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신변보호→범죄피해자 안전조치로 변경…위험등급별 대응

현장 대응력 강화 종합대책 발표…스토킹 긴급응급조치 승인 간소화도 추진
경찰이 기존 신변 보호의 명칭을 '범죄피해자 안전조치'로 변경하고, 위험도별로 등급을 구분해 대응할 방침이다. 인천 흉기난동 부실 대응과 서울 중구 스토킹 살인 이후 현장 대응력 강화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온 경찰은 30일 그간 논의 결과를 토대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은 경찰위원회 등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종합대책의 골자는 신변보호 시스템 개편이다. 신변보호라는 명칭부터 바꾼 것은 용어 자체가 밀착 경호를 연상하게 해 실제 조치와는 괴리가 있다는 지적을 고려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경찰은 신규 범죄피해자의 위험 등급을 '매우 높음'·'높음'·'보통'으로 구분해 안전 조치를 하기로 했다.

'매우 높음'은 피해자 주거지 등을 아는 가해자가 폭력 범행 직후 도주한 경우나 가해자가 보복 범죄 등 주요 강력범죄 전과가 있고 최근 위해를 끼칠 만한 언동이 있는 경우 등에 해당한다. 이 단계에서는 열흘 이상 안전 숙소나 보호시설 체류나 거주지 이전 등의 지원 방안이 피해자에게 제공된다.

거주지 주변 배회와 침입 시도 등을 감지해 경고하는 인공지능 폐쇄회로(CC)TV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높음'은 가해자가 접근금지 된 경우 등에 해당한다. 이때, 피해자에게 112시스템 등록과 맞춤형 순찰, 스마트워치 지급이 이뤄진다.

'보통' 단계의 경우 경찰은 112시스템 등록과 맞춤형 순찰을 제공한다.

모든 등급에서는 피해방지를 위한 행동 요령이 안내되며 CCTV 제공과 단기 임시숙소 제공. 개인정보 변경, 가해자 경고 등의 조치도 선택적으로 취할 수 있다.

진교훈 경찰청 차장은 설명회에서 이번 용어 변경 등이 혹시 피해자에게 신변안전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해석될 우려에 대해 "보호조치보다 안전조치가 더 포괄적 개념"이라며 "피해자도 안전 수칙을 준수하는 능동적 의미인 '안전'을 부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치 측정 성능 등을 개선한 신규 스마트워치도 내년 6천300대 보급한다.

스마트워치로 신고 시 기지국과 GPS, 와이파이로 동시에 검색하는 개선 시스템도 전국 경찰서 상황실에 탑재하는 절차만 남았다.
아울러 경찰은 스토킹과 전·현 연인, 가족 등을 상대로 한 '관계성 범죄' 가운데 폭력을 수반한 사건은 '신속·집중 수사 대상'으로 지정해 즉시 수사에 착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복되는 층간소음 분쟁의 경우에도 스토킹처벌법을 적극적으로 적용한다.

또 현장 출동과 초기 수사 단계에서 긴급응급(임시)조치와 잠정(임시)조치 등 가해자 접근 차단과 피해자 보호를 적극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강력 사건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은 반복 신고는 삼중 점검 시스템으로 살핀다.

한편, 경찰은 최근 경찰청장의 자신감 있는 물리력 사용 등 당부 이후 총기류 사용 건수가 월평균 35.2건에서 68.9건으로 증가하는 등 현장의 변화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긴급응급(임시)조치도 스토킹의 경우 지난달 308건에서 이달 344건으로 11.7%, 가정폭력은 올해 11월까지 월평균 316건에서 347건으로 9.8% 늘었다.

경찰은 가해자 접근을 실효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스토킹·가정폭력·아동학대 등에서 경찰의 긴급응급(임시)조치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 규정을 형사처벌로 변경하고, 스토킹 긴급응급조치 승인 절차 시 검사 경유 절차를 폐지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는 안도 추진한다.

이날 대책에는 적극적 법 집행을 위한 제도적 기반 강화, 실전형 교육훈련 내실화, 현장 맞춤형 안전 장비 도입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됐으나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문구를 조정 중이며, 연초 전체 회의에서 다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범죄피해자보호기금 이전비 사업을 검찰에서 경찰로 이관하는 방안, 음주로 인한 강력범죄를 줄이기 위해 일본처럼 주취자 범죄 관련 법을 도입하는 방안, 피해자보호담당관 등을 직제화할 방안 등도 검토 사항에 포함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