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수사 성토' 박근혜, 윤석열 대선 지원할까

"부패와 더러움에 찌든 삶 아니었다"…국정농단 정면 반박
옥중 서신집에서 억울함·원망 드러내…尹과 검사-피의자 묘한 인연

2017년 탄핵 이후 침묵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전날 공개된 옥중 서신집을 통해 입을 열면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대권가도에 미칠 영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박 전 대통령은 31일 0시를 기해 특별사면돼 '자유의 몸'이 됐다.

박 전 대통령과 윤 후보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수사검사와 피의자'로 얽히는 등 묘한 인연이 있다.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보수 야당으로의 정권교체를 지원하고 나서는 것은 곧 자신을 중형으로 이끈 윤 후보를 지원하는 셈이 된다.윤 후보는 전날 대구에서 친박(친박근혜) 단체를 만나 지지를 호소하고,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 회복되면 찾아뵙고 싶다"며 손을 내밀었다.

지지율이 흔들리는 가운데 집토끼부터 단단히 붙들어 매려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윤 후보의 손을 선뜻 잡을지에 대해선 야권 내부에서도 전망이 엇갈린다.박 전 대통령이 옥중 서신집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에서 국정농단 사건의 수사·재판 전반에 대해 강한 원망과 억울한 심경을 드러냈다는 점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책에서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사심을 가지고, 누구를 위해 이권을 챙겨주는 그런 추한 일은 한 적이 없다"며 "부족했을지는 몰라도 부패와 더러움에 찌든 삶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최순실 씨와 국정농단 공범으로 엮이면서 '묵시적 청탁', '경제공동체' 등 혐의를 쓴 데 대해 정면 반박한 것으로 해석된다.책 전반에 걸쳐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 "형식적으로는 합법적인 모습을 가지더라도 실질적으로 정당성이 없다면 이를 법치주의라고 할 수 없다" 등의 주장을 하며 탄핵의 부당성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국정농단 사건 재판 도중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됐을 때, '정해진 결론을 향한 요식행위'라는 생각에 이후부터 재판을 거부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이 대목이 사실상 윤 후보를 겨냥한 우회적 비판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문재인 정권의 초대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 후보가 2017년 10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 발부와 이어진 '적폐 수사'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이 옛 친이(친이명박)계이자, 현재 윤 후보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권성동·장제원 의원 등에 대해 "거짓말로 속이고 선동한 자들은 누구라도 언젠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한 점도 정치적인 의미를 담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의 이런 '구원'을 고려하면 윤 후보를 기꺼이 지원해줄 가능성은 줄어든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이 가장 서운하게 생각하는 게 윤석열 당시 중앙지검장이 한 구속영장 재청구였다.

박 전 대통령이 윤 후보를 안 도와준다면 여권의 이간계가 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론 정치 인생 내내 '선거의 여왕'으로 통했던 박 전 대통령이 개인적인 감정보다는 정권교체의 대의에 손을 들어줄 것이란 당내 의견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명예 회복 역시 보수 재집권을 통해 가능하단 점에서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윤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진 않더라도 직접적인 비판은 삼갈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이 경우에도 박 전 대통령의 '침묵' 자체가 윤 후보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핵심 지지층의 결집을 유도하는 데 한계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은 의료진의 권고에 따라 다음 달 2일까지는 치료에 집중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사면과 관련해 추가 메시지를 따로 낼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퇴원 후 거처를 알아보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국민의힘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정치인들은 당분간 절대 만나지 않는다고 하셔서 자정에 석방되실 때 먼발치에서만 뵙고 왔다"고 전했다.
/연합뉴스