생존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황병주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관은 '1990년대 시민 담론과 자유주의'를 논한 글에서 "시민의 관심은 시민을 계몽하는 것이 아니라 민중을 전유하는 것"이라며 "민중을 숙주 삼아 성장해 온 것이 곧 시민의 역사였다"고 주장한다.
이외에도 '한국 개신교 사회운동 담론과 초월성의 정치', '2000년대 여성 노동자 투쟁 다큐멘터리와 여성 노동자의 시민권', '유동하는 경계와 피난민의 시민권' 등을 다룬 글이 실렸다. 후마니타스. 360쪽. 1만8천 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