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 죽겠다" "미친사람들"…윤석열 연일 초강경 발언, 왜?

대구·경북 누비며 공세 모드

"통신사찰, 이런 짓 하고도 활보
공수처장 당장 구속수사해야
특검 안 받는 李, 사실상 중범죄자"

연설문 초안에 없는 단어들 써
'강골검사' 이미지로 反文 결집
최근 지지율 하락세 반전 노려
< 주먹 ‘불끈’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0일 범어동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지지자들과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제 우리도 투쟁해야 합니다!”(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29~30일 대구·경북(TK)을 누빈 윤석열 후보를 동행했던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윤 후보의 연설과 메시지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보수의 텃밭’에서 평소와 달리 “투쟁” “미친 사람들” “같잖다” 같은 강경하고 거친 단어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윤 후보 지지율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역전되는 ‘데드크로스’ 상황이 이어지자 추세 반전을 위해 강경 모드로 전환했다는 분석이다.

“공수처, 미친 사람들 아닌가”

윤 후보는 이날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 선대위 발족식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향해 “무능과 부패를 은폐하기 위해 뭘하고 있는가”라며 “저와 제 처, 친구들, 제 누이동생까지 통신 사찰을 했는데 이거 미친 사람들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공수처가 국회의원과 언론인을 사찰했는데, 원래 국회의원 보좌관만 사찰해도 난리가 나는 것”이라며 “심지어 우 리당 의원들의 단톡방까지 털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격앙된 목소리로 “결국 다 열어본 것 아닌가”라며 “이거 놔둬야겠는가. 공수처장은 사표만 낼 게 아니라 당장 구속 수사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외쳤다.

윤 후보는 이어 “뭐 40년, 50년 전 일도 아니고, 지금이 어느 때인데 이런 짓거리를 하고도 백주대낮에 거리를 활보하는가”라며 “민주당은 자기들이 20년, 50년 계속 해먹는다고 했으니, 정신 차려서 힘을 모아 정권교체하지 않으면 아마 우리 당도 뿌리를 뽑아버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이제는 투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후보에 대해서는 “확정적 중범죄자”라고 했다. 그는 “특검을 안 받으면 그 혐의를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선거를 앞두고 후보가 특검을 안 받은 적이 없다”며 “우리 당도 과거 몇 년 전에 특검을 받지 않았느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검을 안 받으면 다 인정하는 꼴”이라며 “이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내세워도 되겠느냐”고 했다.대구 주재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기자간담회에서도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이날 한 언론의 ‘과거 윤석열 검찰총장도 총장 시절 282만 건의 통신 조회를 했다’는 보도에 대해 “완전 물타기 기사”라고 반박했다. 그는 “그 언론이 그야말로 민주당 기관지인 걸 자인한 기사”라며 “1년에 형사사건이 100만 건 넘고, (통신 자료 조회를 한 건) 명확한 범죄 혐의가 있는 경우”라고 했다. 이어 “공수처의 사찰은 단순한 사찰의 문제가 아니고 선거를 앞둔 불법 선거 개입”이라며 “부정선거를 지금 자행하고 있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윤 후보는 SNS에선 “무릎 꿇고 살기보다는 서서 죽겠다”고 했다.

과거 검찰총장 모습 되찾기?

전날 경북 선대위 출범식에서 민주당과 이 후보를 향해 “대깨문” “무식한 3류 바보들” “같잖다”라고 말하며 강하게 비판한 것에 이어 연일 강경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대부분 연설문 초안에는 없었던 단어다. 본인 판단에 따라 즉석에서 한 말이다.

단어 사용뿐 아니다. 연설에서의 높아진 목소리, 적극적인 몸짓 등도 달라진 모습이다. 전날에는 연설 도중 연단을 몇 차례 강하게 내리치기도 했다. 법치와 공정을 자신의 ‘아이콘’으로 삼아왔던 윤 후보가 이에 반한다고 판단되는 공수처 통신 조회 논란을 계기로 여당에 공세 강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며칠 새 각종 여론조사에서 뚜렷한 지지율 역전 현상이 나타나면서 후보 자신이 ‘뭔가를 바꿔야겠다’고 결심했다는 관측이다. 최근 경제, 금융 등 전문 분야를 대하면서 ‘뭘 잘 모르는 어리숙한 정치인으로 비치고 있다’는 정치권의 평가를 반전시키려는 의도도 담겼다는 분석이다.당내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조금 더 부드럽게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의견과 “가장 윤석열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는 의견이 동시에 나왔다. 심지어 윤 후보의 선거 전략과 메시지를 담당하는 선대위 내에서도 반응이 엇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선대위 관계자는 “갑자기 세진 후보의 발언과 태도에 대해 평가가 갈리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결국 어떤 선택을 하는지는 후보의 몫”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선대위 관계자는 “후보 스스로 지금까지 자신의 원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검찰총장 시절 자신을 대선 후보로 등판하게 해준 ‘윤석열스러움’을 보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대구=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