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의 '소음'과 '신호' 제대로 구분하는 법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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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주택, 장기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안전자산

부동산 시장에 엄청나게 많은 정보들이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정보는 신호(signal)가 아닌 소음(noise)일 따름입니다. ‘질’은 개선되지 않은 채 ‘양’만 잔뜩 늘어난 정보에 탐닉하는 행위는 시간 낭비일 뿐만 아니라 잘못된 판단으로도 이어집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가치 있는 정보를 걸러내야 하지만 이런 일 자체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노동일 따름입니다. 비용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정보 이용료로 알려져 있는 이런 비용들은 투자수익을 까먹고 투자자들을 조급하게 만듭니다. 따라서 소음을 걸러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본인 만의 투자 프레임을 만드는 겁니다. 물론 신호를 바탕으로 잘 구성된 투자 프레임이 필요합니다.
최근 언론과 방송에서 아파트 가격이 폭락한다고 기사들이 많이 나옵니다. 한달도 안되는 통계를 가지고 시장을 해석합니다만 이렇게 짧은 기간의 통계가 어떤 의미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사실 주간 단위의 아파트 시세를 발표하는 나라가 한국이 유일하다는 사실을 알면 미디어의 선정성 기사가 일견 이해되기도 합니다. 중요한 사실은 소음보다는 신호에 집중해야 한다는 겁니다.
부동산과 같은 자산시장을 분석할 때는 두 가지 변수만 보면 됩니다. 나머지 변수들 대부분은 소음입니다. 부동산 시장의 대표적인 신호는 수급과 유동성입니다. 자산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움직입니다. 수요는 변동성이 있는 요인이지만 공급은 정해져 있으며 예측이 가능합니다. 특히 한국은 아파트가 압도적인 주거 문화이므로 분양물량을 추적하면 3년 후 입주물량을 비교적 정확히 예측할 수 있습니다. 12월28일 발표된 ‘2022 정부 업무보고’에 나온 2022년 주택공급물량인 46만호는 소음에 가깝습니다.

두 번째는 유동성입니다. 돈이 많이 풀리면 자산가격은 오릅니다. 유동성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는 광의의 통화량인 M2입니다. 2021년 9월 3512.6조였던 통화량은 10월 현재 3550.6조로 한 달사이에 무려 38조원이 늘었습니다. 2017년 M2의 평균 잔액은 2417.2조원이었으니 현 정부 집권 이후 무려 1100조가 훌쩍 넘는 유동성이 추가로 시중에 풀려 있다는 말입니다. 통화량과 주택가격과는 강한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금리는 양면성을 가집니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자들의 부담도 늘어나지만 경기가 좋다는 신호이므로 주택가격이 오르기도 합니다.
지금 아파트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으니 떨어질 것이라는 논리는 팩트가 아닙니다. 수차례의 금융위기를 촉발한 주요 요인이 주택이었지만 주택 가격이 높아서 자연스럽게 떨어진 경우는 단 한번도 없습니다. 외부의 충격, 정책 실수 등 다른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져 주택가격의 하락과 함께 금융위기가 왔음을 이해해야 합니다.
‘소음과 투자(Navigate the Noise)’라는 명저를 저술한 리처드 번스타인(Richard Bernstein)은 소음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는 장기투자를 하라고 권합니다. 주택은 언제라도 팔 수 있는 주식과는 분명히 다른 장기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안전 자산입니다.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대표적인 자산인 가상화폐가 아닙니다.
추세분석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최소 3개월에서 6개월의 통계 흐름을 보아야 방향성을 진단할 수 있습니다. 한 달도 안되는 통계로 시장을 알 수 있다는 건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만지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내 집 마련의 긴 여정에는 엄청난 장애와 역경을 극복해야 합니다. 그 첫번째 장애가 부동산 소음이 되지 않도록 신호를 가지고 자신만의 투자 프레임을 만드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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